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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좋아하던 남자와 잤습니다.

상담사 치아 2019. 4. 22. 10:37

 

좋아하지만 고백하지 못하고 있던 남자가 있습니다. 짝사랑입니다. 둘이 만나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어서 고백할 용기는 내지도 못했습니다. 꿈도 꿀 수 없었죠. 하지만 그 남자는 알고 있습니다. 제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것을요.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좋으면 나랑 잘래?”라고 말한 적이 있거든요. 난 사실 너무 그러고 싶으면서도 무서웠어요. 아직 남자랑 잔다는 건 나에게 두려운 경험이거든요. 그래서 나에게 용기가 생기길 기다리고 있었죠.

 

근데 그 남자가 제 친구와 섹스한 걸 알아버렸습니다. 친구가 말해줬어요. 그 남자가 너무 보채서 한 번 해줬다고. 근데 그 친구는 저의 둘도 없는 절친이고 내가 그 남자 때문에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친구입니다. 어떤 이유로 힘들어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친구였죠. ㅠㅠ

 

친구는 자고 보니 이 남자 정말 쓰레기였다고 말했고 그런 남자 빨리 미련을 버리라고 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나 말고도 많은 여자들에게 그런 대시를 하는 바람둥이 남자니까요. 그런데 왜 그걸 하필이면 내 절친이 확인해주어야 하는 걸까요? 왜 하필이면. ㅠㅠ

 

어차피 그 남자는 제 인생에서 없어지는 게 더 좋을 사람이라 이렇게 된 마당에 미련은 없어요. 깔끔하게 끝내게 해준 친구가 은인이고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기도 해요. 그치만 팔에 붙은 거머리 하나 떼려고 팔 한쪽 자른 느낌이네요.

 

그런데 어느 날 친구와 그 남자가 나란히 걸어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하... 이건 또 뭔가요? 저는 그날후로 지옥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 두 명은 발 뻗고 잘만 잘 텐데 저만 아프고 힘든 것만 같습니다.

 

제가 그토록 아끼고 잃고 싶지 않았던 친구였는데 이제는 그 남자와 같은 인간쓰레기로 느껴집니다. 뭐든지 대화로 풀고 싶은 친구였는데 이제는 이런 말을 해주는 거 조차도 아깝게 느껴집니다. 그냥 아무 말 없이 끝내버리고 싶습니다. 그들한테 제가 얼마나 우스운 존재일까 싶고 계속 바보 취급만 당하는 것 같네요. 한번 바보 된 거로 충분한데 두 번 세 번 바보 되는 거 이제는 못하겠네요.

 

괜히 제 친구 욕될까봐 어디다 말도 못하고 있었는데 여기다라도 이렇게 말하니 시원하네요. 정말 감사해요 이 메일을 보냄과 동시에 친구와의 인연도 끝낼 수 있을 것 같네요  저 괜찮을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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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의 마지막에 “이 메일을 보냄과 동시에 친구와의 인연도 끝낼 수 있을 것 같네요.”라고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연을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 바로 ‘도대체 이런 인간들과 왜 관계를 이어가고 계시는 걸까?’였으니까요.

 

사랑하는 연인이건 우정이 깊은 친구이건, 사람과 사람사이에 가장 필요한 건 바로 ‘신뢰’입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믿음이 없다면 그 관계는 결코 ‘진심’이 될 수 없는데,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고 공유하게 되는 연인이나 친구라는 인간관계는 ‘진심’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그녀가 내가 좋아하던 남자와 섹스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절교하기 다소 찝찝할 수 있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결정임에도 왠지 괜스레 내가 마음이 좁은 사람이 되는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으니까요. 바람직한 일을 했는데도 쓸데없이 죄책감을 느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녀는 섹스를 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일에 대해 나에게 거짓말을 했고 오히려 둘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토록 고마운 일이 또 있을까요? 이건 ‘그들에게 내가 얼마나 우스운 존재일까 싶은’ 소재가 아니라 쓰레기와 폭탄이 만나 멋지게 자폭하는 짜릿한 개그스토리의 서막일 뿐입니다. 바보는 내가 아니라, 자기들이 쓰레기이고 폭탄인지 모르고 만나고 있는 그들인 셈이죠. 내가 해야 할 일은 그 이후로 ‘지옥 같은 날’을 보내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안도의 한숨’을 쉬고 룰루랄라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일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그 남자를 사모하고 그녀를 친구라 생각하며 내 소중한 것들을 퍼주고 있었을지 모르니까요. 저는 사연 주신 분이 그랬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훨씬 더 등골 서늘합니다. ㅠ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법입니다. 이제 새로운 연인과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야 하는 ‘설렘’이 내 인생에 생겼습니다. 이런 행복한 감정을 선사한 그들에게 진심이 담긴 ‘감자’ 하나 먹여주고, 난 쿨하게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 위한 멋진 여정을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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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