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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를 바꿔도 될까요?

상담사 치아 2018. 4. 12. 12:41




치아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남자입니다. 염치 없이 또 신세를 지게 되네요. 다름이 아니라 요새 제 말투를 바꾸고 싶은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몇 년 만에 새로운 이상형의 여성을 본 것이 계기가 된 모양입니다.

평소의 제 모습대로라면, 이상형의 여자를 보고도 말주변 없어서, 할 말이 없어서라는 핑계를 대고 안절부절하며 머뭇거리다가 이도저도 아니게 됐을 겁니다. 즉 포기도 못하고 고백도 못하는 찐따로 머물렀겠죠.

그런데 지금은 이상합니다. 소심한 가면을 벗어버리고 여우처럼 변하고픈 음흉한 마음만이 가득할 따름입니다.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을 유혹할 수 있을까 잔꾀를 머릿속으로 설계해보기도 하고요. 더군다나 이상형의 여성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사회생활 도중에 장난스레 애교를 묻힌 말을 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외모로 칭찬을 들으면 평상시엔 수줍은 찐따처럼 '감사합니다' 하면서 웃고 넘어갈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자꾸 장난스럽게 '저 이래 봬도 왕년에 아이돌 소리 들었죠ㅋㅋ'라고 내뱉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타인에게 호의를 베풀고 나서는 고맙다는 인사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역시 널 도와주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거 알지? ㅋㅋㅋ 그러니까 커피 하나 사줘 ㅋㅋㅋ' 하면서 가볍게 맞장구 치고 싶어지기도 하고요.

문제는 여기서 드러납니다. 마음속에서는 수줍음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이면에 숨긴 여우를 드러내라고 외치는데 차마 행동으로 나타낼 용기가 없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이젠 어떤 말로 어떻게 상대방에게 친근함을 표현할지 알고 있지만, 막상 제가 변하고자 하는 모습을 사람들이 평소의 너답지 않아 적응이 안된다고 할까봐 걱정되기도 하고요. 특히나 애교를 부린 적이 살면서 단 한 번도 없던 제가, 갑자기 애교를 부리면 어색하게 나올까봐, 그게 살짝 걸립니다. 아니면 타인이 저를 보고 쟤 가증스럽다, 여우같다고 싫어할 것 같아요.

저도 가식적인 사람을 싫어해서 저 부분이 좀 걸립니다만 오히려 제 주변에 있는 친구들은 지금 제가 변하고자 하는 모습으로 사람들 호감을 사는 경우가 더러 있네요. 친구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 적당한 여우짓이나 말투가 사람들에게는 친해지고 싶다는 표현의 우회적 표현으로 수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불현듯 수줍어하거나 이성적이고 직설적인 것에 그치는 저 자신의 말투나 행동에 밋밋함과 염증을 느끼고, 저만의 색채를 띤 말투를 만들고픈 욕구가 생겼습니다. 한편으로는 20대에 이 질풍노도의 시기가 찾아온 탓에 혼란스럽기도 하고요. 저보다 더 많은 세월을 살아온 치아 선생님이라면 혜안을 가지고 이 혼란기를 수습하는 방법을 아실 것 같아 이렇게 긴히 도움을 청하는 바입니다. 그냥 변화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수줍은 척하는 가면을 던져버려도 될까요? 제 말투가 180도 바뀌어도 사람들은 그 변화를 긍정적으로 봐줄까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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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금 맞이하고 계시는 변화의 방향은 너무도 바람직해서 박수를 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여우처럼 음흉한’이라니요? 이렇게 바꿔 표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더없이 밝고 건강한.” ^^

물론 저런 말이나 태도를 보이는 것이 ‘재수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대개 진심으로 자신을 자랑하고 싶어하거나 온통 자기밖에 모르는 지독하게 이기적인 사람들입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배려 없고 이기적인 사람에게는 호감을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연 주신 분은 절대 그런(욕먹는)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사연 주신 분의 행동은 진심에서 터져 나오는 ‘거만함’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를 부드럽게 하려는 ‘노력’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그 차이를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습니다. 말로는 비난하더라도 분명히 얼굴은 웃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 역시 내가 시작한 ‘놀이’에 합류했다는 뜻입니다. 그 순간 인간관계의 친밀도는 급격하게 상승합니다.

지금 사연 주신 분의 행동을 막는 것은 사연에 등장하는 “걱정되기도 하고요.” “어색하게 나올까 봐” “싫어할 것 같아요.” 이 ‘걱정 삼형제’입니다. 의미 없는 이런 걱정부터 지워버리고 그냥 눈 질끈 감고 하시면 됩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처음에는 어색해하고 하지 말라 하고 장난 섞인 비난도 받게 되실 겁니다.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내가 하고 싶어 하는데. 곧 주변도 익숙해질 것이고 어느 순간 그것이 사연 주신 분 고유의 매력요소가 되어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사실 그들이 언제쯤 나의 행동을 받아들일 것인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건 내 인생이고 나에겐 하고 싶은 것을 해볼 권리가 있으니까요.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고 죽기에는 100년이라는 인생도 그다지 길지 않습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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