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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의 아픔으로 괴롭습니다

상담사 치아 2021. 1. 26. 12:11

 

이별을 극복해보려고 애썼지만 그냥 그 사람이 저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다는 사실만이 남겨져 저를 괴롭히고 고통스러운 감정에 몸부림치며 눈물 흘리고 있습니다. 백번 망설이다 한번 한 전화에 냉정하게 단 한마디 하더군요. 이제 전화하지 말라는. 저는 여태껏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져본 모든 것들 중에 이만큼 비참했던 적이 없습니다.

 

저는 평소 멘탈이 튼튼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주변 사람들도 저를 그렇게 생각합니다. 또한 자존감도 자존심도 센 편이라 남에게 약한 모습 보여주는 일을 싫어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과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중요시 여깁니다. 하지만 최근의 저는 정신이 온전하지가 않습니다.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배신당한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그럴거면 왜 저에게 고백을 했는지, 그 책임지지 못할 말들을 왜 했는지,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하고 차단까지 당하고. 이별의 이유도 제가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혼자 비참한 생각이 끝이 없습니다.

 

정말 부정적인 행동들을 전부 하고 있는데 떨쳐내고 싶어도 떨쳐지지 않아요. 그 사람이 저에게 그렇게 애정이 없었다는 사실에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정말 견딜 수가 없어요.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살아오면서 이렇게 정신적으로 힘들게 느껴지는 일이 처음입니다. 분명 그 사람이 제게 상처를 주고 나쁜 짓을 한 나쁜 사람임을 알고있음에도 제가 왜 이렇게 고통받아야하는지 모르겠어요. 그 사람은 저에게 그립다거나 저때문에 힘들다거나 하는 그런 일말의 감정도 없을 것 같아요.

 

선생님, 어떻게 분리하고 어떻게 떼어내야할까요. 이 해결되지 않을 것만 같은 감정에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럽습니다. 이렇게 저에게 고통만 남겨두고 떠난 그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을 것만 같아서... 저 혼자 이렇게 생각하고 일말의 애정이라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미쳐버릴 것 같아요. 평생을 쌓아온 자존감과 자존심이 다 무너져내리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어떡하면 좋을까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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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사연 주신 분은 자존감이 높은 분이 아니라 자존심이 강한 분이라는 것입니다.

 

자존심이 강한 분들은 타인에게 나의 약한 모습이 노출되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것으로 상대가 나를 낮추어 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 없으니까요. 경쟁심도 강합니다. 범접하지도 못할 만큼 나보다 우월한 상대는 애써 무시하지만, 나와 겨루어볼 만한 상대는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그게 ‘나’를 지키는 하나의 방법이니까요. 내 것을 타인에게 빼앗기는 것에도 민감하고, 타인에게 내가 욕을 먹거나 무시당하는 것에도 민감합니다. 그런 취급을 받지 않으려 평소에 꽤 큰 노력을 하니 언제나 모든 일에 열심인 것은 큰 장점이죠.

 

반면 자존감이 강한 분들에게는 위에 나열한 ‘자존심 강한 분들의 속성’이 하나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부족하고 한심한 부분이라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타인에게 보여주는 데 일말의 주저함이 없습니다. 타인의 기준에 나를 맞추려고 애쓰지 않고,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나에게 상처 주는 사람이나 일에도 그 순간이 지나면 곧 무뎌집니다. 나는 나일 뿐이며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게 가장 중요한 가치이니까요.

 

따뜻한 위로를 드려야 하는 답장에서 이런 답답한 ‘이론’ 이야기를 먼저 드려서 죄송합니다. ㅠㅠ 하지만 이유가 있습니다. 사연 주신 분은 지금 ‘실연의 아픔’을 경험하고 계시는 것이 아니라 ‘자존심의 상처’를 경험하고 계시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사연 주신 분은 정말, 그 남자가 행복할 수 있다면 내 모든 것을 다 버릴 수도 있을 만큼 그 남자를 지금도 사랑하고 계실까요? 그 남자 대신 기꺼이 죽을 수도 있을 만큼 말입니다. 결코 사연 주신 분의 사랑을 낮게 평가하려고 드리는 질문이 아닙니다. 사연 주신 분의 ‘사랑’을 대하는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안타깝게도 이런 상처는 다른 연인에게서 또 올지도 모르며, 이번 상처가 무사히 지나가더라도 이 경험은 트라우마로 남아, 앞으로 건강하게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미리 몸을 사리게 될 테니까요.

 

따라서 앞으로의 연애도 건강하게 헤쳐나가고 싶으시다면, 우선 단단한 ‘자존감’부터 내 안에 만들어두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인간은 누구나, 인간이기에 패배할 수 있고, 인간이기에 실수할 수 있으며, 인간이기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건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기는 게 아니라, 어떤 일이 나에게 생기건 나는 크게 개의치 않는 것입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나에게 어떤 시련이 다가오건, 그 어떤 유혹이 나를 흔들건, 수많은 인물과 사건이 나에게 상처를 주려고 달려들어도, 단단한 무소의 뿔처럼 흔들리지 말고 나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단단한 ‘자존감’을 갖추시고 난 후 지금의 내 모습을 다시 돌아보시면 아마 지금과는 180도 다른 깨달음을 얻게 되실 것입니다.

 

위로가 아닌 조언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ㅠㅠ 받지 않아도 되는 상처를 스스로 자신의 가슴에 칼을 꽂아대며 받고 계시는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워서 드린 이야기이니 꼭 긍정적으로 고민해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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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