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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인데 잊지 못하겠어요.

상담사 치아 2018. 10. 24. 11:05

 

 


안녕하세요. 그 동안 블로그 글만 보다가 이렇게 상담 메일을 보내려니 매우 어색하네요. 여기로 이렇게 보내는 것이 맞나요?ㅎ 답답하고 어지러운 마음에 상담 메일을 보냅니다.

남자를 만났습니다. 몇 번 만난 후 잠자리를 갖게되었고 딱히 사귀자는 말은 듣지 못한채로 어쩡쩡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중 서서히 연락은 줄어들고 만남도 줄고, 만날때마다 관계만을 갖는 관계가 되었고.. 머리로는 소위말하는 '섹파'인걸 알고있었지만 계속 정이들고 끊어내지 못하는 애매한 관계가 되었습니다..저를 어장관리하는 느낌이 들고 정말 끊어내야 되겠다 다짐했지만 연락이 오면 한없이 흔들리는 저였습니다.

그러던 중 그남자가 애인이 생겼었다는 것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고있었구요. 일찍 헤어진 것 같긴 하지만.. 저를 만날때 돈을 아끼는 모습 저에겐 자주하지 않던 연락을 그 여자와는 핸드폰을 붙잡고 계속 카톡을 하는 등 모습에 한번 크게 충격을 받고 자꾸 내가 못나서 그런거라고 생각하고 항상 화살이 저에게 돌아와 상처받고 힘들어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특히,  산부인과에 다녀와 hpv 감염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죠.

그남자의 카톡을 보니 또 여성이 있는 듯한 애매한 프사가 걸려있더군요.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이렇게 써놓고 보니 정말 개새끼네요. 근데 바보같이 끊지 못하는 저도 미치겠습니다.ㅠㅠ 이왕 끝낼서 만나서 술이라도 한잔하면서 허심탄회하게 내 얘기를 속시원하게 울고불고 다 털어놓고 끝내고 싶은데 그렇게 하기엔 내가 너무 미련있고 아쉬워하는 입장으로 비춰질까봐..

머리로는 바쁘게지내고 더 예뻐지고 나를 위한 시간과 투자를 해서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 죽은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신경도 쓰지말아야지하는데 울적하네요 이렇게 써놓고 보니 그사람은 절 안좋아하는것같아요, 제가 안좋아하던 남자들에게 하던 모습인걸요.. 일단 전화번호와 카톡에서 지워둔 상태입니다. 차마 차단은 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연락이 오면 또 흔들릴까봐 무섭네요ㅠㅠ

그 사람때문에 마음앓이한 지난 시간이 아쉽네요. 혼란스럽고 답답한 요즘입니다. 요즘은 미치도록 연애하고픈 감정은 없지만 그냥 평범한 연애가 하고싶습니다....서로 밥은 먹었는지 잘잤는지 안부를 확인하고 소소하게 데이트하는 그런 연애요.. 그리고 그 사람이 천벌받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그 사람손에 놀아나지 않는 현명한 여자였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던거 같아요

최고의 복수는 역시 제가 그사람 신경도 안쓰고 잘나가는 거겠죠??ㅠㅠ 머리로는 알지만 그저 혼란스럽다는 말이 맞는거 같네요 마음이 아파요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겠죠. 그사람 나쁜거 맞죠..ㅠ 휴 그사람 잘 잊을 수 있겠죠...저 어떻게 해야될까요..

두서없고 긴 글 끝까지 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한결 마음이 조금 정리가 되는 것 같네요. 그리고 치아님의 관계 책도 읽은 나름 치아님의 팬입니다.ㅎ 오늘하루도 좋은하루 되세요.^^

마음이 아픈 상담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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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 마음이 조금 정리가 되는 것 같네요.’라고 하셔서 참 다행입니다. 사실 내 안의 많은 고민들은 꺼내서 글로 적기만 해도 ‘내 몸에서 떼어놓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 사람 나쁜 거 맞죠?”
네. 맞습니다. 처음부터는 모르겠지만 일정 시점 이후에 보이는 모습은 전형적으로 사연 주신 분의 육체만을 탐하는 분입니다. 그 과정에서 ‘감언이설’도 사용할 줄 아시는 것이나 인유두종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것으로 봐서는 그 대상이 사연 주신 분만도 아닌 듯싶습니다. 결과적으로 사연 주신 분의 인생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남자입니다.

“그 사람 잘 잊을 수 있겠죠...저 어떻게 해야될까요?”
라고 말씀하셨지만 사실 이미 사연 주신 분이 하시면 좋을 가장 바람직한 행동은 이미 메일에 적어 두셨습니다. 하지만 하지 못하고 계시죠. “차마 차단은 하지 못했어요.” 왜 ‘차마’인지 모르겠지만, 차단하시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그 사람이 천벌 받았으면 좋겠어요.”라고까지 말씀하시는 분이 왜 차단을 하지 않고 계실까요? “내가 그 사람 손에 놀아나지 않는 현명한 여자였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던거 같아요.”라고 분명하게 후회하고 계신다면 지금이라도 반드시 차단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똥을 밟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외출을 하지 않는 것이니까요.

“바쁘게지내고 더 예뻐지고 나를 위한 시간과 투자를 해서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 죽은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신경도 쓰지말아야지하는데.”
한 문장만 빼고는 이 말이 정답입니다. 내가 더 예뻐지거나 나를 위해 더 많은 시간과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는 오로지 ‘나’를 위해서입니다. ‘그 사람이 후회하는 것’ 따위는 손톱만큼도 내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일 바람직한 복수는, ‘그 사람을 후회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후회하거나 말거나 일말의 관심도 없는 것’입니다.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겠죠.”
당연합니다. 이건 어설프게 위로하려고 드리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근거가 확실한 과학적인 명제입니다. 그분은 결코 ‘좋은 남자’가 아니었기에 그분보다 덜 좋은 남자를 만날 확률은 크지 않으니까요.

꼭 ‘차단’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메일을 읽는 지금 바로 핸드폰을 들어서 말입니다. 그에게 하는 사소한 복수는 거기까지입니다. 이후부터는 그저 내 삶을 살아가는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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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