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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중입니다. 대시해도 될까요?
상담사 치아
2023. 11. 27. 10:47

안녕하세요? 치아님. 매번 블로그만 보다가 상담메일은 처음 보내 보네요. 최근 회사에서 제 이상형을 만났습니다. 회사가 크다 보니 이런 분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부서간 협력업무 TFT에 합류하면서 만났습니다.
제가 프로젝트 관련하여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는데,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일을, 마치 본인 일처럼 진심으로 챙겨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걸로 끝나면 되는데, 문제는 얼마 전부터 그분이 남자로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ㅠ 제가 보기엔 현재는 여자 친구도 없는 걸로 보입니다.
난생 처음 짝사랑의 감정을 처음 느끼고 있습니다. 전 지금까지 항상 상대방이 먼저 다가와서 만났거든요 그래서 지금 이런 감정이 너무 혼란스럽고 힘듭니다 밤에 자다가 깨도 그분이 생각나고 혼자 시도 때도 없이 그분 생각하면 기분 좋고 회의하는 날만 기다려지구요 일에 집중해야 하니까 회사에서는 제 마음을 삭여야 하는 게 당연한데도 불구하고 숨기는 게 너무 힘듭니다 제 성격이 좀 많이 솔직한 편이라서요 짝사랑이 이렇게 힘든 지 몰랐어요ㅠㅠ
그동안 한 번도 남자한테 차인 적 없고 제가 다 찼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티를 내면, 같이 일을 해야 하는 사이라서 많이 부담스러워할까요? 근데 자꾸 그분에 대해 더 알고싶고 생각나고 정말 미치겠어요 내가 왜 이러는 건지 참 한심하고 두렵고 슬프고 그래요..ㅠㅠ 사실 이 프로젝트는 너무 제 커리어에 중요해서, 몇 년을 준비하다가 겨우 들어온 거거든요. 회사에서 크게 성장한다는 야심도 있으면서 연애따위에 눈이 멀어 이러고 있는 것도 한심하고, 그래서 매일 밤 그러면 안 된다고 자책하고 또 자책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한테 표현을 하고 싶습니다. 저, 정말 한심하죠. ㅠㅠ
해도 될까요? 만약 했다가 거절당할 뿐만 아니라 불편하니 이 프로젝트에서 빠지라고 하면 어쩌죠? 정말 제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이거든요. ㅠㅠ 그 생각하면...앞으로 못볼 거 생각하면 너무 두렵고 슬픈데 그래도 제 감정을 숨기고 싶지 않은데 어떡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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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것이 어떤 형태를 지니고 있건 간에 아름답습니다. 때로는 그것이 내 가슴을 홀로 타들어 가게 하는 짝사랑의 형태이더라도, 때로는 이미 연인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가능성 제로의 형태이더라도, 사랑이 아름답다는 명제만은 결코 희석될 수 없죠. 그러니 지금 하시는 사랑의 시작이 비록 ‘업무’나 ‘커리어’와 부딪치는 경향이 있다고 해도, 내가 느끼는 감정이 아름답다는 건 절대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이유로 내 감정을 비하하거나, 지금의 내 모습을 꾸짖는다면, 그건 내 안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제일 먼저 이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지금 제일 먼저 하실 일은,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예쁘게 바라봐 주시는 것입니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과 그도 나를 좋아해 주는 것은 엄연히 별개의 문제입니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지니고, 심지어 그것을 주기적으로 꺼내어 즐기는 것은 전적으로 나 혼자 할 수 있고, 얼마든지 해도 되는 자유의 영역이지만, 상대가 나를 좋아해 주는 것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죠. 그럴 수도 있고, 안타깝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 하나는, 내가 그것을 확인해보기 전에는 알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그 ‘확인 작업’을 피한다면, 나는 먼 훗날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죠.
물론, 이번 사랑의 감정은, 오직 나로부터 그를 향한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는 것을 확인하는 잔인한 결말을 얻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숙한 사람이라면, 그런 결말쯤은, 평생 궁금했을지도 몰랐을 안타까운 마음을 보상하는 데 지급한 비용이라고 기꺼이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실패나 거절을 경험해보지 않은 행복한 삶을 살았다면 그 결말은 생각보다 훨씬 더 내 마음에 혹독할 수 있지만, 정말 그 혹독함이, 평생 궁금해하며 그리워하는 족쇄보다 더 아플까요? 한순간의 상처는 약 바르고 거즈 붙여놓으면 시간 지나 반드시 아물기 마련이지만, 평생 남는 후회는 완치가 없는 불치병과 같습니다. ㅠㅠ
용감하게 대시해서 상대의 마음까지도 확인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그 전에 꼭 준비하셔야 하는 건, 이 관계의 마지막에 관한 데드라인(Dead LIne)의 설정입니다. 그 데드라인이 ‘일단 지금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가끔 사적으로 만나 차 마시며 따뜻한 대화를 나누는 정도’로 설정된다면, 프로젝트 참여에 크게 영향을 줄 것 같진 않습니다. 본격적인 연애는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한 이후로 잠시 미뤄도 되지 않을까요?
중요한 건, 어떤 길을 가건, 내가 계획하고 예상했던 길을 가셨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딱 그만큼만 나아갈 수 있도록 나를 제어할 수 있다면, ‘사랑’은 반드시 확인하고 추구해야 할 불변의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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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