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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고민됩니다.

상담사 치아 2020. 2. 14. 09:10

 

젊은 시절 대부분을 함께 했을 만큼 오래 사귄 연인입니다. 남친보다 사회생활을 먼저 시작한 저는 연애시절 대부분의 비용을 제가 대고, 남친의 뒷바라지도 했습니다. 혼자 벌어서 둘이 쓰다보니 카드빚이 늘게 되었고, 저는 대출까지 받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결국 저는 너무 지쳐 다른남자와 선을 보게 되었고, 남자친구와 이별하게 됩니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소개로 만난 남자의 조건(집안, 경제력, 직업 등)을 보고 결혼까지 이르게됩니다. 그동안 남자친구의 연락은 한번씩 왔었고, 저도 흔들리기는 했지만 더이상 경제적으로 고생하고싶지 않아 남자친구의 연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그남자분과 결혼식을 하게되었고,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성격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으로 잦은 다툼이 있었지만, 나만 잘하면 되겠거니하고 결혼식을 감행했고, 결국 결혼식 후 크게 다투고 파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남자친구 생각이 너무 났고 염치없지만 연락을 했어요. 다시 만나게 되었고, 남자친구와 다시 만나고 제가 파혼한 사실을 말했어요. 처음에 너무 배신감을 느꼈지만 남자친구는 저를 따뜻하게 맞아 주었고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시 만나고 남자친구는 빨리 결혼을 하자고 했지만 남친도 모아둔 돈이 없고, 저는 결혼과 동시에 일을 그만두고 모아둔 돈도 혼수준비로 다 써버린 상황이라 빈털터리였어요. 그래서 천천히 하자고 말을 했고 만남을 유지했지만, 다시 만난 후로는 예전같지 않았습니다. 저를 대하는 남자친구의 태도도 예전(예전에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준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같지 않았고, 저는 남자친구가 제일 힘들 때 경제적 문제로 남자친구를 떠났다는 죄책감에 자꾸만 남자친구의 눈치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남자친구는 자신의 현재상황이 너무 힘들다며 저에게 이별을 고했고, 저는 울고 매달리며 이별과 재회를 2~3회 반복하며 2년을 더 만나게 되었어요. 그러던 중 남친에게 빚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솔직히 남자친구의 빚을 보니 앞날이 캄캄했습니다.

 

작년 제가 급성으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고, 내 몸도 아픈데 자신의 상황에 힘들어하며 저를 신경써주지 않는 남자친구의 모습에 서운함을 표현했습니다. 그랬더니 남친은 카톡으로 이별을 고하더군요. 아파서 잘 걷지도, 잘 먹지도 못하는 상태에 이별 선고를 받으니 정말 배신감과 상처를 받았습니다. 저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이 악물고 헤어지려고 마음을 다잡으며 치료에 전념 했습니다.

 

그렇게 헤어지고 50일만에 처음으로 남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저는 받지 않았어요. 다시 만나고 헤어지고 반복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세통의 부재중 전화와 카톡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다시 60일 후에 다시 전화가 왔어요. 전 받지 않았고, 남자친구는 보고싶다고 제발 전화 한 번만 받아달라는 톡을 보내더라구요. 그렇게 전화를 받게 되었고, 저희는 헤어지고 4달만에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 남자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었고, 남자친구는 헤어진 동안 다른 여자도 만나봤지만 내생각이 너무 났고, 너처럼 나를 이해하고 대화가 통하는 사람은 없다. 얼굴이며 몸매, 성격, 속궁합까지 너는 정말 내이상형이다 라는 말을 했어요. 근데 다시 만나고도 빚이 있는 남친과 저의 현재상황을 생각하니 결혼을 선뜻 하지 못하겠더라구요. 이 사람이 너무 좋은데 같이 살면서 경제적으로 고생하면서 살게될까봐 그런 두려움도 들어요.

 

알아요 저도 저의 욕심때문이라는걸. 돈이 많다고 다 행복한 것 도 아니고, 돈이 행복의 필요충분조건도 아니란걸요. 하지만 연애시절 남자친구를 만나며 빚을지고 그것을 갚기위해 제가 잠못자고 고통스러워하며 힘들었던 과거 생각이 자꾸들어서 결혼해서도 또 그렇게 될까봐 걱정이 됩니다. 그래도 남자친구 뒷바라지 한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그 시절 저는 제 모든것을 줄 수 있을만큼 남자친구를 사랑했고, 돈은 아니라도 남자친구의 애정과 고마움을 마음으로 느끼며 그 모든것을 견딜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남자친구의 마음도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라 과연 이 사람을 믿고 내가 갈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어요. 경제력만 보고 결혼까지해서 큰 코를 다치고도 또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제가 너무 답답합니다.

 

어떻게 하면 제가 욕심을 버리고, 이 사람 하나만 볼 수 있을까요? 너무 긴 글이 되었네요. 치아님의 따끔한 조언이 필요합니다.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ps-  제 상담은 사연으로 쓰셔도 되셔요. 다른 분들의 의견도 듣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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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현실이다.”

 

하도 많이 들어서 마치 오래전부터 역사 속에서 전해 내려온 격언은 아닐까 싶을 만큼 익숙하고,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게도 하는 말입니다. “사랑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조건이 다는 아니더라도 반드시 보긴 해야 한다. 나 봐라. 사랑만 믿고 결혼했다가 이 모양 이 꼴이잖니. 너도 엄마처럼 가난하게 평생 고생만 하면서 살래?” ‘경험’이라는 무시무시한 증거를 내보이며, 불행한 미래가 마치 기정사실인 것처럼 전달하는 이런 협박은,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단어와 결혼이라는 설레는 환상을 무참히 현실로 끌어 내리곤 합니다. 그리고 우리를 고민하게 만들죠. ‘그래. 살아봐서 아신다잖아.’

 

하지만, 인생에 ‘만약’은 없다지만, 한번 상상해보겠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셨던 어머님께서 만약 20대로 돌아가 다시 누군가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면, 그래서 그토록 설레고 사랑했던 아버님을, 가난하고 미래비전이 없다는 이유로 차버렸다면, 과연 어머님은 더 돈 많고 직업이 빵빵한 남자를 만날 수 있으셨을까요? 백번 양보해서 그런 남자를 만나 결혼까지 성공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 결혼생활이 과연, 금전적으로 고생하면서 살아온 지금의 삶보다 훨씬 더 행복했을 거라는 보장은 있을까요?

 

결혼은 분명히 ‘현실’이지만, 동시에 결혼은 ‘신분 상승의 기회’도 아니며, 내 인생의 커다란 변곡점도 아닙니다. 결혼의 정의는 단순합니다. 사랑하면서도 ‘함께’ 있을 수 없어서 안타까웠던 연인이 ‘언제나 함께’ 있을 기회를 얻는 것입니다. 결혼은 단지 그 정도의 의미이어야 합니다.

 

두 분은 이미 각자 잘 살고 계십니다. 많은 빚을 지고, 그걸 상환하느라 힘들고, 적은 급여를 쪼개고 쪼개 생활비로 나누어 쓰면서 가난한 인생에 지쳐가고 계신다 해도, 어찌 됐건 지금까지 잘 살아오셨습니다. 지금 비록 몸과 마음이 힘들더라도, 더 나은 삶을 희망처럼 바라보며 노력하고 있고, 꿈을 실현하려고 애쓰고 계시기도 합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그래오셨던 것처럼, 결혼 후에도 그렇게 ‘각자’ 잘 살아가시면 됩니다. 대신 결혼이라는 과정은 두 분에게 엄청난 선물을 하나 안겨줄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잠이 들고, 눈부신 아침햇살에 함께 눈을 뜨고, 정말 힘든 일을 겪을 때 기댈 수 있는 어깨가 있고, 내가 조금 부족해도 무조건 나를 응원해주는 영원한 내 편이 생기며, 누군가가 얄미울 때 함께 욕해주고, 무엇보다, 늙어서 아무도 나를 바라봐주지 않을 때도 사랑한다며 내 손을 꼭 잡아줄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을 갖는 엄청난 행운의 선물을 말입니다.

 

그런 아름다운 선물을 받기 위해 결혼 후에도 내가 해야 할 일은 기껏해야, ‘이제껏 살아온 것처럼,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내 마음을 의심하지 않는 것’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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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