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여동생이 불쌍합니다.
치아님..그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을수 없고, 말할수 없어 답답한 마음에 상담 드립니다. 저와 동생은 어려서부터 무척이나 친한 자매였습니다. 그러다 지금은 서로 결혼해서 타지에 살고 있습니다.
동생 부부의 자세한 속 사정은 모르겠으나, 어떠한 이유로 제부가 외도를 했고 (지속적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업무 및 직책상 접대 이런 느낌)으로 일회성 만남으로 여러번 간 것을 동생에게 들켰습니다. 동생은 분노 하였고, 제부는 그 행동을 잡아떼다 결국엔 이렇게 안하는 남자가 어디 있냐,, 일하다 보면 그런 자리에 다 가게 되어있다는등..상식밖의 발언을 하였고, 오히려 동생에게 역으로 네가 내가 그렇게 가게끔.하지 않앗냐는 등.. 역정을 낸 것 같습니다.
동생은 .고민끝에 저에게 이런 상황을 고백했고 저도 여자인지라.동생의 마음에 공감을 하며
제부에게 충고를 했지만 그다지 달라지는 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술만 먹으면 반복되는 폭언, 외도, 핑계는 동생의 집착 때문이라고 하는데 동생의 하소연과 이야기를 듣다보면 안쓰럽다가도 답답함에 이제 제가 미쳐버릴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데 뭘 해줘야 할 지도 모르겠어서 답답하구요. 남편에게도 털어 놓을수 없는 이런 가족의 상황을 무시할 수도 없고 너무 힘이 듭니다. 저 말고 다른 형제는 일부러 외면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불쌍한 제 동생 어떡하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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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이야기에 사연 주신 분은 “무슨 상담사가 이래?”하실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꼭 한 번 읽어봐 주시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해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비행기 사고 시 천정에서 내려오는 산소마스크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보호자가 먼저 착용하시고 자녀에게 착용해주세요.” 아이도 지금 당장 산소가 필요한 위급한 상황에서 왜 여기에는 ‘이기적’이게도 어른부터 착용하라고 쓰여 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내가 살아야 내가 보호할 사람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어떤 상황에서건 ‘내’가 사는 것이 먼저라는 뜻입니다.
사연 주신 분은 현재 동생분의 상담사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형제마저 외면하는 와중에 동생분의 말을 들어주고 계신 유일한 분이니까요. 동생분에게는 사연 주신 분의 존재가 얼마나 감사할까요. 표현할 여력이 없을 지도 모르겠지만 내심 정말 고맙게 생각하실 겁니다. 그리고 사연 주신 분이 들어주고 계시기에 동생분은 더 버틸 수 있는 힘을 내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사연 주신 분이 “동생의 하소연과 이야기를 듣다보면 안쓰럽다가도 답답함에 이제 제가 미쳐버릴 것 같습니다.” 라던가 “너무 힘이 듭니다.”가 되신다면 안타깝게도 동생분의 유일한 희망이 무너져 가고 있는 것입니다. 동생분은 “언니가 무조건 나 대신 어떤 행동을 해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사연 주신 분은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라는 강박관념에 스트레스를 받고 계시는 것입니다. 하지만 동생분의 일에서 사연 주신 분이 적극적으로 하실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혹시 가능하시다면 동생분을 심리상담사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인도하시는 정도?
사실 사연 주신 분은, 동생분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역할을 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동생분께는 무척이나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러니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라는 생각 때문에 지치고 힘들어지시면 안 됩니다. 이제 그런 강박관념은 버리시고 그저 동생분의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상담사 역할 정도만 해주세요. 물론 그 모든 이야기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셔야 합니다.
매일, 그리고 하루 종일 힘들고 괴로운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만나는 상담사나 사회복지사 같은 직업을 가진 분들은 과연 어떻게 하루하루를 버텨나갈까요? 비록 나의 일은 아니지만 그분들은 모두 상대의 고민을 마치 나의 고민처럼 생각하십니다. 그렇게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도록 교육받았고 훈련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니 그런 상대에게 빙의될수록 상담사나 사회복지사도 아프고 괴롭고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힘듭니다. 사회복지사 분들은 이 아픔을 어떻게 털어내시는 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상담사들은 하루 일과를 마치면, 오늘 내 마음에 쌓였던 모든 내담자분들의 아픔을 내 몸에서 털어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살 수가 없으며 그렇지 않으면 내일 다시 다른 분의 이야기를 들어드릴 수가 없으니까요.
동생분께 그저 따뜻한 상담사가 되어주세요. 그리고 동생분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그날 저녁에 말끔히 내 몸에서 털어내어 주세요. 그게 사연 주신 분이 하셔야 하는 가장 ‘바람직한’ 행동입니다. 그 이상은 무조건 ‘욕심’이니 꼭 버릴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동생분의 인생은 동생분이 직접 헤쳐 나갈 수 있도록 곁에서 응원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