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여러분, 남성도 같은 피해자이자 동지입니다.
“뭐야, 사내자식이 쪽팔리게 질질 짜기나 하고.” “남자가 돼서 힘이 그것밖에 안 되냐?” “남자가 그것도 못해?” “야, 남자가 쪽팔리게 그런 걸 하냐?” “친구랑 싸우고 얻어맞으면 집에 들어오지도 마. 차라리 때리더라도 맞진 말란 말이야.” “그게 무서워? 야, 너 남자 맞아?” “너 게이냐? 어떻게 그런 걸 좋아해?”
여성분들이 어려서부터 수많은 성폭력과 성차별을 경험하는 것처럼 남성들 역시 어려서부터 수많은 왜곡과 강박에 시달립니다. 둘은 그 심각성 면에서 비교될 수 없다는 지적은, 우린 지금 누가 더 불행하게 살았느냐를 겨루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둘은 별개의 상황이 아니라 정확하게 원인과 결과로 맞물려 있으니까요.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면서 자란 아이가, 남자에게 폭력은 자부심이라고 교육받아온 아이가, 남자라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남자니까 해야만 하는 것이 명확하게 구분된 사회에서 자라온 아이가 ‘타인을 배려하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며 타인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느끼는’ 성인 남자로 자랄 가능성은 0%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라온 남성 중 일부가 성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것이고요.
일부 남성들의 잘못된 행동에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 아닙니다. 대다수의 남성들은 오히려 그런 잘못된 행동을 하는 남성들을 혐오합니다. 하지만 페미니즘 운동을 하는 분들 중 일부는 (저는 대부분의 페미니스트 분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왜곡된 사상에 갇힌 페미니스트분들이 전체 페미니즘 운동의 물을 흐리고 있죠.) 남성이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려 하지 않고 일부 남성의 행동을 일반화하여 남성 전체를 계몽해야 하는 대상이나 적으로 규정합니다. 선정적인 것을 탐닉하는 매체의 속성 상 그들의 목소리는 유난히 크게 매체에 언급되고, 이는 다시 전체 페미니즘 운동의 건강한 흐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남녀 구분 없이 건강하고 평등하게 함께 행복하자는 페미니즘에 대해 일부 여성분들조차 오해하고 비난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남성도 여성과 함께, 잘못된 고정관념과 가치관의 ‘피해자’이며 따라서 둘은 이 사회를 건강하게 바꾸는 데 함께 해야 하는 ‘동지’입니다. “남자가 문제”라고 말하는 대신, 일부 남성의 그런 행동을 막을 수 있도록 함께 행동하는 동지가 되어 달라고 남성에게 손을 내밀고, 혹시 나도 그런 ‘왜곡된 남성성’에 대한 편견으로 나도 모르게 남자친구나 남자형제, 아들에게 그런 표현을 하고 있진 않은지 반성하며, 남자와 여자가 동지로서 함께, 같은 길을 나란히 어깨 걸고 행진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 사회가 더 건강하게 진보할 수 있고 그만큼 우린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