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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애인과 유부남 애인 사이

상담사 치아 2022. 10. 7. 10:56

 
 
오래 사귀고 있는 남친이 있습니다. 결혼까지도 생각하고 있는데 확신이 없습니다. 중간에 헤어진 적도 있지만, 워낙 가족같은 사이고,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만나다보니 어느 한쪽이 강하게 요구하는 것도, 싸울일도 딱히 없어, 그냥저냥 시간만 흘러가고 있습니다. 무료하다고 할까요. 우유부단하다고 할까요?
 
문제는 이와중에 제가 유부남을 만난다는 것입니다. 유부남인 것만 빼면, 대화하고나 이야기 듣는게 너무 재밌습니다. 의도는 불순하더라도 감수성이 풍부하고, 영혼은 순수한 것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이게 다른사람들이 말하는 여자들이 유부남에 빠지는 이유라는 건가? 싶을 정도로 깊이감과 섬세함이 다른데 사람 성향이 그런건지, 그 매력이 풍부하게 느껴지고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점점 더 욕망적인걸 원하는 단계로 접어드는 것 같아, 이제는 관계를 끊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중요한건 제 마음을 모르겠네요 저는 뭘 어떻게 하고 싶은걸까요? 왜 방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서, 인과관계 없이 쭉 글을 써보았습니다만 치아님이 보시기에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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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님이 보시기에 어떠신가요?“
 
제가 보기에 가장 큰 문제는 공허함인 것 같습니다. 현재 사연 주신 분의 마음은 텅 비어있고, 그 공간을 누군가 채워주길 바라지만, 제대로 채워지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보이네요. ㅠㅠ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여주인공 염미정은 술 마시는 구씨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할 일 줘요? 술 말고 할 일 줘요? 날 추앙해요. 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개새끼, 개새끼... 내가 만났던 놈들은 다 개새끼.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가득 채워지게. 조금 있으면 겨울이에요. 겨울이 오면 살아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렇게 앉아서 보고 있을 것도 없어요. 공장에 일도 없고, 낮부터 마시면서 쓰레기 같은 기분 견디는 거, 지옥 같을 거에요. 당신은 무슨 일이든 해야 돼요.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 돼. 추앙해요.”
 
사람들은 이 대사에서 ‘추앙’이라는 단어에 집중했지만, 상담사가 직업인 저는 ‘채워지다’라는 표현에 가장 가슴이 아팠습니다. 사람과 밀접한 관계를 만들지 못하고 표면적으로만 친한 척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마음이 채워지는’ 경험은, 쉽지도 않으며 한다 한들 온전히 채워지지도 않는 경험인 것 같습니다. ㅠㅠ
 
오래 사귄 남친분의 무덤덤함과 우유부단함이나, 새롭게 만난 유부남의 저급한 목적의식 등은 모두 뒤로 미뤄두고, 사연 주신 분께서 지금, 이 순간부터 집중하셔야 하는 과제는 바로 ‘나는 왜 텅 비어있으며, 이 공간은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가?’입니다.
 
‘채워짐’은 무엇으로도 가능하기에, 유부남과의 만남으로도 일부 채워질 수는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낮아지는 나의 자존감이나 소송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위험성, 나의 연인이나 상대 유부남의 배우자에게 줄지도 모를 마음의 상처를 생각해보면, 그 방법은 절대 현명하지 않습니다. ㅠㅠ
 
“그럼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실천’하지 않고 ‘상상’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습관을 지니고 있습니다. 무엇이 있어야, 어떤 행동을 해야 내가 채워질 수 있는지는, 저는 물론이고 사연 주신 분도, 아니 세상 그 누구도 머리로는 알 수 없습니다. 알 방법은 오직 하나. 하나씩 리스트를 만들어, 모두 해보면서 체크하는 것입니다. 지금 내 마음의 공간을 채워줄 그 무언가를 찾는 일. 그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 한, 눈 딱감고 결혼한다 해도 원하시는 ‘행복’이 무작정 찾아오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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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