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같은 나를 자학합니다
치아님.. 저는 제 자신 때문에 고통스럽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회사에서 과장님이 시킨 일이 있는데 하는 방법까지 정해주고 가셨습니다. 그래서 그대로 했죠. 제가 보기에도 그게 맞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부장님이 오셔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저를 꾸짖으셨습니다. 막상 말을 듣고 보니 부장님 의견이 더 맞는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왜 거기까지 생각을 못 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과장님이 하라고 했어도 그 정도는 제 선에서 변경을 할 수 있었던 문제인데요. 사실 전 과장님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하는 억울함과 제가 너무 바보같다는 생각때문에 많이 속상했습니다.
비단 이 일 뿐만이 아니라 다른 일에서도 제 생각을 바로 얘기하지 못합니다. 판단이 잘 안 설 때도 있고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을 잘 표현하지 못하다 보니 함부로 저를 판단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그럴 때마다 저 자신을 괴롭힙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다가 죽을 거다. 왜 이것 밖에 안 되는지...
사람을 만나는 게 어렵습니다.상대방이 저의 이런 부분을 쉽게 알아차리고 악용하면 어쩌나 싶기도 하구요. 누군가를 만나 대화를 하고 집에 와서 내가 잘못 얘기한 게 없나 하고 수도 없이 곱씹어 봅니다.그래서 저의 이런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만 어느 순간 폭발해서 지인한테 얘기를 하면 저는 또 이상한 사람이 되고요.지칩니다.
치아님 이런 상황들이 반복된다는 건 결국 제게 문제가 있는 거겠죠? 뭔가 시원하게 생각을 정리해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서 답답하긴 합니다.그래도 치아님은 이해하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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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주신 분은 무척이나 마음이 착하고 고운 분입니다. 대화 한 번 나눠보지 않고 어떻게 확신하느냐고 의아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상담 공부를 하기 전의 제가 정확하게 사연 주신 분과 같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보내주신 이메일만으로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연 주신 분은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타인에게 불이익을 주게 될까 봐 조심스럽게 생활하며, 무엇보다 내가 타인에게 도움 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지니고 계실 것입니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만나 대화를 하고 집에 와서 내가 잘못 얘기한 게 없나 하고 수도 없이 곱씹어 봅니다.”가 가능하신 것입니다. 대중교통에서 발을 밟혀도 혹시 그 사람이 아니라 내가 잘못한 건 아니었을까를 먼저 생각해보는 분이실 테고요. 그래서 제가 ‘마음이 착하고 고운 분’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하지만 ‘상담’을 공부하면서 저의 이 성격이 ‘나’를 위해서는 바람직한 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은 좋겠죠. 제가 잘해주니까. 하지만 문제는 ‘나’입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항상 나만 손해 보는 느낌이 들고, 잘하려고 한 행동도 결국 결과가 좋지 않아 나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종종 생기며, 배려하며 했던 행동이 인정받지 못하거나 심지어 오해를 받기라도 하면 그때부터 지독하게 자학하며 괴로워합니다. 즉, 타인을 위해서는 좋은 성격이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를 위해서는 최악의 성격이었던 것입니다. 남 좋은 일만 해주며 살아온 셈이었죠.
세상의 주인공은 ‘나’입니다. 누가 뭐라고 하건 지금 내가 사는 이 삶의 주인공은 ‘나’입니다. 아무리 잘난 사람이 세상에 넘쳐도 내가 사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입니다. 이 불멸의 명제를 잊는 순간 ‘나’는 나 자신에 의해 내 인생의 엑스트라가 되어버립니다.
과장이 하라는 대로 해봤는데 부장이 클레임을 걸었다면 그건 과장과 부장 간의 문제입니다. 그 과정과 결과에 결코 ‘내’가 욕을 먹을 이유가 없습니다. 화살이 내게 돌아왔다면 그 화살을 내게 쏜 사람이 어리석고 바보 같은 것입니다. 과장이라는 원인 제공자가 따로 있는데 나를 질책한 부장이 바보인 거죠. 만약 과장의 지시가 틀려서 나의 의도대로 진행했는데 부장이 뭐라고 했더라도 그건, 내가 무언가를 잘못한 게 아니라, 부장이 사안을 바라보는 안목이 없는 탓입니다. 나의 멋진 의도를 이해할 안목이 부장에게는 없었던 것입니다. 그게 ‘주인공’의 생각하는 방식입니다.
“제 생각을 바로 얘기하지 못합니다. 판단이 잘 안 설 때도 있고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판단이 안 서기에 바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누구나 그런 상황에서는 그렇게 행동합니다. 그러니 그런 일로 자신을 욕하시면 안 됩니다. 이제까지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 중요해서 바로 이야기하지 못하셨다면 이제부터 그 패턴은 바꾸시는 것이 좋습니다.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삶의 주인공은 ‘나’이니까요. 내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건, 그걸 받아들이느냐 못하느냐는 상대의 몫입니다. 상대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내가 바꿀 이유는 없습니다. 어차피 상대도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나도 내 인생에서 주인공으로 살아가므로, 주인공과 주인공의 대결일 뿐이지 어느 편이 정답이라는 건 없습니다.
시간 내서 ‘자존감’에 관한 공부를 더 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관련된 책도 많고, 제 블로그의 검색창에 그 단어를 입력하셔도 많은 사연과 답장을 읽어보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매일 이 문장을 외우다시피 반복하시면 좋습니다. “나는 항상 옳다.” 자기 최면이 아닙니다. 실제로 내가 주인공인 내 삶에서 나는 항상 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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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