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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의지하는 게 죄송합니다

상담사 치아 2020. 11. 11. 13:26

 

치아님 저는 꿈을 위해 달리고 있는 청년입니다. 지금은 입사 대신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요. 처음엔 많이 고민을 했었어요. 이 길을 계속 걸어야할지 아니면 어디든 취업을 해야할지. 그러나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서 부모님과 상의한 후 마지막 기회를 잡고자 하루하루 열심히 매진하고 있답니다.

 

다만 고민인 것은 제 성격이 부모님에게 의지하는 것을 굉장히 미안해 하는데 지금 이러한 결정이 부모님에게 너무 큰짐이 된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문득문득 들어요. 내가 결정한 일인 만큼 뚝심을 가지고 나아가지만 종종 이러한 생각이 들때면 마음 한켠이 답답합니다. 하루 빨리 고생하시는 부모님에게 도움이 되고싶은 마음에 조급함이 생겨 가끔 공부에 집중이 안될때도 있어요. 별 시답지 않은 고민일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공부에 매진하고 싶어서 치아님께 고견을 부탁드리고자 메일드립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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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답지 않은 고민일 수도 있겠지만”이라고 하셨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만큼 깊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는 뜻이 아니라 그렇게 고민하시는 마음이 너무도 소중하다는 뜻입니다. 부모님께서도 아시게 되면 무척이나 고마워하실 일입니다. 다만 마음은 고맙지만, 부모님께서 더 원하시는 것은, 그런 고민 없이 오로지 공부에 매진하는 모습이겠죠.~ ^^

 

어릴 적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전 언제나 “어서들 와라. 밥 먹었니? 간식이라도 줄까?”라고 말씀하시는 친구 어머니께 “아니오. 어머니. 저희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말씀드리는 아이였습니다. 저는 그게 친구 어머니를 귀찮게 해드리지 않는 예의 바른 일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친구 녀석 하나는 항상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네. 어머니. 차려주세요. 라면도 해주시면 안 돼요? 배 무지하게 고파요.” 전 녀석의 말에 당황했지만, 사실 저를 더 당황하게 했던 것은 친구 어머님의 표정이었습니다. 그 친구의 말을 들을 때마다 항상 너무도 밝고 환하게 웃으시곤 했거든요. 당시의 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그 표정의 이유를 알게 된 것은 한참 시간이 지나서 제가 부모가 된 이후였습니다. 예의 바른 자식은 자신이 부모에게 신세를 지는 걸 죄스럽게 생각하지만, 부모는 자신이 자식을 위해 무언가 해줄 수 있다는 것이 곧 삶의 의미이고 행복입니다. 비록 그 과정에서 다소 힘이 들더라도 부모님께 그건 큰 ‘보람’이죠.

 

조금 일찍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저도 “네. 밥 주세요.”하고 친구 어머님께 매달리는 귀염받는 아들 친구가 되었을지 모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선택하는 대신 조금 더 꿈을 향해 나아갔을지도 모르죠. 그런 깨달음 덕분에 이만큼 나이를 먹은 지금은, 조금 더 어머니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아들’ 역할을 하고 있고, 그 역할을 저희 어머니께서는 진심으로 좋아하신답니다. “이 녀석아. 넌 엄마 없으면 어떡할 뻔했니?”라고 말씀하시면서 말이죠. ^^

 

지금은 앞만 보고 달려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을 걱정하는 ‘기특한 자식’보다는, 나의 손길이 필요한 ‘부족한 자식’이 부모님에게는 더 효자, 효녀일지도 모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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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