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사내 성희롱을 겪고 있습니다.
상담사 치아
2018. 9. 14. 13:08
안녕하세요. 치아님.... 고민 끝에 치아님 생각에 조언을 구해보려 합니다. 너무 괴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서요...
회사에서 성희롱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짓궂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가족 같은 분위기가 좋아서 회식 자리 등 빠지지 않고 친분을 위해 참석했고요. 참고로 술을 좋아하는 회사입니다.
근데 술자리에서 종종 음담패설이 오고 가네요. 저 정말 경악 했어요. 어이도 없구요. 제가 좀 언짢은 내색을 하니, 자기 합리화를 하더군요. 이날 이후 저 너무 언짢고 불쾌하고 괴로워요. 회식자리에서 웃고 같이 대화 하고 농담하고 했더니 우습게 보이나 싶고. 왜 편하면 수위조절이 안되는걸까 싶고.
한번은 바이어가 왔는데 남자직원이 커피를 가져 가니 이런 건 여자가 타줘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일단 회사 이미지를 생각해서 가지고는 갔으나 그러고 한마디 했습니다." 사장님~ 저 여자 아니예요~" 저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런 여자 아니라구요....ㅠㅠ 평소엔 젠틀하다 생각했는데,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회식자리에서 밑바닥이 보이네요.
지금 심정으론 이 회사 관두고 싶고. 관두더라도 사과를 받고 실업급여 해달라 하고. 그러고 싶어요. 아님 확 고소를 하고픈 생각도,,ㅠㅠ 누가 보면 뭐 이정도 일에 그러니 할지 몰라도,,,, 나라는 사람을 그런 시선으로 말들로 즐기는것 같아서 자존심이 상합니다. 남자들 사이에선 아무렇지 않은 일이겠지요...
하루에도 몇번씩 회사를 뛰쳐나가버릴까 싶고요. 자존감이 낮은건지 이런일로 막 자존감에 상처 입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싫은거 내색 안하는 성격이 못되어(그렇다고 뒤집어 엎지도 못하면서,,,ㅠㅠ) 얼굴에 티가 나요.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잘 헤쳐 나갈까요. 참고 회사 다녀야 할지... 다른곳도 남자들 많은곳 다 그렇겠죠? 애 있는 엄마인데도 아직도 이런 상황들은 웃으며 넘기기가 힘들어요. 나이든 아저씨들은 대체로 짓궂은것 같아서 아저씨들 혐오증도 생기려 하고요....ㅠㅠ
맘이 괴롭습니다...
-------------
“애 있는 엄마인데도 아직도 이런 상황들은 웃으며 넘기기가 힘들어요.” 이건 아이가 있는 엄마이건 결혼 안 한 싱글이건 아무 상관이 없는 문제입니다. 그 말씀에는 “이런 상황쯤은 그냥 웃어 넘겨주는 게 더 여유로운 것일 텐데.”라는 무의식이 담겨 있습니다. 절대 아닙니다. 웃으며 넘기기 힘든 게 아니라 절대 웃으며 넘기지 말아야 하는 소재입니다. 그러니 오히려 내가 아이가 있는 엄마라는 이유로 이런 상황을 웃어넘기게 되었다면 그건, 나도 모르게 세상의 불의와 타협하는 자세를 배웠다는 안타까운 뜻입니다.
“자존감이 낮은건지 이런일로 막 자존감에 상처 입는다는 생각이 듭니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설사 자존감이 높아서 이런 일에 상처받지 않고 의연할 수 있다고 해도 이런 일을 그냥 지나가는 것과 자존감이 높은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제가 싫은거 내색 안하는 성격이 못되어(그렇다고 뒤집어 엎지도 못하면서,,,ㅠㅠ) 얼굴에 티가 나요.” 아닙니다. 이런 일을 ‘싫은 거 내색 안하는 정도’로 대응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입니다. 얼굴에 티가 나는 것만으로도 부족한 사건입니다. 분명하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짚어주셔야 하며 그렇게 자신들이 잘못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셔야 합니다.
“회식자리에서 웃고 같이 대화 하고 농담하고 했더니 우습게 보이나 싶고.” 웃고 대화하고 농담하는 것으로 우습게봤다면 그 주체들이 쓰레기입니다. 그렇지 않은 건강한 남자도 많으니까요. 설사 우습게 보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말과 행동을 경고하지 않고 넘어가면 적어도 “아, 이 사람 앞에서 이 정도 수위는 괜찮구나.”라는 터무니없는 자기합리화는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 여자 아니에요.”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내 감정이 ‘너무 언짢고 불쾌하다.’라는 것을 분명하게 표현해주시기 바랍니다.
남은 걱정은 단 하나. 그렇게 하다 왕따 당하는 것, 그래서 직장을 떠나게 되는 것입니다. 남 일이라면 마음껏 그렇게 하라고 충고하겠지만 막상 내일로 닥치면 당장 먹고 사는 걱정부터 하게 되는 것이 우리네 서민의 아픔이니까요.
따라서 전략적으로 행동하시면 좋습니다. 우선 그런 상황일 때 표현은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들이 어떤 잘못을 하고 있는지 깨닫고 다음부터 자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러는 동시에 평소에 직장동료로서 상사, 선후배와 인간적인 친밀감을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그런 사안만 아니라면 ‘이 사람과 일하는 게 정말 좋아.’라고 그들 모두가 생각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회사 내에 ‘내 편’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럼 유사시에도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회사를 관두는 것은 마지막 선택사양이며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니 지금은 고민에서 빼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나갈 이유가 없습니다. 잘못은 그들이 한 것이니까요. 자존감은 이럴 때 사용하시는 것입니다. “나는 당당하고 의연하니 불편하면 너희들이 떠나라.” 항상 이 말을 가슴에 담고 생활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상담을 원하는 분은, 사연을 이메일(orichia@naver.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보내주신 사연은 답장드린 후 바로 삭제합니다. 포스팅은 개인적인 내용을 모두 삭제하고 익명으로 진행합니다. 상담료는 아래 배너를 참고하세요.
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