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딸을 가진 아빠가 해야 할 일
상담사 치아
2018. 1. 19. 12:30
고백합니다.
저는 딸을 갖는 것을 그토록 소망했음에도, 딸이 태어나는 것을 걱정했습니다. 나 자신이 ‘남자’로서 한때 철없는 젊은 시절을 살아왔기에, 여성을 향한 남성의 욕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여성을 비하하고, 배제하고, 때로는 상처주고, 때로는 희롱해왔을 것이기에, 나 같은 ‘남자’가 넘쳐나는 이 세상에, 그 무서운 세상에 감히 내 소중한 딸을 태어나게 해도 되는지 걱정했습니다.
막는 게 전부일까요?
그런 내가, 그래 왔던 과거를 철저히 반성하고, 지금도, 또 앞으로도 절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나 혼자 맹세하면, 그렇게 모든 것이 해결되는 걸까요? 딸 아이를, 남자아이들이 모인 곳에 가지 못하게 하고, 밤늦은 시간에 귀가하지 않게 하며, 화장, 복장, 심지어 액세서리 하나까지 관여하고 규제하면, 그렇게 안전을 이유로 아이의 권리와 자유까지 박탈하고 나면, 드디어 딸을 가진 아버지로서의 걱정과 의무는 끝나는 걸까요? 그런 개인적인 사설경호가, 과연 낯선 곳에서 마주하게 될지도 모를 내 딸의 성추행 경험까지 막아낼 수 있을까요? 아무 죄가 없음에도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면서 살아갈 수 없는, 내 딸의 억울함은 어디서 보상받아야 하죠?
이제는 우리 남자가 해야 합니다.
(만약 당신에게 딸이 없음에도, 심지어 결혼하지 않았음에도 그렇게 행동한다면 더욱 바람직하겠지만,) 적어도 당신에게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딸이 있다면, 비록 남자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거나, 조롱받거나, 무시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젠 당당하게 말해야 합니다. 그러지 말라고. 당신이 틀렸다고. 우린 잘못 배운 거라고. 그게, ‘남녀’가 아닌 ‘평등한’ 같은 인간으로서, 우리 모두 함께 행복할 방법이라고. 혹여 그녀가, 당신을 단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비난하고 오해하더라도, 그녀를 그렇게 말하게 한 아픔을 준 ‘남자’로서, 그녀를 더욱 이해하고 그녀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게, 우리 남자가, 남자라서 더더욱, ‘페미니즘’을 알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상담을 원하는 분은, 사연을 이메일(orichia@naver.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보내주신 사연은 답장드린 후 바로 삭제합니다. 포스팅은 개인적인 내용을 모두 삭제하고 익명으로 진행합니다. 상담료는 아래 배너를 참고하세요.
성 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