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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한 아내와 이혼해야 할까요?

상담사 치아 2021. 4. 17. 10:15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고서, 정말 재앙 같은 몇 달을 보내고 이제는 이혼을 할지말지 고민만 하다가 결국 결정도 못하고 별거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번 치아님께서 일단 감정들을 다 흘려보내고 차분해졌을때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게 좋겠다고 말씀해주셨었는데요 진짜로 시간이 흐르다보니 감정적인 것들은 많이 가라앉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이제 이성적으로 결정을 해야겠다 싶어서 정말 수없이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그래도 도무지 이혼에 관한 결론은 안나왔습니다. 아니, 결론은 나왔는데 마음을 못먹겠더라구요 머릿속으로는 이혼을 하는게 맞다, 라고 생각하는 데 말입니다.

 

그래서 정말 마지막 방법으로 제 마음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보고자 제가 제안하여 별거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괜찮았습니다. 밤에 잠은 잘 오지 않았지만 한편으론 편하기도 하고 자유롭기도 하고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이 되던 주말에 정말 저도 무서우리만치 감정이 휘몰아 치더군요 정말 와이프가 너무 보고싶고 당장에 보러가고싶고, 어디선가 저를 보고있을거 같고, 제 자취방에서 저를 기다릴거 같고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사무치게 그리웠습니다. 그렇게 이틀을 힘든 마음으로 보내고 나니, 이번에는 또 다시 분노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제가 봤던 카톡, 제가 했던 상상, 이런게 다시 생각이 나면서 와이프가 너무 원망스럽고 싫고 없었으면 좋겠고 와이프도 상간남도 다 인생 망쳐버리고 싶고 하는 정도로 분노가 생겼습니다. 그러다가 또 다시 이내 그 감정이 가라앉으면 다시 와이프가 보고싶어지고 이런 감정들이 반복이 되었습니다

 

와이프는 많이 반성하고 있고 저를 지금도 많이 사랑하는거 같습니다. 그 사실은 느껴집니다. 다만 제가 이 일을 정말 진심으로 용서하고 이 일을 묻어두고 와이프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그 확신이 생기지 않습니다. 이미 깨어진 신뢰 아무리 붙여서 산다고 하더라도 정말 위태위태하게 붙여놓고 다시 깨어지기 쉬울텐데 지금 아무리 좋은 감정이 있어도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더 늦기 전에 빨리 이혼을 하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도 합니다.

 

어떻게 하는지 좋을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제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모르는 제 마음을 상담사님께 얘기하는게 참 어불성설이지만 답답한 마음에 오랜만에 말씀을 드려봅니다...시간되실때 상담사님의 고견을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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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는 직업의 특성상 내담자께 ‘확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본인의 인생을 결정하는 주체는 당연히 당사자이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담’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건네지는 조언은 주변 지인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무게를 지니기에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도 크기 때문입니다. 판단도 결정도 내담자 스스로 현명하게 하실 수 있게 도와드리고 인도하는 것만이 상담사가 할 수 있는 역할입니다.

 

하지만 사연 주신 분의 경우에는 스스로 너무도 혼란스러워하셔서 조금은 제가 ‘확정적인 표현’을 사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하고 계시는 고민이 열 번 백 번 해도 가치 있는 것이라면 아무 상관 없지만, 제가 보기에 사연 주신 분은 지금 그저 ‘소모적인’ 고민만 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ㅠ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금은 이혼을 잊고 다시 함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더 늦기 전에 빨리 이혼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도 합니다.”라고 하셨지만, 이혼 결정에 ‘더 늦은’ 시점이라는 건 일방적으로 어느 한 편이 다른 한편에게 해를 주고 있을 때 가능한 표현입니다. 만약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이 있다면 이 여성은 ‘더 늦기 전에’ 결정해야 하는 것이 맞는 거죠. 하지만 단순히 ‘언젠가는 할 이혼이라면 좀 더 젊을 때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라는 개념의 ‘더 늦기 전에’라면 1~2년 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는 시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시간 동안 충분히 노력할 수 있다면 이후 부득이하게 이혼하게 되더라도 훨씬 후회가 적으실 것입니다.

 

사연 주신 분의 지금 고민은 사실 오직 하나일 것입니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도 내가 아내를 용서하지 못한다면, 그래서 성관계 때마다 그 생각이 나고, 반복적으로 그 일을 떠올리며 분노한다면, 그렇게 피폐한 삶을 살아가느니 차라리 지금 이혼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맞습니다. 정말 앞으로 그런 모습만 남았다면 차라리 당장 이혼하시는 것이 낫습니다. 하지만 사연 주신 분이 별거 관련하여 제게 제일 먼저 하신 이야기는 “그런데 일주일이 되던 주말에 정말 저도 무서우리만치 감정이 휘몰아치더군요.”였습니다. 지속하지 않는 감정이고 반대의 감정도 발생하지만, 이건 엄연히 ‘아내를 사랑하는’ 감정이 분명합니다.

 

이런 마음 상태라면, 이혼한다고 당장 나에게 새롭고 행복한 인생이 펼쳐진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차라리 아내분과 넉넉한 시간을 함께하며 서로를 좀 더 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이혼할까?”가 아니라 “이혼할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곧, 아직은 이혼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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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