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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가 밉습니다.

상담사 치아 2024. 6. 22. 10:40

 
 
1년 전, 저희 회사에 저보다 두 살 많은 언니가 신입으로 왔습니다. 말이 신입이지 오랫동안 회사를 다니지 않아서 나이가 서른도 넘은 언니입니다. 그런 만큼 모든 것에 익숙하지 않아 힘들어 했고, 그 과정에서 따뜻하게 대해주는 내가 무척이나 고마웠나 봅니다. 이후로도 계속 저에게 일을 물어보고, 회사생활에 관해서 조언도 청하고 해서, 전 제가 가진 모든 노하우와 자료 등을 모두 아낌없이 주었습니다.
 
문제는 1년이 지난 지금, 언니가 나를 쌩깐다는 겁니다. 심지어 우리 부서에 놀러 와서도 나랑은 말도 안 섞고 다른 동료들과 수다를 떨다 가기도 합니다. 그게 너무 서운하고 기분도 별루인 거 있죠.
 
그때는 저를 이용했다거나, 지금 친한 맘이 달라졌거나 하는건 아닌건 저도 압니다. 그냥 다른 사람들과도 교류하면서 친해진 것뿐이겠지요. 오히려 제가 과민반응을 보이는거라는 것도 압니다. 근데 제 마음이 불편해요. 이제 내가 필요없어진 게 속상하기도 하고, 나보다 더 사교적인 된 것 같아 부럽기도하고, 그리고 역시 과하게 내 모든 걸 보여주고 잘해주면 안되는건데 너무 누군가를 믿었던 것같아서 내자신이 바보같기도 하고.
 
무슨 이야기건 좀 해주세요. 우울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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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는 내담자의 마음이 힘들 때, 사연에 함께 공감하고, 필요하면 위로도 해드리는 사람입니다. 그 때문에 웬만큼 일반 상식에 벗어나거나,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사안만 아니라면 상담사는 무조건 내담자와 같은 편이 됩니다. 마음에도 없는데 그렇게 행동한다는 뜻이 아니라, 내담자와 라포를 형성하다 보면 어느새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어떤 경우는 상담사가 ‘공감’의 역할보다는, ‘조언’의 역할을 해드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내담자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같은 상황이 이번 한 번으로 종결되지 않고, 앞으로도 반복적으로 내담자를 힘들게 할 게 너무도 명확해 보인다면, 상담사는 내담자의 미래 행복을 위해 부득이하게 ‘조언자’의 역할도 해야 하니까요.
 
보내주신 사연 속 ‘언니’가,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거나, 상대의 마음을 배려하는 부분에서 다소 부족한 분일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배려가 있었어도, 자기가 이렇게 행동하면, 지금까지 자기를 도와주었던 상대가 어떤 감정을 갖게 될지 예측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다만 문제는, 살다 보면 이 ‘언니’ 같은 캐릭터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연 주신 분처럼 남에게 도움주는 데 주저함이 없는 분은, 앞으로도 같은 상처를, 사람을 바꿔가며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ㅠㅠ
 
‘빈둥지 증후군’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성인이 되어 물리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부모에게서 독립한 자녀 때문에, 부모로서의 자기 효용성을 잃고, 서운함을 느끼며, 공허한 감정을 경험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기 인생을 희생하면서까지 자녀의 성장에 최선을 다한 부모일수록 더 강하게 이 감정을 경험하게 되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감정은, 내가 준 것의 가치와 내가 얻은 것의 가치를 다르게 평가하면서 발생하는 일종의 인지부조화입니다. 내가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면 아이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반대급부로 부모 역시,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만족이나 행복, 아이를 성장하게 했다는 성취감 등의 긍정적인 감정도 얻게 되거든요. 즉,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를 성장하게 하면서 이미 그만큼의 감정적 혜택도 받은 셈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부모로부터 독립할 때, 오히려 그것과 관련한 부채감이 생기지 않게 말하고 행동해주는 것이 좀 더 건강한 부모의 태도입니다. 그게 자식과 부모 둘 모두의 미래를 좀 더 행복하게 해주니까요.
 
사연 주신 분께서 앞으로도 비슷한 인간관계에서 부정적 감정을 경험하지 않으려면, 두 가지를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는, 내가 누군가에게 주는 도움은 반드시 반대급부로 나에게 만족이나 행복의 감정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그 크기도 같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부모의 빈둥지 증후군 같은 감정을 경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만약 조금이라도 내 마음이 그에게 주는 배려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면, 과감하고 냉정하게 거절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거절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해준 배려는, 일이 종결된 뒤, 서운한 감정을 더 크게 증폭시키거든요.
 
사연 주신 분이 무언가를 잘못한 건 전혀 없습니다. 다만, 앞으로 같은 경험을 하지 않으려면 위 이야기를 꼭 한 번은 깊이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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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