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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가정폭력 때문에 고통스럽습니다.
상담사 치아
2018. 11. 15. 18:22
안녕하세요 치아님.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치아님의 블로그를 알게 되었습니다. 치아님의 진심어린 상담에 위로받는 사람들을 보고 저도 상담을 부탁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이메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치아님.
저희 아빠는 어렸을때부터 술만 드시면 가정폭력을 행하셨습니다. 친척들도 아빠가 술을 먹고 가정폭력을 일삼을때마다 혼도 내보고, 타일러도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술을 안 드실 때는 괜찮습니다. 자상하거나 친근한 아빠는 아니지만 적어도 폭력을 사용하거나 욕을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술만 마시면 사람이 달라집니다.
그럴때마다 경찰을 수차례 부르다 가정폭력이 극심해서 경찰 입회하에 정신과를 간적이 있었습니다. 약은 얼마간 먹었지만 그 후 다시 병원을 가진 않았습니다. 요즘은 술 마시는 양과 시간도 많이 늘고 해서 더 심해진것 같습니다.
밤마다 아빠가 술을 많이 먹고 들어올까봐 무서워서 잠을 제대로 못잡니다. 이 사실을 아는 친구들은 저보고 나가라고 합니다. 저는 나가면 상관없지만 혼자 남아있을 엄마가 걱정이 되어서 엄마보고도 같이 나가자고 하니 엄마는 안된다고 하십니다.
아빠는 술먹고 다음날 왜 그랬냐고 물으면 대답을 피하고, 기억이 안난다고 얘기합니다. 술을 많이 먹지마라. 술을 안먹어야된다. 본인도 알고 있는데, 술을 먹는 건 어쩔수가 없다고 합니다.
저와 엄마는 매일 눈물로 아빠가 달라지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과연, 병원만이 답일까요? 답을 찾기 위해서 인터넷을 검색했는데 모두 병원에 가라는 말뿐입니다. 어떤사람은 병원에 가니까 더 심해진다고, 보내지 말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아빠를 저지하러온 경찰들에게도 병원가면 되냐니까 병원가도 본인이 고치고자하는 의지가 강해야된다고 하더군요...아빠때문에 저희가족은 너무나 힘이 듭니다.
인터넷에는 해결사례는 없으니 너무나 답답하고, 어찌해야될지 모르겠습니다. 이대로 우리 가정 산산히 부서지는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정보다 더 힘든 가정도 열심히 살던데 저희 아빠는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답답한 마음에 애원도 해봤지만 들을 때만 진지할 뿐 달라지는것이 없었습니다.
너무나 힘듭니다. 치아님... 치아님의 진심어린 조언과 상담이 절실합니다. 저희 가정이 회복될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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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경찰신고를 포함한 정말 많은 경험을 하셨기에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상담의뢰를 하신 것 같아 마음이 더 무겁습니다. 왜냐하면 이 답장 속에도 사연 주신 분이 원하는 ‘해답’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ㅠㅠ
우선 꼭 이해하셔야 하는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누군가의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오직 한 명, 바로 ‘자신’뿐이라는 것입니다. 즉, 안타깝지만 사연 주신 분이 아무리 노력하신다고 해도 아빠의 변화는 오지 않습니다. 경찰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아빠 본인이 고치려는 의지가 있어서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닙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사연 주신 분이 지금 선택하셔야 할 가장 바람직한 행동은 ‘독립’해서 가족으로부터 자신을 분리시켜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빠를 포함한 온 가족을 모두 자신의 인생 테두리에 넣고 생각하고 또 생활하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주위에서, 혼자라도 독립하라고 이야기해줘도 혼자 있을 엄마가 걱정되어서 나가지 못한다고 말씀하시면서 말입니다. 마음이 참 착하신 분입니다. 하지만 마음이 착하다고 자연재앙이 일어났을 때 그 사람만 살아남진 않습니다.
바다 한 가운데에서 배가 난파해 가라앉고 있습니다. 그 배에는 4인 가족이 탔는데 구명조끼는 단 하나입니다. 심지어 모두 다쳐서 피를 흘리고 있어 단 한 사람만 구명조끼를 입고 헤엄칠 수 있습니다. 구명조끼를 입고 조금만 헤엄쳐 나가면 다른 안전한 배를 만날 수 있지만 그 사람은 가족을 버리고 자기만 살 수 없어서 구명조끼를 버려둔 채, 가족과 함께 가라앉고 있습니다. 막연히 누군가 와서 구해주기만을 기도하면서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결정은 구명조끼를 입고 나갈 수 있는 사람 1명이라도 입고 나가서 안전한 배에 타는 것입니다. 운이 좋으면 그 배가 구명조끼 입은 사람도 구하고 가라앉은 곳으로 와서 나머지 사람들을 구해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구명조끼를 입고 나가지 않으면 그 가능성마저 사라져 그저 가족 모두 익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부터 드리는 제 이야기는 무척 불편하실 겁니다. 하지만 꼭 진지하게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사연 주신 분이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행동은 집으로부터 ‘독립’하시는 것입니다. 그렇게 내가 먼저 살고 나서야 비로소 어머니도 돌볼 수 있고, 아빠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계속 집에 함께 계신다면 아무것도 나아지는 것은 없습니다. 물론 엄마를 설득하시면 더 좋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신념이 강하시다면 그건 곧 엄마의 인생이고 엄마의 선택입니다. 왜 엄마는 엄마의 인생을 선택하고 결정하는데 사연 주신 분은 사연 주신 분의 인생을 선택하고 결정하지 못하시는 지요?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독립을 고민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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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