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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이어도, 사랑한다면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상담사 치아 2022. 8. 15. 12:34
 
한 남자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남자는 가정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너무 내 이상형이고, 내게 더없이 잘해주고, 심지어 마음을 표현해주기까지 해서 받아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그가 안했다면 내가 먼저 고백했을지도 모릅니다. ㅠㅠ
 
와이프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부부관계한 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겠다고. 그 힘든 마음을 달래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6개월을 만났는데, 문제는 그렇게 사랑한다던 그 남자의 말과 행동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쁘다고 전화를 끊는 일도 전에는 없었던 행동이고, 매일 적어도 한통씩은 하던 전화도 요즘은 2~3일에 한 통이 전부입니다. 함께 가자던 여행도 아무 이야기가 없고, 심지어 가족여행 간 걸 저에게 들키기도 했죠. 하도 여행을 안 갔더니 와이프가 몇날 몇일을 닦달하길래 어쩔 수 없이 끌려간거라고는 했지만, 불쾌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이런 것들에 서운하다는 장문의 카톡을 보냈더니 “음....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라고 해야 하는 거지?”라는 답이 왔네요. 사랑한다면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아무리 바빠도 내 전화는 반가워해야죠. 전화 잠깐 하는 게 그렇게 어렵나요? 가족여행처럼 끌려가는 여행이 아니라면, 저와의 여행은 즐겁게 계획하고 가자고 해야 하는 거 아닌지요?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가 초라하고 비참하네요. 다시 연락해서 만날까 하는 생각도 하루에 몇십 번씩 듭니다. 만약 그가 먼저 연락하면 아마 지금의 난 당연히 다시 만날 것 같아요. ㅠㅠ 그래도 끊을 수 있을 거예요. 분명 끊어야 하는 인연 맞겠죠? 도와주세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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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에 적어주신 말씀 모두 맞습니다. 사랑한다면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하고, 바쁘고 정신없는 일정 속에서도 잠깐이라도 짬을 내어 목소리 듣고 싶고, 만나고 싶어 하는 게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어디로 여행갈지 계획하며 즐거워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감정이며, 오는 전화에 설레고, 내 선물을 받고 기뻐할 그 사람의 표정을 상상하면서 준비하는 내내 행복해야 하는 거죠. 그게 ‘사랑’입니다.
 
하지만 보내주신 사연 속 남자분의 모습 속에서는 안타깝게도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반대의 모습들만 가득하죠. 따라서 보내주신 사연은 ‘불륜’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미 마음속에서 나를 향한 사랑이 식어버린 남자와의 연애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한 상황입니다.
 
내가 서운했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았을 때, “그랬구나. 절대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당신이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면 정말 미안해. 내가 더 노력할게. 우리 만날까? 잠깐이라도 만나서 이야기할까?”라는 반응이 아니라 “음....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라고 해야 하는 거지?”라는 답이 왔다는 건, 그는 마음속에서 이미 사연 주신 분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사연 주신 분의 서운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주고 싶다는 마음보다, ‘아, 이젠 귀찮다’라는 감정이 더 크다는 것이고, 그럼에도 자기가 이별을 통보하는 것보다는 상대가 먼저 제풀에 지쳐 이별을 통보해주길 바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통보받은 이별에 지금은 안도하며, 오히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끊을 수 있을 거예요.”가 아니라 반드시 끊어내셔야 합니다. 불륜이어서가 아니라 이미 식을 대로 식어버린 사랑이어서 그렇습니다. 이런 상황에서의 미련은 나와 상대를 더 지치게 할 뿐이고, 그 과정에서 둘 다 더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을 테니까요. 사실 상대의 반응과 무관하게 이미 내가 주체적으로 이별을 통보했으니 자존심 상해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쿨하게 깔끔하게 잘 해결하셨습니다.
 
앞으로는?
 
내 마음을 채워줄 대체재를 다시 찾으시면 됩니다. 취미가 됐건, 모임이 됐건, 워커홀릭이 됐건, 그도 아니면 또 다른 남자가 됐건, 사연 주신 분에게는 사연 주신 분의 공허하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줄 의무가 생겼으니까요. 여행하는 것보다 여행을 준비하는 게 더 설레는 것처럼, 생각하기에 따라 대체재를 찾는 과정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습니다. 나를 위해 좀 더 과감하게 대단한 걸 준비해주세요. 그동안 많이 힘들었으니 나는 그런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PS.
이미 헤어진 상황이니 굳이 남자분의 이미지에 흠집을 내고 싶진 않지만, 과연 정말 그 남자분은 와이프와 부부관계가 없었을까요? 정말 와이프가 닦달해서 여행을 간 거로 생각하시는지요? 저 역시 증거는 없으니 확신할 순 없지만, 20년 가까이 상담하다 보면, 누군가 했다는 말이나 행동 하나만으로도 상대의 마음이 읽힐 때가 있습니다. 이젠 정말 그 남자분, 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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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