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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생리한다면

상담사 치아 2019. 10. 13. 12:35

 

 

타인의 죽을 것처럼 고통스러운 상처보다 내 손가락에 박힌 가시가 더 아픈 건 인지상정입니다. 타인의 고통은 내가 경험할 수 없지만, 내 손가락의 가시는 너무도 선명하게 그 아픔을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 너무도 당연한 결과입니다.

 

제삼자인 상담사가 보기엔 부부 모두에게 일정 정도 책임이 있는 부부 사이의 문제에서도, 대개의 남편과 아내는, 상대에게 서운했던 점, 상대가 자신에게 잘못한 일, 그로 말미암아 자신이 받은 심적 고통만을 주로 이야기합니다. 나 때문에 상대가 받았을지도 모를 상처는, 비록 상대의 말을 통해 듣게 되더라도, 깊이 공감하기 어렵죠. 오히려 본능적으로 대응 논리를 만드는 경우도 무척 많습니다. 상대의 말이 끝나면 바로 반박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저 “그랬구나. 몰랐어. 아팠겠다.” 한마디면 모든 것이 해결될 상황에서도 말입니다.

 

그렇기에 모든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신의 한 수는 바로 ‘공감’입니다.

 

페미니즘, 성별 갈등 등 많은 남녀 사이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요즘, 저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남녀가 서로의 상황을 직접 경험할 수만 있다면 화성인과 금성인은 모두 지구인으로 귀화하여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예전 한 TED 강연에서, 여성 심리학자의 고백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의학적인 이유로 6개월간 남성호르몬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 기간에 지나가다 만나는 매력적인 남성만 보면 강한 성욕을 느끼곤 해서 정말 당황했다.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강렬하고도 지속적인 성욕이었다. 이후 난 남자들이 왜 그리 야동에 집착하고 거의 매일 섹스를 생각하며 사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생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불편하고 아프고 냄새나고 다소 민망하다고도 생각하는 이 경험을 여성들이 얼마나 또 왜 티 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는지 남성도 직접 경험할 수만 있다면, 생리 중이어서 섹스를 거부해야 하거나, 유독 특정 기간에 감정이 예민해지는 등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경험해야 하는 고통과 불편함을 더 잘 이해하고, 그로 말미암아 남녀 간의 갈등은 훨씬 줄어들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영상은, 생리대를 대체하는 위생 팬티 브랜드 띵스(Thinx)의 광고입니다. “만약 남자도 생리한다면, 남녀 모두 서로에게 더 편할 텐데(If we all had them, maybe we’d be more comfortable with them).”라는 마지막 카피가 꽤 와닿네요.

 

지금 만약 누군가와의 인간관계로 힘들어하고 계신다면, 한번 시도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나를 놓아두고 그 사람이 느낄 감정을 충분히 느껴보는 ‘공감의 시뮬레이션’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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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