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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관리에 대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상담사 치아 2022. 9. 23. 12:26

 
 
상담사님 안녕하세요. 두 가지 여쭐 것이 있어 메일드립니다. MBTI 검사를 하면 늘 J형이 나오고 평상시에 이런 저런 계획을 세우는 것을 좋아합니다.
 
1. 문제는 실천력이 약하다는 것에 있습니다.
책상 위에 '해야 할 일을 먼저 하자', '내가 해야 할 일을 끝내자.'라고 숱하게 써붙여놔도 제가 실행력이 약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떤 일을 하기가 두려워도, 그것을 끝마치는 것이 용기임을 알면서도 일을 해내기가 어렵습니다. 책을 쓰려고 마음먹었다가도 원고를 마무리짓기가 어렵고 시험을 준비하다가도 공부에 열을 올리기가 어렵습니다.
 
책을 쓰는 것과 시험을 보는 것 모두 지금 하는 직장 생활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급하지 않아' '하면 좋지만 안해도 그만' 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 언제나 욕심이 많고 하고 싶은 것이 많아 이것저것 펼치는데 왜 이렇게 끝내기가 어려울까요.
 
책상에 앉으면 줄곧 해야 할 일을 하는데 침대에서 책상까지 가기가 어렵달까요. 왜 이렇게 게으른지, 이 우울감이 왜 이렇게 지속되는지 도움을 요청하고 싶습니다. 요새 마음이 복잡해서인지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고 싶다는 생각도 종종 하거든요..
 
2. 저는 요새 카카오톡에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사실 저는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의 SNS을 활발히 하는 사람인데 유독 카카오톡에만 스트레스를 느낍니다. 카카오톡에 톡이 와있으면 읽지 않고는 못 베깁니다. 그래서 읽고 쌓이면 또 읽고요.
 
일주일에도 며칠 씩 침대에 누워 허송세월을 보내면서 단체방에서 의미없는 수다를 떠는 것은 시간아까워합니다. 사실상 제 우선순위를 잘 정해 해야 할일 잘 한다면 카톡을 보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을텐데 이런 사소한 것을 아까워하면서 정작 저는 시간을 많이 날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간 관리에 대해 제게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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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마냥 가벼운 문제만은 아니지만, 정말 오랜만에 울거나 분노하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사연을 받게 되어 너무 반갑습니다. 그래도 사연 주신 분에게는 심각한 문제일 텐데, 제가 이렇게 말씀드려서 기분 상하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ㅠㅠ
 
두 가지를 말씀하셨으니 저도 번호를 달아 하나씩 답변드려보겠습니다.~ 참고로 저 역시 전형적인 완전 J입니다. 보내주신 두 사항 모두 손뼉까지 치고 공감하며 읽었답니다.~ ^^
 
1번 문제는 저 역시 언제나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시한이 임박했기에 꼭 해야 하는 일을 하거나, 이미 일을 시작한 지 한참 되어 일하는 게 완전 물이 올랐을 때의 일하는 속도나 집중도는 제가 봐도 괜찮습니다. ;; 문제는 책상 앞에 앉기가 쉽지 않고, 일단 앉아도 시동이 걸리지 않아 답답해한다는 것입니다.
 
제일 먼저 시도한 건 시한을 당기는 연습입니다. 상담사는, 마인드 컨트롤을 (배웠고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 제법 잘하는 직종이기에, 해야 하는 모든 일의 시한을 생각 속에서 당기는 연습을 합니다. 해보시면 이 방법, 생각보다 꽤 효과가 있습니다. 오늘이 금요일인데, 하루 정도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는 일의 제출 시한이 수요일이라면, 대개는 “월요일부터 하지.” 또는 화요일 아침에 일어나 부리나케 시동을 걸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런 연습을 한 이후로는 ‘수요일’이라는 제출 시한을 마음속에서 ‘일요일’로 당겨버립니다. 내 안에 만든 그 시한에 맞추기 위해 그때부터 열심히 작업을 하고, 토요일쯤 일이 끝나면 흐뭇한 마음으로 결과물을 폴더에 넣어 놓습니다. 그리고는 수요일 오전까지 절대 꺼내지 않습니다. 그래야 미리 한 보람이 있거든요. 일요일에 끝내놓고, 월화수를 계속 꺼내서 검토하면 미리 끝낸 게 아무 의미 없으니까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던 옛날 광고 문구처럼, 열심히 일했으면 내 몸에도 선물을 줘야죠. ^^
 
이 방법을 사용해도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기에, 다음으로 시도한 것은 ‘엉덩이 붙이기’입니다. 흔히 침대나 소파에서 하던, 유튜브 감상이나 검색 릴레이 등의 행동을 책상 앞에 반듯이 앉아 일하는 자세로 하는 거죠. 나름 재밌어하는 걸 하는 거라 책상 앞에 반듯이 앉아서 해도 집중은 잘 됩니다. 흥미로운 건, 사람의 몸은 이런 일을 하며 의자에 붙어있던 시간도 시동을 걸기 위한 준비시간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이후 본격적인 업무를 향한 시동 걸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이 문제는 제 경험상 인류의 99%가 경험하는 보편적인 문제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노는 게 너무 좋아.~”가 일반적이지, “일하는 게 너무 좋아.~”가 일반적이진 않으니까요. 그러니 그렇게 실천력이 약한 자신도 사랑해주는 너그러움을 지니시는 것이 좋습니다. 내 몸이 그러는 건 반드시 이유가 있어서이거든요. 침대에서 빈둥거리는 내 몸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바로 휴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카카오톡 스트레스는 정말 손뼉을 치며 읽었습니다. 바로 제가 그렇습니다. 아이콘 오른쪽 위에 생기는, 붉은색 동그라미 안의 숫자를 절대 그냥 두고 보지 못하죠. 수시로 열어서 붉은색 동그라미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내용을 읽어 숫자를 없애는 습관은 도대체 고쳐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다들 쓰는 앱을 사용하지 않으면, 커뮤니케이션이 되질 않으니. ㅠㅠ
 
첫 번째로 제가 사용하는 대처 방법은, 꼭 있어야 하는 단톡방이 아니라면 나가 버리는 것입니다. 마음이 착한 분들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 방에 들어갔더라도 타인의 감정을 고려해 쉽게 나오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배려’의 감정을 과감하게 버리고, 나올 곳은 그냥 나와 버려야 합니다. 그렇게 ‘필요 없는’ 단톡방이라도 나오면 스트레스가 훨 덜합니다.
 
두 번째 방법은 차단하기입니다. 단톡방 나가기와 비슷한 상황인데, 살다 보면 궁금하지도 않고 받고 싶지도 않은 분이 불특정 다수에게 뿌리는 카톡을 받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나보다 어른이거나 직장 상사라면 더욱 난감하죠. 하지만 (한번 해보시면 알지만) 차단한다고, 설사 상대가 그걸 인지한다고 해도, 그 사람과의 인간관계가 특별하게 나빠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편하게 차단하셔도 됩니다.
 
혹시 이런 생각을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뭐야? 다 아는 이야기잖아. 무슨 상담사가 이래?”
 
물론 다 아는 이야기이실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하고 계신 것일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이미 사연 주신 분은 상담사에게 메일을 보내 상담할 필요가 없으신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일까요? 맞습니다. 지금의 내 상황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그 생각 자체가 문제입니다. ^^
 
다들 비슷한 문제를 지니고, 다들 비슷한 방법으로 극복하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며칠씩 침대에 누워 허송세월하는’ 나를 사랑해주세요. 이유가 있어서 그러려니 인정해주시고요. 그러다 보면 그런 문제를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여유를 찾으실 수 있게 되실 것입니다.
 
사연 주신 분 덕분에, 저도 한 번 더 다짐해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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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