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의 자아(페르소나)로 살아갑니다
안녕하세요, 치아님. 항상 블로그로만 보다가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저를 바라보는 시선은 커리어 우먼, 독립심이 강하고 멋있는 여자, 밝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바라보는게 큽니다. 저도 제가 하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은 최선을 다하는 경향이 맞구요. 그런데 저에게는 콤플렉스가 있습니다.
저는 제 자신에게 2개의 자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일할 때자아와 일을 하지 않을 때 자아로 나뉩니다. 일을 할 때의 자아는 아주 밝고 사교적이고, 모르는 사람에게 굉장히 쿨한 모습이구요. 일을 하지 않을 때의 자아는 낯도 많이 가리고, 예민하고 작은 것에도 스트레스 받는 모습입니다.
직업상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말을 잘 걸고, 세심하게 모든 사람들을 다 챙기는 스타일입니다. 그런데 일이 끝나는 즉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약속이 잡히거나 사람들 만나는 것이 큰 스트레스입니다. 그래서 집에 혼자 있으면 불도 끄고, 혼자서 청소를 하거나 티비를 보거나 혼자 산책을 하면서 제 에너지를 채우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는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저의 첫번 째 자아의 모습을 보고 더 가까워지고 싶어 합니다. 당연히 더 친해지면 좋은 것도 있겠지만, 제 다른 자아를 보이는 게 두렵습니다. 그리고 그걸 숨긴 채 만나는 것도 너무 지치고 힘이 듭니다. 매번 다른 이유를 만들어 약속을 무산시킬 때도 종종 있습니다.
왜 애초 처음부터 거절을 하지 못했는지, 왜 다른 이유를 만들어 가면서까지 약속을 취소해야 하는지 제 자신이 자책될 때가 많습니다. 남편은 너가 좋은 사람으로만 기억되고 싶어서 그런거라고 이야기해주는데, 저도 머리로는 알겠는데 어떻게 해결해야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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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주신 분이 하고 계신 것은 ‘페르소나’에 관한 고민입니다. 페르소나는 우리 말로 하면 ‘가면 인격’이죠. 인간은 살면서, 사회적 지위, 인간관계 등에 따라 다양한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한국인은 ‘가면’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페르소나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가면이라는 단어는 결코 부정적인 뜻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저는, 집에서는 다정하고 믿음직한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하고, 사회생활에서는 실수하지 않고 일을 잘 처리해 내는 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친구들을 만나면 좀 푼수끼가 있으며 모자라고 부족해 보이지만 반면 모임 전체를 즐겁게 만드는 엔터테이너의 역할을 하고 싶어 하죠. 사회생활의 저를 아는 분은 사적인 관계에서의 제가 아마 정말 낯설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가진 욕망과 사회적인 상황, 또 그 상황을 구성하는 인간관계의 종류에 따라 저의 페르소나를 그렇게 일부러 다양하게 설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다양한 가면 인격을 가진 것에 대해 절대 고민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다른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맺어가기 위해 나 스스로 만든 꼭 필요한 요소이자 과정이며, 그 가면 하나하나는 오직 종류만 다를 뿐 결국 모두 또 다른 ‘나’이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를 수는 있어도, 어느 하나가 다른 것과 비교하여 우월하거나 열등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다양한 페르소나를 인정하는 것은 곧 ‘자신을 사랑하는 건강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우선, ‘직업 현장에서의 나와 혼자 있을 때의 나’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우월하다는 생각을 지우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연 주신 분이 사용하신 표현인 “제 다른 자아를 보이는 게 두렵습니다.”는 비록 그렇게 생각하며 사용하신 표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문장 안에 ‘혼자 있을 때의 나’에 관한 열등의식이 담겨있거든요. 열등하다고 생각하니 그걸 숨기고 싶어 하시는 것이고, 그런 노력이 사연 주신 분을 지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남편분이 하신 말씀은 놀랄 만큼 통찰력 있고, 예리한 조언입니다.
자신의 모든 페르소나를 사랑해주세요. 그런 다양한 페르소나를 지니고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능력이고 멋진 일입니다. 마치 다섯 손가락 어디를 물어도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이, 그 어느 페르소나도 덜 사랑스러운 것은 없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내가 사랑해주는 만큼 성장하고, 내가 인정하는 만큼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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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