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남의 마음이 궁금합니다

 

최근 회사 상사 유부남에게 좋은 감정이 생겼습니다. 덕분에 많이 혼란 스럽고 괴로워 상담 드리게 됐어요. 처음엔 싱글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유부남인 걸 알게 됐을 땐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 정도 들고 마음을 줘버린 상태라, 제가 손해고 상처받을 게 뻔해 보이는데도 감정이 주체가 안됩니다..

 

아직 그분은 제게 강하게 대시해온 적이 없습니다. 그저 회사동료로 회의때나 회식 자리에서 잘 챙겨주고 사적으로 식사나 술자리 갖는 정도? 더군다나 다른 팀이어서 회사에서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요. 그런데 꾸준히 제게 잘해주시는 그분에게 어느 순간 마음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평소에 소개팅이나 접근하는 남자들은 웬만하면 눈에 차지 않아 거절하는데 이 분처럼 다정한 남자에겐 마음이 가더라고요. 다정하고 여자마음을 잘 아는 게 너무 따뜻한 남자입니다.

 

그런데 또 문제는.. 그 분 마음을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그간 보던 전형적인 껄떡대는 유부남이면 마음 정리하기도 쉬울텐데 사적으로 식사하고 술 마시는 이상으로는 스킨십조차 시도하지 않으시네요. 도대체 저분의 마음은 무엇일까요?

 

어떨 땐 저랑 불륜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어떨 땐 선을 확실하게 긋는 모습이 제 생각엔 이분도 어찌해야할지 모르고 방황하는 듯한 느낌이라 자칫 제가 선을 넘었을 때 이분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저만 새가 될까봐 걱정, 선을 넘어 잘 되도 걱정, 그러다 업무적으로 괴롭힘 생길까봐 걱정..

 

대체 이 분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 걸까요? 저는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한 걸까요? 치아님 제발 도와주세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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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제 블로그에 포스팅되어 있는 다양한 상담 사연을 읽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상담사는 직업의 속성상, 가능한 한 내담자의 편에서 사건을 보고, 내담자의 마음에 공감해드리는 직업입니다. 따라서 웬만한 일에서 상담사는 무조건 내담자의 편입니다. 하지만 전혀 반대일 때가 있습니다. 그건 내담자의 편을 드는 것이 오히려 내담자에게 해가될 수 있을 때입니다. 바로 이번 사연처럼 말입니다. ㅠㅠ

 

보내주신 사연에서 상대 남자분이 싱글이라면 저는 내담자의 편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분석하여 조언까지 드렸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상대분은 안타깝게도 아내와 가족이 있는 유부남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사연 주신 분께서 상대의 접근을 허용하려는 또는 상대에게 조금 더 다가가려고 노력하시는 목적이 명확하다면, 저는 내담자분의 편을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부남인 게 뭐가 중요한가요? 매력적인 이 남자와 섹스파트너 하고 싶습니다.”라거나 “유부남인 게 뭐가 중요합니까? 우린 서로 미치도록 사랑합니다. 우리 둘 다 이 갈등을 함께 헤쳐 나갈 의지와 용기가 있습니다.” 등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연 속에서 저는 그런 ‘목적’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사연 속 두 분의 모습은 그야말로 이제 막 썸을 타는 연인의 모습이었거든요. 그렇다면 제가 드릴 수 있는 답변은 하나뿐입니다. “도대체 뭐 하러, 지옥을 향해 스스로 걸어 들어가려고 하시는 걸까요?”

 

“그분 마음을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한눈에 마음과 마음이 통해 미친 듯이 사랑을 시작해도 극복하기 힘든 게 불륜입니다. 그런데 잘 알 수도 없을 만큼 미지근하다면 그건 간을 보고 있다고 보시는 것이 맞습니다.

 

“차라리 그간 보던 전형적인 껄떡대는 유부남이면 마음 정리하기도 쉬울텐데”

단순히 껄떡대지 않는다는 것이 내가 불륜이라는 멍에를 짊어지고 화염 가득한 지옥을 고난처럼 매일 헤치고 나아가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요? 그 정도의 고난을 극복하려면 최소한 “매일매일 보고 싶어서 잠도 오지 않고, 그분 없는 내 인생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난 왜 이제야 그분을 만났을까요?”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야 그나마 그 지옥을 기꺼이 감내할 명분이라도 생기는 거니까요. ㅠㅠ

 

그래도 굳이 그 길을 가시겠다면 더는 제가 말릴 방법이 없지만, 적어도 이 답장에서만큼은 이토록 말려드리고 싶네요. 무너질 게 뻔한 썩은 다리를 건너는 내담자를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상담사는 없으니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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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