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리언) 왁싱, 할까요? 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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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여자고, 몸에 털이 많습니다.
팔다리는 물론, 등에서 엉덩이라인까지 있어서, 초등학생 때는 늘 목에 털이 있다며 놀림 받았죠. 생식기 주변에도 털이 매우 많습니다. 뭐 많은 건 문제가 되지 않는데, 생식기 범위를 넘어서서 속옷을 입어도 털이 그 밖까지 튀어나와 이어질 정도로 너무 많아요. 처음부터 이렇게 많진 않았는데, 자각 못 하고 살다가 성인이 되어 막상 보니 너무 많이 자라있는 거예요. 이래선 수영복을 입어도 허벅지 안쪽으로 털이 튀어나와 버려서 수영장에도 가질 못해요.
제모해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생식기 주변 털은 안 자르는 게 좋다고 듣기도 했고, 살짝 자르고 난 뒤에 생식기가 너무 가렵다는 후기가 많아서 그만두었습니다. 사실 저는 생식기 털을 밀기보다 사타구니 쪽까지 이어진 털을 어떻게든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최근 들어 사귀고 있는 좋아하는 이성이 생기면서, 뭔가 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소홀했던 제 몸에 대한 고민이 다시 커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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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 ‘음모’는 어떤 의미일까요? 그 일부라도 타인에게는 절대 보여주기 부끄러운 신체 부위인가요? 아름다움을 위해서라면 브라질리언 왁싱을 하는 게 최선인가요? 2013년. 영국의 광고대행사 마더(Mother)는, 이 화두를 사람들의 논쟁 속으로 가져오기 위해, “Project Bush”를 실행했습니다. Project Bush는 93명의 자발적으로 응모한 평범한 여인들을 모델로 음모 부위만을 촬영하여 대중에 공개하는 프로젝트였는데, 모델 중에는 그냥 재미로 온 여성도 있고, 발가벗고 사진 찍어 보고 싶어서 온 여자도 있으며, 내 딸에게 좀 더 자유로운 세상을 선물하고 싶어서 왔다는 자못 진지한 가치관을 지닌 엄마도 있었습니다.
신체의 모든 부위가 나름의 존재 이유를 지닌 것처럼, 음모 역시 분명한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외부자극과 생식기가 직접 접촉하는 것을 막고, 피부 간의 마찰을 줄여 피부 손상을 방지하며, 땀의 증발을 도와 피부 습진을 방지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외부자극과의 접촉은 속옷이나 의복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고, 오히려 생리할 때 분비물이 묻으면서 냄새나 불쾌감을 만들며, 세균 번식 등의 청결 문제, 시각적인 깔끔함 때문에 왁싱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입니다.
포경수술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청결, 위생’이 활용되는 것처럼, 왁싱 역시 ‘청결’은 다소 합리화를 위한 근거로 보입니다. 청결은 부위의 문제가 아니라 세척 빈도수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오염 가능성이 큰 부위도 자주 닦으면 깨끗하고, 아무리 깨끗한 부위도 자주 닦지 않으면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법입니다. 마찬가지로 털에 묻을 생리혈이라면 신체나 속옷 어디에도 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냄새나 불쾌감도 선뜻 동의하긴 어렵습니다. 심지어 왁싱은, 도구의 재활용이나 소독 등 시술 환경의 위생 상태에 따라 오히려 성병이 전염될 가능성도 있으며, 왁싱 부위가 가렵고 붉게 변하거나 피부 탄력이 저하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적인 장점에 대한 언급 대신 차라리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개인의 미적 기준이 선택의 이유라면 훨씬 더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나 스스로 내 몸이 말끔하게 왁싱되어 있는 상태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는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다만, 같은 ‘아름다움의 추구’라고 하더라도, 정말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과 사회적인 시선이 신경 쓰여서 하는 것은 구별되어야 합니다. “수영복을 입었을 때 음모가 삐져나온 모습은 정말 보기 싫거든요.”라고 주장하며 비키니 왁싱을 하는 분들은 과연 이 생각이 내가 원래부터 지니고 있던 미적 기준인지 아니면 여성의 신체 일부를 ‘숨겨야 하는 부끄러운 것’으로 규정하는 남성중심주의의 영향을 나도 모르게 받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끔 왁싱과 페미니즘을 연결하는 분도 계십니다. 블라질리언 왁싱이라는 이름으로 음모를 깔끔하게 제모한 모습을, 음모가 없는 여성의 성기를 터부시하던 남성 중심문화를 거부하며 ‘내 몸에 대한 결정권은 내가 갖는다.’라고 주장하는 페미니스트의 표현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페미니즘은 ‘모든 인간은 성별, 인종, 국적, 나이, 종교, 성적지향 등과 무관하게 모두 평등해야 한다.’라는 가치관을 의미합니다. 페미니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입어야 하고,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화려하게 눈화장을 한 여자는 페미니스트의 자격이 없다고 도대체 누가 말할 수 있을까요. 페미니스트로서, 나의 사상을 실천하는 개념에서 겨드랑이털을 깎지 않고 브라질리언 왁싱을 할 수는 있지만, 겨드랑이털을 깎지 않고 브라질리언 왁싱을 한다고 해서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브라질리언 왁싱을 계획하고 있다면, 나는 진심으로 브라질리언 왁싱을 ‘매력으로 어필하는 비쥬얼적인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것인지 한 번쯤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조금 더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방법일 테니까요. 결론적으로 왁싱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해야 하는 것도 아닌 그저 ‘선택’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들어볼까요?
A.
저는 브라질리언 왁싱 강추드립니다. 털 많은 콤플렉스 해결하고 특히나 월경 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쾌적해집니다. 한 번도 안 할 순 있어도 한 번만 할 수 없다는 브라질리언 왁싱이구요. 다만 첫 시도에 엄청난 용기가 필요해요. 남 앞에서 거길 다 보여야 하는 동시에 온갖 요상한 포즈를 취해야 하고 처음엔 엄청 아파서 눈물 날 수도 있는데 적응되면 훨씬 덜 아픕니다. 뜨끈한 젤리를 묻혀 역방향으로 떼어내는 하드왁싱, 끈끈이 같은 것으로 털 난 방향으로 바닥의 머리카락 떼어내 듯하는 슈가링 왁싱이 있는데 저는 후자 추천이요.
B.
블라질리언 왁싱은 그 부위에 안좋다는 의사의 의견을 본 적 있습니다. 브라질리언 왁싱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저도 몸에 털이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털도 다 기능이 있어 몸에서 생겨났다고 생각합니다. 미관상 혹은 사회적 관념상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위(예를 들어, 겨드랑이, 다리)만을 면도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사실 전 손가락에도 털이 많아서 남자 동생에게 고민 상담을 한 적 있는데 남자들은 자신의 털이 워낙 많아 여자 털은 그렇게 크게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 몸은 다 이유가 있는 기관과 장기들입니다. 은밀한 부위일 수록 털의 기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C.
동생이 수영 배우러 가야 해(털이 많은건 아니지만 원래 아슬아슬하잖아요 ㅎ) 피부과에서 왁싱을 레이저로 했어요. 레이저(3회정도)로 하면 영구적 까진 아니어도 미는 것보단 자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들었어요. 다만 갸는 수영복 라인이니 당연히 팬티 입고 시술할 줄 알았나 봐요. 생각지도 못했던, 의사의 하의 왕창 탈의 명령에 시술 한번 하고는 다신 안 가더라는. ㅎㅎ 맘 편히 산부인과 간다 생각하고 가시면 될 것 같아요. 동생 얘기(피부과-왁싱) 듣기론 많이들 하러가는 듯합니다.
D.
브라질리언왁싱 추천합니다. 수영장뿐만 아니라 위생적으로 좋습니다. 저도 딸아이가 있는데 아직은 사춘기지만 성인이 되면 왁싱 추천해줄 예정입니다. 요즘은 레이저 제모가 영구적이라고 하길래 그쪽으로 알아보고 있어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왁싱하고 나면 땀이 좀 더 많이 나긴 하더라구요.
E.
저도 털이 온몸에 많은 편이라 하면서도 다른 사람에 비해선 큰 효과는 없겠지 했는데 전혀요~! 훨씬 좋아졌어요. 털 모양은 원하는 대로 잡아주고 나머지는 털이 나도 얇고 천천히~~ 자라서 이런 부분은 그냥 집에서 면도기로 제모해도 문제 없더라구요. 암튼 애기 살처럼 부들부들 해져서 좋더라구요. 생리 기간 때도 냄새도 덜 나고 위생상 좀 편하구요. 대신 저도 털이 보통 이상으로 많은 편이라. 회음부 쪽까지 제모는 했습니다만 굴곡이 있는 부분이라 잘은 안 되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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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