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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여친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상담사 치아 2021. 3. 3. 12:11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오래 사귄 여친과 이별하였습니다. 만나면서 두번 헤어졌다 다시 만났습니다. 모두 여자친구가 먼저 이별을 고했고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찾은 것도 여자친구였습니다. 그때는 사실 저도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다시 돌아오는 여자친구를 차마 저버릴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만났던 기간도 분명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심리로 만나다 보니 만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일 때도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이별을 고한건 여자친구입니다. 다만 전과 다른게 있다면 하나는 전처럼 다시 저를 찾지 않을 만큼 여자친구의 생각이 확고해 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막상 헤어지고 나니 제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여러 감정에 휩싸인 상태라는 것입니다.

 

그간 이별을 했던 사유는 단 하나입니다. 바로 '결혼'입니다. 여자친구는 강하게 결혼을 원했고, 수시로 결혼을 말했지만 저는 끝끝내 대답을 회피했습니다. 이번 이별만큼은 여자친구도 지칠대로 지쳐서 확실한 이별을 결심한 것이 느껴집니다. 진짜 헤어지고 나면 속시원하고,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찾기 위해 노력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쉬움, 그런 여자친구를 다시는 못만날 것 같은 기분, 남자로서의 죄책감 등이 저를 괴롭힙니다.

 

제가 여자친구와 결혼을 확신하지 못한 이유는 여자친구의 경제관념과 심적으로 저를 편안하게 해주지 못하는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저는 안정적인 직업도 중요하지만 얼마를 벌든 알뜰하게 모으고 합리적으로 소비하면 되는거 아니냐고 계속 말했지만 여자친구는 안정적인 직업과 소득을 원했습니다. 또 힘든 건 남들과 비교하는 시각들이였습니다. 친척 누구는 이렇게 결혼한다더라, 집이 어떻다더라..

 

그런 친구가 이젠 정말 지쳤나 봅니다. 너무 힘들다면서 이별을 고했습니다. 그렇게 헤어지고 나니 제가 참 남자로서 무책임하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괴롭습니다. '나를 저토록 좋아해준 사람이 여태껏 있었나?' '저 정도로 나를 좋아해준 친구라면 내가 저 여자를 위해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이 모든 생각이 지금 당장 내가 외로워서, 나약해 져서 드는 생각은 아닐까?' '단순히 몸이 외로워서 이러는건 아닐까?' '다른 사람을 만나면 금방 없어질 감정 아닐까?' 하루에도 이런 생각들이 수없이 반복됩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오늘도 힘들게 생활하고 있을 여자친구를 생각하면 제맘이 편치 않다는 것입니다.

 

선생님

1. 이게 단순한 동정심일까요 사랑일까요?

2. 만약 다시 만날수 있다면 사랑하는 마음보다 책임감으로 결혼해도 되는걸까요?

3. 냉정하게 끊는게 답일까요?

두서없이 나열한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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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연인’이라는 조건은 종종 아픈 사연을 만들기도 합니다. 오래 사귀었음에도 결국 헤어진 커플이나, 오래 사귀어 결혼했는데 서로 깊이 실망하고 결국 남처럼 사는 커플이, 오래 사귀어 결혼하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행복했던 커플보다 훨씬 많은 게 현실이죠.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오래 사귀었다’라는 조건은 연인의 스토리에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굳이 오래 사귄 커플이 아니더라도 결국 모든 연인은 비슷한 패턴을 걷게 되니까요. 즉, 중요한 건 ‘오래 사귀었다’라기 보다는 ‘지금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가’입니다.

 

굳이 답장의 시작을 ‘오래 사귄 커플’로 시작하는 이유는, 주신 사연에서 오래 사귄 커플에게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를 저토록 좋아해준 사람이 있었나?’ ‘이게 단순한 동정심일까요?’ ‘책임감으로 결혼해도 되는 걸까요?’ 오래된 커플은 오래된 부부처럼 ‘우정’이 생깁니다. 사람들은 그걸 애써 포장해 ‘정’이라고 부르죠. 같이 있으면 편하고,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주는 것보다는 받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 그렇게 오래된 연인은 오래된 부부와 참 유사합니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습니다. 오래된 부부는 그런 ‘우정’의 너머를 굳이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서로에게 편안한 존재가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오래된 연인은 (영원히 연애하며 살 계획이 아니라면) 이제 ‘결혼’이라는 새로운 과정을 시작해야 하므로 어느 순간 둘의 관계를 돌아보게 됩니다. ‘우린 과연 사랑일까? 만약 사랑이 아니라면 결혼해서도 잘 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면 그만큼 권태기는 더 빨리 오고, 그만큼 다른 곳으로 향하는 시선은 더 막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미 헤어진 상태라면 굳이 그 인연을 다시 이어붙이려고 노력하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진 않네요. 다만 한 가지는 미리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언젠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그 사람과도 익숙해져 그 삶에도 지쳤을 때, 사연 주신 분은 지금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토록 나를 좋아해 주었던 사람과 결혼했어야 했어.’라는 후회와 함께 말입니다.

 

“뭐야? 그래서 어쩌란 말이야?”라는 말씀이 들리네요. ㅠㅠ 제 결론은 단순합니다. 사연 주신 분이 어떤 선택을 하셔도 얻을 수 있는 것과 잃게 될 것은 모두 존재한다는 것. 그러니 머리로 고민하지 마시고 더 마음이 가는 방향으로 결정하시면 됩니다. 어느 방향을 결정하셔도 사연 주신 분이 나중에 감당하셔야 하는 감정의 크기와 무게는 비슷할 것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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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