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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은 인간관계의 결과물이다?
상담사 치아
2025. 6. 2. 12:13

저는 공포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주기적으로 봐주지 않으면 왠지 허전할 정도로요. 제가 생각해도 영화 취향 참 특이하다 생각했고, 심리학 공부 지식을 반영해서 ‘영화를 보면서 경험하는 공포의 카타르시스를 통해 평소에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건가?’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
그런데 상담의 ‘임상경험’이 점점 쌓여가던 어느 날 문득 깨달음이 왔습니다. “아, 나는 공포영화의 ‘공포’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관계’를 좋아하는 거구나.”라고 말입니다. 제가 상담사라는 직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유도 그렇거든요. 그런 깨달음으로 다시 바라보니 ‘귀신’은 전형적인 인간관계의 결과물이었습니다.
과거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귀신 중 다수는, 서민의 애환이 만들어낸 복수의 칼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권선징악, 인과응보라고들 하지만 실제 인생에서는 ‘나쁜’ 것들이 더 잘사는 일이 비일비재하잖아요. 신분제 사회였던 과거에는 더 그랬을 테죠. 횡포 심한 양반을, 폭력적인 남편을, 부조리한 관리를 벌할 수 없었던 우리네 백성들은 이야기 속에서라도 그들에게 복수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 마음이 ‘귀신’으로 승화된 거죠. 왕따의 가해자들이 멀쩡하게 잘 살아가는 것에 분노한 마음이 ‘학교 괴담’을 만들어내고, 가난한 자를 착취하거나 사기 쳐서 돈을 많이 번 탐욕스러운 부자나, 약한 자를 괴롭히는 악당을 벌하고 싶은 마음이 그들을 지옥으로 안내하는 저승사자를 만들어낸 것일지도요.
다른 종류의 인간관계의 흔적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박령(땅에 매인 영혼)은 인터넷이 없던 시절 모두에게 그 장소에 관한 위험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만들어낸 경고 사인일 수 있을 것입니다. 어두운 밤, 그것도 산길이라면 사고를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가 그런 상황에서 출몰하는 귀신을 만들었겠죠. 낯선 곳으로 이사 가서 새롭게 살 장소를 정하려면 모든 조건을 꼼꼼히 확인해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경고가 이사간 집에 거주하는 귀신을 만들고, 경사가 급한 도로에서는 안전 운전을 하라고, 낯선 곳에서는 사람을 비롯한 모든 것을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가 ‘도시 괴담’을 만들어낸 건 아닐까요?
저는 귀신의 존재를 믿지는 않습니다. 모든 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간의 경고가 만든 허구이거나, 인간의 불완전한 감각기관이 만든 허상이자 착각이라고 생각하죠. 사실 있다고 해도 그다지 무서워할 대상은 못 됩니다. 인간이 죽어 그 영혼이 귀신이 된 것이니, 그 귀신이 설사 실제로 존재한다고 해도 결국 최대한 나에게 할 수 있는 건 고작 죽이는 것뿐이니까요. 일단 죽고 나면 같은 귀신이 되어 제대로 한번 더 상대해주죠, 뭐. ^^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이 귀신을 무서워하는 건, 실제로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만들어낸 감정이 아닐지요?
우리는 언제나 ‘그것이 있다 혹은 없다’ 또는 ‘그것이 옳다 혹은 그르다’만을 생각하고 판단하곤 하지만, 사실 정말 중요한 건 ‘그 논쟁이 왜 생겼는가, 또는 그 논쟁을 만들어낸 사람의 의도는 무엇인가?’일지도 모릅니다. 무언가를 두려워하기 전에, 또는 무언가를 혐오하거나 배척하기 전에 그 이면에 숨은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조금 더 현명해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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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