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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극복 방법

상담사 치아 2022. 11. 4. 10:31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영향을 준 사건을 경험한 후, 사건이 만든 감정(두려움이나 공포, 긴장)을 계속해서 경험하거나, 평소와는 다른 신체적, 정신적 증상을 보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사건의 강도나 크기가 클수록, 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자뿐만 아니라 생존자, 목격자, 조력자, 심지어 사건을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은 인지자까지도 PTSD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PTSD 극복에서 가장 중요한 건, PTSD는 <사건이 만든 증상>이 아니라 <사건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만든 증상>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사건이 만든 증상’이라고 생각하면 자칫 개인의 용기나 노력 부족 등을 탓하며 증상을 이겨내라고 강요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TSD는, 사건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나도 모르게 내 몸이 만들어낸 자기방어 기제이기에, 일정 정도는 필요한 측면도 있으며, 혼자 힘으로 극복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주변에서 도움을 주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태원 참사로 직간접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경험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주변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렸으면 싶어서 이 글을 적어 봅니다.
 
PTSD 극복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안전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입니다. 현장이라면 당연히 피해자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것이 먼저이고, 그럼에도 여전히 두려움이나 긴장에 사로잡혀 있는 상황이라면, ‘당신이 얼마나 안전한 상황인지’를 알게 해주어야 합니다. 언어가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면 추가적으로 담요나 화기, 따뜻한 차를 제공하여 온기를 전해주거나, 아주 천천히 호흡에 집중하게 하는 방법 등을 병행하면 좋습니다. (이 방법은 공황발작이 온 분에게도 효과적입니다)
 
이미 현장을 떠난 후라면, 본인이 자신의 현재 상황이 ‘안전하다’라고 느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걱정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방문을 닫고 나오지 않는다고 하여 억지로 상대의 공간에 들어가 일방적으로 위로 등의 역할을 하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만들 수 있습니다. 내가 항상 곁에 있으니 언제건 곁으로 다가오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한 후, 스스로 마음을 열고 다가와 주길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PTSD 극복을 위해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말하게 하는 것’입니다. 마음에 쌓였거나 응어리진 상태로 입 밖으로 꺼내어지지 않은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이차적인 문제점의 발화 요소가 되어, 뇌가 계속해서 같은 사건을 반복 경험하게 하거나, 있지도 않았던 가상의 사건을 상상으로 만들어 경험하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하지만 일단 그 사건과 그로 말미암아 얻게 된 감정을 자기 입으로 말할 수 있게 되면 그 순간, 사건과 감정 등이 객관화되면서 내 몸에서 떨어질 수 있습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극복에 큰 도움이 된다는 뜻입니다.
 
이때 조심하셔야 하는 건, 절대 재촉하지 말고 상대가 먼저 다가오는 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할 준비도 되지 않은 상대에게 “말해야 한다잖아. 그래야 극복이 빠르대.”라며 재촉하는 건 오히려 상대의 마음의 문을 닫게 하는 잘못된 행동입니다. 기다려주시면서, 언제건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신호만 보내주세요. 스스로 다가올 수 있도록 말입니다. 대화를 만들기 위해 시도하는, 너무 무겁지 않은 질문 등이 신호의 좋은 예입니다.

 

특히, 현장에 있었거나 현장을 목격하였지만 도움을 주지 못한 분,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으나 원하지 않았던 결과를 접하게 된 분, 가족이면서도 희생자의 생존에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분 등에게는, 이 결과가 결코 자신과 연관이 없음을 알려주셔야 합니다. 이번 참사는 개개인의 역할 이전에 사회적 안전망이 가동되지 않아서 만들어진 '사회적 참사'이기에 개인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영역은 극히 미비했습니다. 그 분들이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따뜻하게 대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PTSD 극복을 위한 마지막 단계는 ‘공유’입니다. 그렇게 이야기까지 꺼낼 수 있게 되었다면 이제 그 이야기를 가능한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단계야말로 비로소 사건을 내 안에서 떠나보내는 작업이기에, 이후에는 일상으로의 건강한 복귀가 수월해집니다. 여기서 지칭하는 ‘사람’은 반드시, 믿을 수 있고, 나를 이해하며,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같은 경험을 하신 분끼리의 모임이나, 가족이나 절친과 함께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글로는 짧게 적었지만, 실제로 위 세 단계가 모두 이루어지는 데는, 짧게는 몇 주부터, 길게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단계를 밟아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물며 아이가 태어나 부모와 언어로 대화하며 의사소통을 하는 데도 그토록 긴 시간이 필요한데, 엄청난 사건이 만든 그늘에서 벗어나는 일이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는 없으니까요.
 
이태원 참사로 PTSD를 경험하고 계신 모든 분의 건강한 회복을 기원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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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