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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방지법 때문에 불안해 죽겠습니다.

상담사 치아 2020. 7. 16. 22:24

 

야밤에 혼자 자위를 하다가 잠깐 야한 만화를 봤는데, 그날따라 어째 좀 불안했달까요. ‘......근데 이거 괜찮나?’ 싶은 거예요. N번방 방지법이 생긴 것도 그렇고 불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한 행동이 무슨 문제는 없을까하고 N번방 방지법을 알아봤는데......알면 알수록 무섭더라구요.

 

제가 아동 포르노를 본 것도 아니고 볼 생각도 없지만 문제는 이 법이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서 아동으로 보여질 여지가 있는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는 만화도 단속하고 심지어 그걸 보기만 해도 다 징역 처벌 대상이라니......

 

전에는 아햔 만화 같은 건 아동을 묘사한 게 맞는지를 구별하는 기준이 모호해서 실질적인 처벌이 어려웠고 그마저도 벌금형 정도였는데 이젠 하여간 그 놈의 N번방 사건 때문에 엄청 과격해져서 어느정도 여지만 있어도 아동음란물로 분류해서(이게 차라리 실존하는 인물을 촬영한거면 성인임을 확실하게 입증할 수라도 있는데 매체 특성상 실존인물조차 아닌지라 아동이 아니라고 입증할 방법이 없어 한 번 아동음란물로 간주되면 빠져나올 방법이 없습니다) 판결하는데다 기본적으로 징역형이라 정말 말 그대로 인물이 미성년으로 보일 수 있는 야한 만화를 본 적이라도 있으면 언제든지 걸리는 즉시 곧장 감옥에 가게 된다는.....

 

이게 예전엔 벌금형도 있어서 판사가 보기에 법에 걸리긴 하지만 죄질이 크지 않으면 적당히 조절된 벌금만 내고 마무리 되곤 했는데 이번에 법이 바뀌어서 처벌이 아무리 가벼워도 징역 1년부터 시작이라 걸리기만 하면 다른 선택지 없이 징역살이죠........저도 이게 제 망상이면 좋겠는데, 아무리 알아봐도 이게 이상한 해석이 아니더군요.

 

아동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진 건 당연한 것 같고 오히려 지금까지 낮았던 게 아닌가 생각해요. 아동 포르노 같은 건 애초에 관심도 없고 그냥 확 없어져버렸으면 좋겠고요. 아동 성폭력은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아무 범죄도 저지를 생각도 없는데 꼭 잠재적인 성범죄자 취급 당하는 것 같아서 수치스럽기도 하고요.

 

이 정도로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 건 아니라는 걸 저도 알지만, 문제가 제가 너무 불안하다는 거예요. 제 상식으로는 도무지 죄하고는 거리가 먼 행동이 법에선 징역급 죄라고 하니 제 상식과 세간의 상식이 이렇게나 차이가 난다면 그 시점에서  당장 언제든지 무슨 꼬투리로 집에 경찰 소환장이 와도 이상할 게 없다는 뜻이잖아요? 제가 아무리 이게 무슨 잘못이냐고 항변해도 그건 제 기준일 뿐 씨알도 안 먹힐테니 그대로 순식간에 감옥으로 직행........

 

진짜 그럴 것만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너무 무서워서 잠도 잘 못 자고 밥도 못 먹겠어요. 계속 상기된 상태라 그런지 식욕도 안 생기고 자려고 해도 머리가 아파서 못 자겠어요. 진정이 안 되요. 아무튼! 어떻게 하면 좀 이 불안이 가라앉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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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주신 메일의 “N번방 방지법 때문에 불안해 죽겠습니다.”라고 적으신 제목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죄송하지만 상담해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고 답장을 적으려고 했습니다. 제목만으로는 실제 N번방에 가입해서 아동 성 착취물을 소비하고 보유하고 배포한 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아무리 상담사는 내담자 편이라고 해도 그런 분을 상담해드리고 싶진 않습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해도 연쇄살인마를 변호하고 싶진 않은 변호사와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회적 양심은 지키고 싶으니까요.

 

하지만 사연을 다 읽고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제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사연 주신 분은 N번방과는 아무 관련도 없고, 아동 성 착취물을 소비하신 것도 아니며, 심지어 “아동 성폭력은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아무 범죄도 저지를 생각도 없는” 심신이 너무도 건강한 분이셨으니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재 상태로 사연 주신 분이 법적으로 구속되거나 징역을 살게 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나이를 추정하기 어려운 여성이 등장하는 야한 만화를 본 것만으로 그런 처벌을 받는다면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수감시설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숫자의 범죄자가 탄생할 테니까요.

 

법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혹시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최소로 줄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법에 적힌 문구만 읽다 보면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그 자체로 범죄자가 되어버리는 분들이 아마 꽤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법은 실제로 적용되는 과정에서는 ‘최소한’으로 사용됩니다. 법이 그렇게 꼼꼼하게 규정된 것에는 ‘범죄를 미리 막으려는 의도’도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걸리는 모든 물고기를 낚으려고 만들어진 그물이 아니라 그물을 보고 도망가게 만들고 정말 걸릴 수밖에 없는 물고기들만 낚으려고 만들어진 그물이라는 뜻입니다.

 

사실 인간의 모든 걱정은 ‘상상’에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그 상상은 대개 가능성이 거의 없는, 그야말로 ‘망상’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것을 상상하면서 온몸으로 경험하고, 그 경험의 끝에 그것을 사실로 믿으며 불안해하죠. 사실 그 일은 거의 로또에 당첨될 확률만큼이나 만들어질 가능성이 적은 데 말입니다.

 

“그래서 뭐요? 생각하지 말고 상상하지 말라고요? 그게 어디 쉬운가요? 나도 모르게 자꾸 떠오르는데 어쩌란 말입니까?” 맞습니다. 문제는 나도 모르게 떠오른다는 거겠죠. 그러니 떠오르는 그 순간 재빨리 무언가 다른 행동을 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몸을 바쁘게 움직일 수 있는 일을 말입니다. 몸이 움직이면 뇌는 그 움직임에 집중하게 돼서 망상을 놓치거든요. 영화 등을 보면서 시각을 어지럽히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그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망상이 나의 뇌에 자리 잡지 못하게 해주세요. 그런 회피 행동을 하면 망상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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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