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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남과 헤어졌습니다.

상담사 치아 2021. 1. 17. 09:02

 

유부남과 사랑에 빠졌다가 지금은 버림받은 미혼여성입니다. 저는 정말 너무 못난 사람이지만..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제 마음이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치아님께 연락드리게 되었습니다.

 

그사람은 평소에 우리 둘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고, 좋은 남자 있으면 꼭 결혼하라고 말했습니다. 내가 행복해지는 게 자기가 정말 바라는 거라고 말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고 웃으며 헤어질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결국 저의 자만이었어요. 저에겐 그저 또 한번의 사랑이 끝난것일뿐 쿨 따위는 없나봅니다..

 

이제 헤어지자면서 그사람이 그러더군요. 이 위험한 관계를 계속 이어갈 순 없으니 헤어지지만 우리 누구보다 서로를 위해주고 도와주는 친구로 남자고요. 나를 만나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행복해 질 수 있는 기회를 자기가 막고 있는건 아닌지 항상 미안했다고 하면서요.

 

저는 이 말에 한없이 절망을 느끼고 슬퍼집니다. 저는 이 남자와 함께 하는 게 행복이거든요. 저는 그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어찌생각하면 그사람 저에게 너무 잔인한거 아닌가.. 서운한 마음도 듭니다 사랑은 둘이 했는데 분명 나를 사랑한다고 했는데 대체 어떤 마음으로 나를 사랑했길래 이렇게 한순간에 친구로 나를 볼 수가 있는건지 나 혼자 그사람을 사랑해 왔던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너무나도 고마웠다고 진심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당신은 행복한 삶을 살아갈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고 너무나 멋진 사람이었다고 고마웠다고.. 그렇게 말합니다 그와 만나는 동안은 저역시 무척 행복했기에 이용당했다거나 배심감을 느낀다거나 하는 그런 마음은 정말 없습니다 다만, 저 없이도 그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랄 수 없는 제 자신이 너무 못나 보이고 이 나이 먹어서 또다시 사랑에 울고 좌절하는 제 모습이 바보같고 한심합니다 삶에 아무런 의욕이 없습니다

 

저만 사랑이었을까요? 제가 못됐나요? 치아님, 이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할지 저는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우니 나에게 시간을 좀 달라고, 당신을 당당히 마주하고 웃을 수 있을때까지 나한텐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그는 냉정했습니다.

 

치아님 이게 제가 받는 벌 일까요? 가정이 있는 남자를 겁 없이 사랑한 죗값을 받는 걸까요 그사람은 행복이 있는 가정으로 돌아갔고 저는 언제나처럼 또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혼자가 되는거에 익숙해졌고 다 내려놔서 이젠 무덤덤하리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버겁고 서글픕니다 만약 "니가 저지른 일에 대한 댓가를 받는거니 할말 없지 않느냐.." 하신다면 네. 저는 할말이 없습니다

 

저는 정말 어떻게 이마음을 다스려야 할까요 너무나 괴로워 죽고 싶습니다 보잘것 없는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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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주신 사연을 읽으면서 저는 ‘분노’를 경험했습니다. 물론 사연 주신 분의 성격과 지금의 마음 상태를 생각해볼 때 아마 사연 주신 분은 저의 이 ‘분노’에 절대 공감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진실’과 마주할 시간입니다. 제가 왜 ‘분노’를 경험했는지 말씀드려보겠습니다. ㅠㅠ

 

진심 없이 가볍게 불륜하는 유부남들이 한결같이 상대 미혼여성에게 던지는 표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난 너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니 언제건 남자가 생기면 가도 좋다. 나는 괜찮다. 마음은 아프지만, 너의 행복이 우선이니까.” 거의 모든 미혼여성은 이 표현을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나의 행복을 바라는 헌신적인 마음’으로 이해하면서 고마워합니다.

 

하지만 이 표현을 그들이 말하지 않고 있는 ‘진심’을 반영해서 다시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나에게 넌 순간적인 쾌락을 위한 대상일 뿐이야. 그러니 제발 나중에 나에게 달라붙지 마. 너에게 남자가 생긴다면 그건 내가 가장 바라는 사건일 거야. 왜냐하면 우리가 자연스럽게 헤어질 근거가 생기는 거니까. 그러니 제발 그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내 인생에서 쿨하게 꺼져 줄래.”

 

그러다 더는 이 여성과의 관계를 지속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면 그때는 이런 말을 합니다. “서로의 행복을 위해서 헤어지자. 헤어지더라도 우린 누구보다 좋은 친구 관계로 남을 수 있을 거야.” 언뜻 보기에 쿨해 보이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남자가 쿨해 보이는 만큼 여성은 자신의 쿨하지 못함을 자책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말도 번역해보면 이런 뜻이 됩니다. “이제 너는 나에게 순간적인 쾌락을 위한 존재로서의 가치조차 없어. 그러니 내 곁에서 깔끔하게 사라져줄래.”

 

‘가스라이팅’이라는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요? 네이버를 검색하면 이런 뜻이라고 나옵니다.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 위에 언급해드린 대사들은 불륜에 달인인 유부남들이 상대를 가스라이팅할 때 던지는 대표적인 대사들입니다. 바로 그것에 저는 분노하는 것입니다. ㅠㅠ

 

실제로 사연 주신 분은 “그와 만나는 동안은 저역시 무척 행복했기에 이용당했다거나 배심감을 느낀다거나 하는 그런 마음은 정말 없습니다. 다만, 그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없는 제 자신이 너무 못나 보이고 이 나이 먹어서 또다시 사랑에 울고 좌절하는 제 모습이 바보같고 한심합니다. 삶에 아무런 의욕이 없습니다.”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가해자는 명백하게 그 남자인데, 사연 주신 분은 지금 자신을 욕하며 자해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분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을 함부로 가지고 논 것에 대해, 나의 진심 어린 사랑을 욕되게 한 것에 대해, 전문적인 가스라이팅 기법까지 활용하면서 능수능란하게 나를 기만한 것에 대해, 그리고 이별의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단 1초의 시간도 주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행복만을 향해 달려가는, 그 인간이 가진 구역질 나는 이기심에 대해, 꼭 분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내담자분께 말씀드리지만, 완벽하게 복수하되 그 후폭풍으로부터 나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말 쿨하게 그 인간을 나의 뇌에서 지우는 것입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말입니다. 지금은 할 수 없을 것 같으시겠지만, 반드시 할 수 있습니다. 그저 내가 하지 않고 있는 것뿐입니다. 소중한 ‘나’를 위해 꼭 용기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마음고생의 단 1초도 아까운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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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