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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스러워지고 싶습니다.
상담사 치아
2018. 5. 15. 14:39
안녕하세요 치아님 20대 학생입니다 요새 한가지 고민이 있는데 그건 바로 제가 너무 어리다는 겁니다 젊다는 의미가 아니라 약간 바보같은, 세상물정 모르는, 성숙하지 못하다는 의미로 어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또래나 저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면 굉장히 어른스럽게 느끼게 되는 친구들이 있는데 잘 생각해보니 보통 두가지 경우더라고요
1. 자신의 장래계획을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잘 잡아놓고 실천하는 친구
2. 사소하지만 필히 알아야 되거나 알면 도움이 되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지식이나 상식들이 많은 친구 약간 경험으로 얻을 수 밖에 없는 그런것들요
근데 전 위의 두가지 모두 해당이 되지 않네요 그래서 저 스스로 어린애 같은 느낌이 드는 거 같습니다 바보같다고 들은 적도 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전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구체적인 것이 없습니다 제가 남들보다 강점인 것 한가지를 발견해서 그 길로 가야겠다, 라고는 정했습니다만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할 지 하고 싶은지 몇 년 뒤의 계획이나 그런게 없습니다 눈 앞의 과제나 몇 개월 뒤 시험을 그냥 준비하는 정도로 살고 있어요 열심히 하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깊은 생각 자체를 잘 못하는 거 같습니다
두번째는 그런거 있잖아요 생활력 강한 친구들. 생활에 밀접하게 필요한 여러 상식들이나 그런것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다른 친구들과 얘기할 때 제가 많이 모르고 있구나 생각이 들고요 경험 차이라고 생각을 합니다만.. 이걸 어떻게 좋게 해야 할까요? 단순히 경험을 많이 하면 되지 않겠냐 하시면 좀 어렵네요 뭘 어떻게 하면 될지
어른스럽다, 라는 게 정말 느낌적이어서 글로 쓰기가 쉽지 않네요 쓰면서도 맞는지도 모르겠고요 하지만 저는 정말 어른스러워지고 싶습니다 어리다는 말은 진짜 제가 그동안 한 게 없다라는 말처럼 들려서 고민을 하게 돼요 나이는 어른인데 생각은 나이만큼 자라지 않는다는 건 슬프고 남부끄럽기도 합니다
어른스러워질 수 있을까요?
치아님 나는 '나'를 그게 무엇이 되었든 다 바꿀 수 있나요?
저는 '현재의 나'와 '되고 싶은 나'가 있는데 노력해봐도 지금처럼 그렇게 살아와서 그런지 잘 바뀌어지지가 않아요
단순히 작은 습관 하나 바꾸고 싶은게 아니에요 예를 들면 생각과 행동, 분위기, 특징, 말투, 성격, 태도, 습관, 갖고 있는 장단점 등 자신의 근본적이고 전반적인 것들에 대해 바꾸고 싶어요 어떤 것은 조금 수정을 하고 싶은 것부터 어떤 것은 전과는 180도 다르게 바꾸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지금 제 모습을 싫어하진 않는데 만족하고 있지도 않은 거 같아요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나를 새롭게 디자인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부디 방법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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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금 이런 고민을 하고 계신다는 것에 진심으로 박수를 드립니다. 제가 “자신의 현재의 모습이나 미래에 대해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하고 계신다는 것 자체가 이미 무척 성숙한 것입니다.”라고 말씀드리면 분명히 ‘이 사람, 상담사로서 내담자 기분 좋으라고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하네.’라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결코 ‘마음에도 없는’ 칭찬 아닙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이고 그런 칭찬 받으실 만 하며 그만큼 성숙하신 것도 맞습니다. 세상에는 그런 고민조차 없는 젊은 분들이 넘치고 넘쳐나니까요.
저는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우열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정한 같은 조건만을 비교하면 분명히 우열이 보이겠지만 사람 전체로 보면 서로 다를 뿐이지 결코 누가 누구보다 더 낫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경쟁’에 익숙한 환경에서 양육된 우리는 타인의 그런 모습을 ‘다르다.’라고 보기보다는 ‘나보다 낫다.’로 보게끔 훈련되어 있습니다. 나보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나보다 노래를 못할 수도 있고, 나보다 부자인 아이가 마음은 나보다 더 황폐할 수도 있음에도 우리는 오직 하나 ‘공부’라는 조건으로 줄을 세우고 자신을 학대하는데 기가 막히게 특화되어 있습니다. 우리 죄가 아닙니다. 교리가 터무니없는 그 어떤 사이비 종교도 초중고 12년 세뇌되면 광신도가 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지금 당장 ‘타인과 비교하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습관부터 스스로 버리시기 바랍니다. 선생님이, 부모님이, 소위 ‘어른’이라고 하는 기성세대가 나의 뇌에 쑤셔 넣은 그 역겹고 더러운 습관을 지금 당장 나의 뇌에서 뿌리째 뽑아 쓰레기통에 버리시기 바랍니다. 그러시고 나면 제가 왜 박수와 칭찬을 드리며, 사연 주신 분의 모습을 성숙하다고 표현하는지 이해하게 되실 겁니다.
‘어른스러워지는’ 것은 지식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경험’으로만 가능합니다. 그리고 경험에는 절대적인 ‘소요시간’이 필요합니다. 즉, 사연 주신 분이 조바심내지 않아도 많은 경험을 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어른스러워집니다. 양질전환의 법칙이 있습니다. 일정량의 양이 쌓여야 질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이론입니다. 절대량이 쌓이지 않았음에도 그런 척 하는 것은 ‘허세’일 뿐입니다. 타인의 허세를 보고 자신을 비하하는 것은 더 없이 안타까운 행동입니다. 나는 그저 나만의 ‘길’을 가시면 됩니다.
지금 ‘내 길’을 모른다고 답답해하거나 초조해하지도 마세요. 그 불안은 100% 이해합니다. 20대 후반에 IMF 경제위기를 경험했던 저는 그 당시에 (1년도 넘게) 그렇게 평생 백수로 살아갈 줄 알았으니까요. 하지만 거짓말처럼 새로운 길이 다가오게 됩니다. 물론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안 되겠죠. 내가 할 수 있는 한 그게 무엇이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 노력의 방향이 굳이 명확한 미래비전이 아니어도 무방합니다. 그저 게으르지만 않으면 됩니다. 이미 ‘한 가지를 발견해서’라고 하셨으니 지금은 그걸로 충분합니다. 기회는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에게 정말 불현 듯 찾아오곤 합니다.
나의 어떤 모습을 바꾸고 싶다면 그 모습을 지니고 있는 멘토를 찾아 그 사람을 따라하시면 됩니다. 말투나 손짓 하나하나 깊이 관찰하고 신중하게 따라하세요. 나보다 우월한 사람을 따라하는 게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을 따라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내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어색할지 모르지만 곧 내 몸이 그 옷에 맞춰질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변해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것 하나만 잃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무조건 옳다.” 맞습니다. 나는 무조건 옳습니다. 그것이 과연 객관적으로 참인 명제인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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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