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유부남을 사랑합니다
상담사 치아
2024. 5. 8. 12:13
인연처럼 만났고 첫눈에 반했습니다. 이후 저는 어떤 연애에서도 받아보지 못한 사랑과 찬사와 대접을 받았죠.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유부남입니다. 서로의 몸만 탐한 게 아니라, 대화를 할 수록, 정말 이런 사람을 왜 이제야 만났나 싶을 정도로 평소에 생각하던 것들이나, 취향 등, 많은 것들이 잘 통하고, 특히 대화가 잘 통하면서, 호감은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유부남이기에 욕심을 내면 안 된다고 항상 되뇌지만, 너무 잘해주는 그의 모습에 자꾸 욕심이 생깁니다. 내가 먼저 매달리게 될까 봐 조심 또 조심하면서도 바라고 또 바라고.
때로는 나와의 만남이나, 아니면 나라는 사람 자체가 이 사람에게는 이미 부담이지 않을까, 그래서 나와의 연락에서 반응이 별로이게 되면 어떡하지? 걱정도 들지만, 근데, 또 만나면 그렇게 잘해줍니다. 진심으로요.
단 하나 아쉬운 건, 지금은 이혼할 수 없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계속 만나는 건 위험하겠죠? 어떡하면 좋을까요?
----
우선 이후 저와 함께 나눌 이야기를, 사연 주신 분께서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먼저 두 분의 관계에 관한 저의 의견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을 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이후 제가 드리는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적어도 이 상담사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에 관해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테니까요.
사연 주신 분은 두 분의 관계를 ‘사랑’으로 규정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사연 주신 분에게 이 관계는 ‘사랑’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연 주신 분의 마음이 온통 그를 향해 있고, 현재와 미래의 시간을 그와 함께하고 싶어 하며, 가능하면 상대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도 ‘사랑’이 가득 담겨있으니까요. 저는, 사연 주신 분의 사랑은 의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남성분의 모습은 저에게, ‘아내 외의 여자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일반적인 불륜남들의 전형적인 모습으로만 보입니다. ‘사랑’이 아니라기보다는, 혹 그분이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해도, 그분의 머릿속에 적어도 ‘미래’는 없다는 뜻입니다.
유부남과 사랑하는 많은 여성분의 오해 중 하나는, 상대의 리액션이, 사랑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만큼 너무도 진심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시면, 그렇지 않고 아내 외의 여성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할 방법은 없습니다. 나의 말과 행동이 모두 사랑으로 인식되어야 상대 여성은 나에게 마음을 줄 테니까요. 그들은 그렇게 아내에게도 해본 적 없는 사랑 연기를, 사귀는 여성에게는 마음껏 실행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진짜 사랑인 불륜 관계는 없나요?”
물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관계에서 남자는 무모하다 싶을 만큼 자신을 돌보지 않습니다. 자신의 직장이나 가정, 심지어 아이까지도 모두 뒷전으로 밀립니다. 결혼 관계를 뚫고 들어온 ‘진짜 사랑’의 힘은 그 정도입니다. 그리고 사랑의 깊이가 그 정도는 되어야, 이후 감당하게 될 진짜 지옥을 간신히 견뎌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기존 인연을 정리하고 새로운 커플이 되어 지금도 가끔 후일담을 보내는 내담자도 있답니다.
이미 사연 주신 분이, 본인도 느끼실 만큼 ‘매달리고’ 계신다면, 남성분의 태도 변화는 멀지 않았습니다. 사연 주신 분께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그 남자는 멀어질 테니까요. 제가 어떻게 말씀드려도 어차피 실행은 쉽지 않기에, 지금 사연 주신 분에게 당장 인연을 끊어낼 강한 의지를 부탁드리는 건 아닙니다. 제가 아무리 말씀드려도 지금 사연 주신 분의 마음에 강하게 각인된 그 사람의 필요성은 약해지지 않을 테니까요.
다만, 막연히 아름다운 상상만 하다 당하는 것과 다른 가능성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당하는 것은, 그 결과로 얻게 될 상처의 크기 차이가 상당하기에, 꼭 알고는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시라도 테스트해보고 싶으시다면 앞으로는 만날 때마다 항상 ‘미래’에 관한 이야기만 나누시면 됩니다. 이후 남자분의 태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그냥 묻어두고 그 사람 곁에 있기만을 원하신다면, 함께하고 싶은 내 감정이나 욕심은 버리고 오로지 그 사람의 필요에만 맞춰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적어도 관계가 꽤 오래 지속될 수는 있습니다.
다만, 굳이 그렇게 하실 계획이라면, 이 이야기는 꼭 드리고 싶습니다. ‘내 인생’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은 ‘나’인데, 굳이 주인공을 버리고 남의 인생의 엑스트라를 연기하셔야 하는 걸까요? ㅠㅠ
상담을 원하는 분은, 사연을 이메일(orichia@naver.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보내주신 사연은 답장드린 후 바로 삭제합니다. 포스팅은 개인적인 내용을 모두 삭제하고 내용을 일부 창작한 후 익명으로 진행하며 원하지 않는다고 적어주시면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상담료는 후불이며, 아래 배너를 참고하세요.
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