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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되는 화풀이를 막을 수 있을까요?

상담사 치아 2018. 1. 6. 13:23

 

 


안녕하세요 치아님. 화풀이를 대물림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상담드리려고 메일 드렸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알콜중독 아버지의 의처증, 폭언 등에 시달린 어머니께서는 저를 그 화풀이 대상으로 삼으셨습니다. 그 지옥 같은 곳에서 빠져나와 결혼했는데, 남편도 알콜중독의 비상식적인 언행으로 아주 오랜시간동안 절 괴롭혔어요. 결국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상처를 입는 걸 보고는 이혼했습니다.

문제는 제가 아이들에게 화풀이 대물림을 한다는 거여요. 안하려고 죽기살기로 노력하는데도 한번씩 아이들에게 욕설하고 마구잡이로 아이들을 함부로 때리고 나면 한없이 저 자신이 부끄럽고 한심하고 죽고싶어요 제 인생 최대 목표가 <아이들에게 화풀이대물림 안하기> 예요.

그 이야기를 남친에게 하면서, 남친이랑 고객님들에겐 인간적 한계를 넘어선 인내심을 발휘하는데 애들에겐 그 인내심이 왜 발휘되지 않는지를 모르겠다고 하니까 남친이 막 열을 내는거예요 생색내지 말라고요 . 늘 하는 제 생색에 짜증이나고 승질이 난대요

여기에서 두가지를 상담드리고 싶어요

첫 번째.
제가 어떤 마음을 먹게 되면, 애들이 어떻게 해도 침착하게 대처하면서 화풀이대물림을 안하게 될까요? <애들이 무조건 옳다라고 생각하고 일단은 수긍하고 받아주고 고개부터 끄덕여주자 > 이런 마음도 먹어봤는데 , 마음 먹은 초기에만 도움되더니 지금은 도움안되고요 

두 번째.
사실, 남친이 저에게 함부로 하면, 저는 저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화풀이를 하게되는데, 그가 말하는 저의 생색. 제가 척박한 환경속에서도 저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 저 나름 잘 일어서왔다고 자부할순 있는 건 그런 생색때문이거든요 가족들과 사랑하는 이가 절 비난하고 절 질책하고 절 짓밟으려해도 제가 절 칭찬하고 또 칭찬했기에 저는 제 자신을 또 칭찬하고 싶어서 제가 예전에 상담했던 심리상담사가 저보고 미치지 않은게 기적이라고 하는 기적을 일궈낸 거라서요

저는 생색내지 않을 수가 없어요 남친이 저에게 어떻게해도 남친을 칭찬하고 격려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제 생색덕분인데 그는 제 생색에 아주 질려하네요 그만하라는 그에게 제 생색이 보기싫으면 안 보면 된다고 그만 하자는 문자를 보내고 나서 마음이 아주 불편해요

제가 어떤 시각을 가지면 , 그와 절 괴롭히는 ..그의 욱 성질이 제 인생 목표에  장애가 된다는  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생각을 가지면,  그에게 생색을 안 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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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주신 사연 속에서, 원하지 않는 행동을 자신도 모르게 함으로써 가지게 되는 깊은 자책이 느껴져서 읽는 내내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런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고치고 싶어하는 마음도 지니고 계셔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첫걸음이 바로 그 ‘문제 인식’이지만, 아주 많은 분이 그 단계조차 시작하지 못하신다는 걸 생각해보면 사연 주신 분의 인식과 노력에 박수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저도 두 가지 이야기를 드리려고 합니다.

첫째.

폭력이나 화풀이의 대물림은, 나를 괴롭히고 나도 증오했던 부모의 특정 모습을 부모가 된 나 역시 반복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게 싫어했고, 나는 결코 그런 부모가 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지만, 어느새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많은 분이 가혹하게 자신을 비난하고 자학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잘못 생각하고 계시는 것이 있습니다. 그 반복은 절대 내 ‘의지’가 약해서 비롯되는 것이 아닙니다. 진짜 이유는, 자의건 타의건 내가 그런 반복을 하게 만드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즉, 마음이나 의지를 바꾸는 것보다 먼저 하셔야 할 일은 ‘환경’을 바꾸는 일입니다.

그토록 싫어하는 폭력이나 화풀이를 나 역시 무의식적으로 자녀에게 사용하고 마는 이유는, 그것이 ‘내가 아는 유일한 문제 해결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가족 사이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폭력이나 화풀이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며 자란 나에게,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해결방법은 바로 그 폭력이나 화풀이입니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이성적이기보다는 다분히 감정적이다 보니, 그 순간 떠오르는 그 방법으로 결국 나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고, 자녀를 훈육하는 것에는 수많은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배우셔야 하며, 그 방법 중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는 방법을 고르고 난 후, 의도적으로 그 방법을 반복하여 사용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배우고 고르고 반복하는’ 과정에서 대물림은 희미해질 수 있습니다. 그 방법들은 책이나 인터넷 검색으로도 가능할 것이고, 답변 마지막에 알려 드리는 상담센터의 도움을 받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가능한 ‘찾고 배우는’ 과정부터 ‘스스로’ 하시는 것이 더 좋습니다.

둘째.

폭력이나 화풀이가 대물림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폭력이나 화풀이가 피해자의 자존감을 낮추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가해자를 자신보다 우월한 존재로 인식시키기 때문입니다. 만약 성인이 되어서도 내가 가진 자존감이 낮으면 결국 피해자는 무의식적으로, 가해자가 했던 방식으로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보상하려고 합니다. 폭력이나 화풀이로 고통받았으면서도 이를 대물림하지 않는 분은, 자신의 의지로 충동을 자제한 면도 있겠지만, 낮았던 자존감이 회복되는 삶을 살아오셨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인정받고 성취하고 사랑받으며 자라는 경험은 개인의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그렇게 회복된 자존감은 절대 폭력이나 화풀이의 대물림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금 가장 먼저 하셔야 할 일은, 나 자신에게 ‘인정받고 성취하고 사랑받는’ 충분한 경험을 주는 것입니다.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에 관한 다양한 글이나 책을 보시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작은 목표부터 정해서 성취의 기쁨을 누리셔야 하며, 굳이 생색내지 않아도 나를 사랑해주는 연인을 만드셔야 합니다. 지금 사귀는 분과 헤어지시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분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려면 반드시 내가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누가 봐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려는 노력을, 비록 힘들더라도 꼭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만 꾸준히 하셔도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매사에, 항상, 아무 이유 없이, 무슨 일이 있어도, “웃고 미소만 지어도”, 사람들은 나를 가까이하고 싶어합니다.

혼자 극복하는 것이 힘들어 타인의 도움을 받고 싶으시다면, 개인적으로 오프라인 상담센터를 알아보시거나, 한국여성상담센터(http://www.iffeminist.or.kr/)에 전화(02-953-2017)해서 가해자 상담을 요청하시면 도움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렇게 내가 바뀌고 싶은 모습을 명확하게 만들고 노력하고 실천해나가시다 보면, 대물림도 생색도 반드시 해결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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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