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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왜 죄는 남편이 짓고, 벌은 내가 받나요?
상담사 치아
2017. 12. 20. 21:07
자해도 했고, 남편은 그걸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상성욕으로 없던 부부관계도 생겼으나 그 뒤에 따라오는 허탈감으로 우울증 증세에 시달리며 지내야 했네요. 남편은 나름 노력해주고 있습니다.
겉으로 표 내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지냅니다. 표를 내기엔 제 자존심이 너무 상하거든요. 매일 생각합니다. 왜 바람을 피웠을까?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모범가정이었는데 도대체 왜 외도를 한 걸까? 주변에선 아무도 모릅니다.
아이를 파탄 난 가정에서 키울 수 없다는 생각과 사위가 최고인 줄 아는 저희 부모님을 실망시킬 수 없어서 차마 누구에게도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모르는 사람들이 남편을 칭찬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속에서 미친 듯이 분노가 올라옵니다. 그리고 외치고 싶어요. “저 새낀 가정을 두고 바람 핀 개새끼야!”
제가 원하는 게 뭔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이혼인지 그냥 사는 것인지. 애만 아니었으면 전 정말 자살했을 겁니다. 선생님 글을 보니 6개월간의 노력이란 글이 있더군요. 그런데 전 그 노력 하고 싶지 않습니다. 죄는 남편이 지고 왜 벌은 제가 받아야 하는지 저는 도대체 이해가 안 가는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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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주신 사연 속에, 외도한 남편에 대한 분노와 더불어 어쩔 수 없이 이 상황을 감내하고는 있지만 절대 용서하거나 인정할 수는 없는 괴로움이 함께 담겨 있어 무척 마음이 아팠습니다. ㅠㅠ
배우자의 외도는 인정할 수도, 인정할 필요도 없는 일입니다. 설사 그 외도에 내가 조금이나마 어떤 원인제공을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손톱만큼이라도 외도를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남편분의 외도에 대한 “왜?”라는 궁금함은 의도적으로라도 이제 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유 없습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습니다. 그냥 다른 여자와 섹스하고 싶으니까 한 것입니다. 남자라는 종족 중 일부는 그렇게 단순하고 천박한 행동을 합니다.
‘슬픔과 분노와 상처가 잊히긴 하는지.’ 궁금해하셨는데, 반드시 지워집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지우려고 억지로 노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 하느냐의 문제일 뿐 반드시 사라지게 됩니다.
‘6개월의 노력’도 하고 싶지 않은데 하실 필요 전혀 없습니다. 그건 내가 남편과의 관계를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시키고 싶은 욕구가 강렬할 때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죽이고 싶을 만큼 밉고 하루에도 몇 번씩 불쑥불쑥 분노가 솟구쳐올라오는 데, 도대체 그 인간을 바라보며 웃어준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방법인가요? 절대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노력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노력하느라고 받는 스트레스가 더 위험합니다. 다만, 그렇게 지내시다 보면 언젠가 남편을 바라보는 시선에 스스로 변화가 올 때가 있습니다. 그때 되면 잠깐이라도 고민해보시면 됩니다. “이제는 노력이라도 한 번 해줄까?”하고 말입니다.
“왜 죄는 남편이 지고 벌은 내가 받아야 하는지?”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사실 남편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정답은 “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모든 것이 깔끔하게 해결됩니다. 사과의 한 귀퉁이가 썩었으면 도려내고 먹어야죠. 하지만, 그 남편을 버리지 않고 데리고 살기로 하셨으니, 즉, 사과의 썩은 부분까지 씹어 먹기로 하셨으니, 비록 쓰더라도 감내하셔야 합니다. 그게 내 아이를 위한 옳은 선택이라고 결정하셨으니, 즉,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내 인생쯤 희생해도 좋다고 결정하신 것이니, 정말 안타깝지만, 감내하셔야 합니다. ㅠㅠ
다만, 제어하려고 하지 마시고, 참으려고 하지 마시고, 성인군자가 되려고 노력하지 마시고, 모든 감정을 다 쏟아내시기 바랍니다. 가슴속에서 다 꺼내셔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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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