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이 남친을 싫어하십니다.
안녕하세요. 쌀쌀한 봄날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지요? 예전에 한번 소소한 상담을 받았던 일이있었는데 2년정도 지난것 같습니다. 그때 이후로 치아님의 블로그를 가끔 들락거리며 다른 분들의 사연으로도 위로받고 지지도 받았습니다. 상담을 받지 않아도 고민거리가 생기면 상담을 받아볼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힘이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에너지를 받았습니다.정말 존재자체로 저를 많이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싶어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엔 심적으로 매우 지쳐있어서 혼자 이겨내기가 힘들어서 이렇게 상담 드립니다. 오래 사귄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초반엔 거의 매일 만날정도로 서로의 개인적인 시간이 부족할정도로 빠져있었죠. 나중에는 그게 서로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서로 느껴서 일부러 쉬는날도 정할 정도로 서로 생각하고 배려하고 이야기도 많이하면서 정말 이쁘게 사귀고 있구나 스스로 행복하고 만족하는 관계였습니다. 그런데.
저희 집은 종교가 신실합니다. 저도 그렇구요. 목사님께서도 오래동안 알고 지내는 분이라 관계가 긴밀하고 저를 딸처럼 생각하시고 계세요. 그래서 교회에 남자친구를 데려와보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고 저도 남자친구의 새로운 모습이 궁금해서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권했습니다. 남자친구는 좀 완강하게 싫어했어요. 평소 자존감 높고 자기 자신을 좋아하는 편이라 종교가 없는 그런 자기자신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제가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경험해봐달라 라고 이야기 해서 몇번 나가게 되었는데 그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 뒤에 목사님과의 관계가 조금 틀어졌습니다.
어머니께서도 자기주장이 강한면이 있어 싹싹한 사위가 되진 않을것같다고 조금 탐탁치 않게 생각하셨는데 그냥 그렇게 일이 마무리 되는가 했습니다. 그런데 몇달 뒤에 어머니께서 "교회 3년 이상 다니지않으면 결혼을 허락하지 않겠다." 라고 조건을 거시더라구요. 저희 가족을 이해하려면 종교를 믿지는 않아도 이해는 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물론 어머니께서 어린 딸이 걱정이 되고 또 딸을 위해서 쓴말을 자처해서 하신건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조건을 거신 부분이라 저도 남자친구도 많이 당황해 했죠.
그런데 남자친구는 그런 조건에도 교회를 나가지 않는쪽을 택했습니다. 아직 결혼을 생각해본적도 없기에 결혼에대해 생각하게되면 다니겠다고 했죠. 솔직히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저나 저희 어머니께서 요구하는것이 강압적으로 이야기한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서 저도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습니다.
그 뒤에 또 잠잠히 만났죠. 그런데 올해 초 목사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이 보기에는 그 남자친구는 아닌것 같다구요. 그동안 오빠와의 연애에 문제가 있을때 이야기도 나누고 했었는데 그런 이야기들을 종합했을때 연애기간에 남자들은 무의식으로도 상상을 초월하는 힘으로 여자에게 어필하는데 그 기간인데도 불구하고 장모가 될수 있는사람이 건 조건이나 너의말을 들어주지않는데 앞으로 갈수록 너가 더 힘들게 될수도 있다. 라는 의견이었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목사님께서 어머니께서 남자친구와 헤어졌으면 하는 의견이고 남자친구는 목사님을 질색팔색하게 생각합니다. 당연하죠. 제 뒤에서 계속 헤어지라고 종용하는 걸로 느껴질 테니까요. 남자친구는 항상 제 의견을 말해달라고 합니다. 목사님에게 세뇌당해서 이야기하지말고 너가 생각하고 선택하라고요.
목사님은 정말 현실적으로 남자친구의 외모 학력 직장 가정환경을 보시면서 저에게 더 많은 남자를 만나보라고 하십니다. 연애는 그냥 알아서 하고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제가 더 풍족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독한말씀을 하시는걸로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남자친구가 그저 스스로에게 만족하지않고 나아갔으면 하고 감정이 상하면 비꼬면서 이야기하거나 상처받는 말투로 거칠게 이야기하는 점을 개선했으면 좋겠습니다. 자만하지않으면서도 당당하게 그리고 더 수용적인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제가 함께 상의하고 고민하고싶은 남자친구에게는 이야기를 꺼내려고하면 차단이 되버립니다. 몇개월간 제 안에서 끓이고 또 끓이고 처음에는 혼자서 해낼수 있다고 힘이넘쳤습니다. 이제는 지쳐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쓸쓸합니다. 잘하고있는지도 뭘해야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교회에서도 털어놓으면 남자친구와 약속을 어기는것같아서 교회 사람들이 오빠를 밉게볼까 그거에 제가 상처받을까 말하지못하는 제가있습니다. 종이괴물이 너무 제 안에서 커진거겠지요..
오늘 남자친구에게 이 맘을 털어놓으려고 합니다. 바라는것 없이 그냥 마음을 주고받자구요.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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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자체로 저를 많이 도와주셔서’라고 말씀해주셔서 얼마나 가슴이 뜨거웠는지 모릅니다. 제가 조금이나마 다른 분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언제나 상담을 이어가는 데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립니다. ㅠㅠ
타인에 대해, 조언은 할 수 있어도 타인의 변화를 요구하거나 타인에게 특정행동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하면, 비록 부모라고 해도 자녀에게 누구를 만나라 마라고 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상대가 더 잘됐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분들의 판단이 무조건 옳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물론 그 판단이 틀리다는 게 아닙니다. 그런 마음은 전달만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라는 뜻입니다. 결국 판단과 결정은 ‘내’가 하는 것입니다.
저는 사연 주신 분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깊이 남친분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미 많이 이해하고 계시지만 말입니다. 종교를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품성을 오해받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한다는 건 다소 억울한 일일 수 있습니다. 정말 종교는 사랑에 우선할까요?
내 인생은 나의 것입니다. 사연 주신 분이 진심으로 남친분이 교회를 다니지 않으면 계속 사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신다면 아무 문제없습니다. 이건 내 인생이고 그건 내 의지이니까요. 하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이 온전히 내가 만든 생각이 아니라면 어느 순간 한번쯤은 그 모든 것을 지운 채 오직 ‘나’와 ‘남친’만을 남겨두고 상황을 판단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조금만 더 남친에게 빙의되어 남친의 마음을 시뮬레이션 해보시길 부탁드립니다. 두 분이 서로의 입장이 되어 대화를 나눠보는 역할극을 해보셔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권한다면 호기심이나 사랑의 힘으로라도 낯선 종교를 선택해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오로지 그 사람의 ‘선택사항’입니다. 절대 그것으로 ‘평가’되거나 그것으로 ‘단죄’되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인생 역시 그 사람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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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