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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종교에서 탈출하고 싶습니다

상담사 치아 2021. 6. 30. 16:17

 

안녕하십니까 치아 선생님. 상담을 받고 싶어 이렇게 글을 보냅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셨습니다. 온 가족이 다 다녔는데 그때는 잘 몰랐습니다. 어린 아이가 뭘 알겠습니까. 그냥 부모님 손길을 따라가면 되는 줄 알지요. 그러나 나이를 먹으먼 먹을수록 싫어졌습니다.

 

사실 그 교회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예수님의 사랑이 어쩌구하는 그런 평범한 교회가 아닙니다. 사실 세간에선 빼도박도 못하고 사이비 종교 취급 당하는 종교입니다. 그럼에도 그건 교회 내부 사람들에게는 닿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그래서 다니는 내내 뭔가 이상하다 하면서도 확신이 없었습니다. 아니, 사실, 진즉에 잘못됐다고 생각하면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교회를 다니고 싶지 않아서 어떻게든 부모님을 설득하려해도 부모님은 사탄 마귀의 미혹에 지면 안된다며 대화가 불가능한 태도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교회에 가지 않으면 남는 것은 영원한 불지옥 뿐이라며 카세트 테이프 마냥 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었습니다.....그치만 제 마음 속에선 그걸 그대로 따르기 싫었습니다. 다 미친 소리 같았어요. 저는 어릴 적부터 이 괴상한 종교의 사상과 싸워왔습니다. 매 예배마다 모여 곧 아버지가 강림하면 우리는 영원한 천국에 갈 것이고 나머지는 전부 다 깡그리 영영새새 불지옥에 떨어질 것이라며 다 같이 하하호호 웃어대는 비열한 그들처럼 되고 싶진 않았어요.

 

그런데.....이제와 보니 그러느라 너무 많은 걸 못해봤네요. 언젠가 다 보상 받을 거라고 믿었지만 요즘은 그게 그냥 내 생각일 뿐 아무 약속도 없는데 혼자 고통만 받은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픕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살았는데 어째 친구 한 명이 없어요.....친구랑 같이 고깃집에서 고기 구워 먹어보는 경험이라던가 하고 싶었는데......그게 요즘은 제일 허하네요. 여자친구까진 거의 망상에 가까운 기대인 것 같고.....

 

이제는 좀 제 자리를 찾고 싶습니다. 저는 그냥 제가 태어난 세상에서 열심히 일하고 울고 웃으며 사람을 사랑하다가 사람답게 죽고 싶습니다.

 

지금은 집에서 나와서 이걸 쓰고 있습니다만. 마지않아 저는 또 집으로 들어가야 할 겁니다. 지금 당장 수입이 없어서 먹고 살 수가 없거든요. 머지않아 반드시 독립할 테지만 그러려면 일단 시간이 필요해요 이뤄야 할 꿈도 있고요. 그러려면 집에서 버텨야하는데 대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면 좋을까요. 저는 교회에 관련된 키워드를 듣거나 보기만 해도 무섭고 기분이 나빠집니다. 그들 때문에 소중한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긴 것 같아요.

 

무슨 마음을 가져야 이 상황 속에서 무사히 스스로의 마음을 지킬 수 있을까요. 스스로 공포에 지배 당하지 않고 내가 해낼 수 있을거라고 믿을 수가 있어야 하는데 뭔가 마음을 강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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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사연 주신 분의 건강한 자의식과 비판의식을 응원합니다. 저 역시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일개 평범한 인간이기에 감히 그 어떤 종교도 ‘거짓’이나 ‘사이비’라는 수식어를 붙일 자신은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어울리며 (저세상이 아닌)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인간이 추구해야 할 정말 중요한 목표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보다 더욱 나은 삶을 추구하려는 사연 주신 분의 마음과 노력에 진심으로 박수를 드립니다. 이제라도 더 많은 사람을 만나 의미 있는 소통을 많이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점에서라도 그 목표를 이루는 데 현재는 걸림돌이 되는 가족과의 관계 모순은 꼭 해결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은 결코 각각 다른 방향으로 내달리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따라갈 수 없습니다. 한 손 가득 떡을 쥐었다면 동시에 같은 크기의 다른 떡이 또 쥐고 싶어도 결코 쥘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그렇게 무언가를 얻었다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잃게 됩니다. 얻으면서 동시에 잃기 싫은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내 마음이 평화로울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선택한 생각과 행동에 스스로 책임지는, 성인으로서의 성숙한 자세입니다.

 

경제적인 도움과 집에서의 독립을 동시에 얻을 수는 없습니다. 경제적인 도움이 꼭 필요하다면 집에 있으면서 괴로운 모든 일은 참고 견뎌내셔야 합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를 자주 반복적으로 연습하면 버티는 데 큰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세상은, 내가 그것에 주목하지 않는 한 내 마음을 괴롭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견뎌낼 수 없을 것 같다면 무조건 독립하시는 것이 답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경제적인 문제는 무조건 내가 해결해내거나 감내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당분간 꿈을 포기해야 한다면 그것 역시도 내가 선택한 결과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결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쫓을 수는 없습니다. 사안의 우선순위를 정한 후 그것을 결정하면서 만들어지는 후폭풍은 무조건 감내해내셔야 합니다. 문제의식이 건강하시니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으실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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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