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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남자를 보며 야한 상상을 합니다

상담사 치아 2023. 6. 21. 11:22

 
 
저는 정말 쓸데없는 망상과 걱정을 많이하는데요, 이러한 망상과 걱정은 제가 누군가와 연애할 때 증상(?)이 발현됩니다. 그러니까, 솔로로 지낼 때는 조금 외롭기는 하나 속도 편하고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않다는 뜻이죠. 왜냐하면 저의 망상과 쓸데없는 걱정은 대부분 남자에 관련된 걱정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지나가는 혹은 TV에 나오는 연예인 남자 중에 잘 생기거나 멋진 사람을 보면, 저의 야한 상상이 시작됩니다. 저 남자의 알몸은 어떻게 생겼을까? 저 남자와 잠자리를 하면 행복할까? 같은 거요.
 
물론 그렇다고 단 한번도 바람을 피우거나 그 상상을 실행해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남친에게 너무너무너무 미안해서 고백을 합니다. 남친은 괜찮다고 해주는데 그게 진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ㅠㅠ
 
기분 나쁠 수도 있으니 남친에게 그냥 얘기하지말고 저 혼자 털어버려야 된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지만, 그게 잘 안되니까 이게 고민인거고 이런 제가 정말 너무 힘들고 괴롭습니다. 참고로, 현재 남자친구에 대해 너무 만족하고 있고 물론 속궁합도 너무 좋습니다.
 
그런 야한 생각을 할 이유가 없는데 그냥 문득 든 생각에 너무 죄책감이 심해요.. 문득 든 생각, 다른 남자를 보며 하는 모든 생각에 관하여 죄책감을 가지니 차라리 미안해할 남자친구가 없는 솔로일때가 가장 마음이 편할 수 밖에요.. ㅠㅠ
 
이걸 근데 남자친구에게 이실직고 하기전까지는 계속 마음이 불편하니 정말 미칠 노릇입니다. 앞으로는 얘기 안하는게 맞는거겠죠? 제 생각에 대해서 제 경험에 대해서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는게 맞지요? 제 생각까지도 상상까지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이 드니 너무 힘들어요. 남자친구에게 얘기 안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은 들어도 말안하면 계속 마음이 불편한건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는 정말 현재 남자친구와 꼭 결혼도 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고 싶습니다. 저의 이런 이상한 병만 고칠 수 있다면 가능할 것 같은데 저 좀 도와주세요. 저 어떻게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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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주신 사연의 내용은, 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많은 분이 생활 속에서 종종 경험하는 소재입니다. 많은 분이 상상 속에서 연인이 아닌 이성과 연애도 하고, 스킨십도 하고, 심지어 섹스도 하죠. 말씀하신 것처럼 그저 “고민도 생각도 많은” 성격이 이런 상황을 더 심각하게 느끼게 하는 것뿐입니다.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님에도 그것에 집중하면서, 걱정과 마음의 고통을 키우고 계신 거죠.
 
생활 속에서, 걱정이 많은 분에게 일반적으로 주변분이 많이 하는 조언은, “걱정해봐야 아무 소용도 없으니 하지 않는 게 좋다.”입니다. 하지만 크게 도움되지 않는 조언이죠. ‘누군 뭐 소용 없는줄 몰라서 하나요. 아는데 안 되니까 어렵죠. ㅠㅠ’라고 생각하시게 되죠. 분명히 알고 있는데도 나도 모르게 상황에 빠져 버리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내 의지와 무관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이벤트인 셈이죠.
 
다 겪고 나서 생각해보면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한 게 한심하기까지 하지만 이미 지나버린 후에나 그런 깨달음이 오니 그마저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빨간색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더 자주, 더 선명하게 생각나는 것처럼, 애써 잊으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더 강렬하게 뇌에 각인되기도 합니다. ㅠㅠ
 
따라서 내가 이런 성향을 지니고 있다면, 그렇게 무시하거나 피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차라리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낫습니다. 세상의 모든 생각과 행동은 나름의 ‘이유’가 있거든요. 내가 나도 모르게 이런 상상을 하는 이유는, 그 상상이 내 몸에 주는 이득을 내 몸이 원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럴 때는 그냥 상상하게 두시는 것이 낫습니다.
 
또,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어떤 행동 후 과도하게 후회하거나 심지어 그 사실을 (연인처럼) 말하지 않는 게 더 나을 사람에게 말해서 문제를 키우는 것도, ‘자기 보호기제’가 발동되어서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대개의 사람은, 길을 가다 우연히 자신도 모르게 붉은색 신호등에 길을 건넜다면 ‘에구.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어겼네. 담부터는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며 털어버리거나, 아예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지만, 도덕적 기준이 높은 사람은 그 사건 이후 ‘마음의 지옥’에 갇히게 됩니다.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신념이 강한 분이므로,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자책하고 심지어 그 사실을 타인에게 이야기하여 그로부터 비난받으려고 하죠. 그래야 비로소 마음이 편해지니까요. 무의식중에, 자신이 분명 잘못했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다.
 
이때, 그렇게 자책하거나 타인에게 혼이 나는 것이 바로, 자기 스스로 만드는 ‘자기 보호기제’입니다. 신념에 의하면 혼날 짓을 한 게 분명하니 마음이 고통스러운데, 그렇게 혼나고 나면 벌을 받았으니 마음이 편해지는 거죠. 그렇게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입니다.
 
‘연인이라면 절대 다른 이성에게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된다’라는 도덕적 신념이 누구보다 강하신 분이니, 자신도 모르게 이 신념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게 되면, 이 신념에 의해 자신에게 벌을 주고, 심지어 사랑하는 연인에게 자신을 고자질하여 연인에게 벌칙을 주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혼이 나야 죄책감을 덜고 마음이 편하시니까요.
 
사실 ‘자기 보호기제’는, 그 자체만으로는 바람직한 행위일 수 있습니다. 결국 나를 보호하기 위한 행위이니까요. 하지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하는 그 행동이 다시 자기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악순환에 빠지는 분이라면, 자기 보호기제에 의존하기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셔야 합니다.
 
말씀하신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자신이 지닌 ‘도덕적 기준’을 낮추는 것입니다. 그게 유일한 해법으로 보입니다. 제일 먼저 ‘사람은 당연히 도덕적이어야 한다’라는, 내 안에서 평생 자라온 이 신념에 물음표를 달고, 왜 그것이 나에게 생겼는지를 확인한 후, 낮춰도 내가 안전하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나에게 세뇌해야 합니다. 그리고는 꽤 오랜 시간에 걸쳐 그 신념이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의식적으로 반복, 실행하여 그것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입니다. 의도적으로 공중도덕을 어기고, 사회적 규율을 어김으로써 그런 행위에 나를 익숙하게 만드는, 일종의 체계적 둔감법이죠. 반복적으로 자신이 지닌 도덕적 신념에 어긋나는 생각과 상상을 진행하여, 그것이 주는 감정을 습관과 일상으로 만드는 노력을 병행하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도덕적으로 살아야 한다’라는 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만 않는다면) 세상이 만들어 나에게 강요하는 굴레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그 굴레를 온전히 인정하거나, 받아들이되 희석하거나, 둘 다 모두 내가 하기 나름이지만, 만약 그 굴레가 내 삶을 피폐하게 한다면 과감하게 그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 현명하게 ‘나를 위한 삶’을 사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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