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남과 헤어졌습니다
안녕하세요 우연한 기회에 블로그를 접하고 어제 밤새 읽어보았네요. 치아님 말들이 많이 도움이 되었고 마음의 정리도 되었는데 아직도 생각이 많고 힘들고 직접 조언도 듣고 싶은 마음에 메일도 쓰네요.
저는 소위 말하는 불륜을 했어요 이혼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이긴 했습니다. 아이 이야기하면서요. 같이 만나면 좋으니까 만나면 안되겠냐.. 한번 사는 인생인데 이렇게 좋은데 왜 참고 살아야하냐 이렇게 저를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좋아서 결국 성관계도 맺었구요. 제가 죄책감에 힘들어하니까 한동안 관계가 없긴 했는데.. 결국 그 사람이 원하는거 같고 저도 원하고 다시 성관계를 갖게 되더라구요.
그러던 어느날 가족 이야기를 했습니다. 들으면서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건가 싶었어요. 결국 제가 먼저 이별을 고했습니다.
당신은 이혼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그럼 나는 엔조이인거 아니냐. 나는 이런 연애는 하고 싶지 않다. 이혼할 게 아니라면 이건 나에게도 당신 가족에게도 정말 나쁜 짓일 뿐이다. 그리고 나는 나를 사랑한다... 하니 너무 미안하다고 너무 좋아서 자기가 욕심냈다고 앞으로는 좋은 오빠로 잘해주겠다고 많이 좋아했다고. 자기도 심각했다고.. 엔조이같은 오해는 안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끝났습니다.
마음이 많이 허전해요. 어차피 엔조이였나... 하루라도 빨리 끝내는 게 결국 좋은 선택이었나. 가정을 깰 생각은 없으면서 나를 만나고 싶어했던건 저리 아니라 말해도 결국 섹스가 필요했던 건가 이런 저런 생각이.
어떤 말씀이라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을까 해서 용기내서 메일 드려봅니다..
----------
이별은 무척이나 현명한 판단이셨습니다. 그 남자분이 전형적인 불륜남의 모습을 보이고, 결국 사연 주신 분과의 섹스가 만남의 일차적인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여서 드리는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그런 것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사실 내가 그 남자를 정말 사랑하고 좋아하며, 그 남자와 만나는 것에 진짜 행복을 느낀다면 그런 조건들이 뻔히 눈에 보여도 이별의 결정을 하긴 쉽지 않거든요. 제가 ‘현명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사연 주신 분께서 자신의 마음 상황을 너무도 잘 알고 계시며 이후 닥쳐올 불행을 미리 준비하는 단호함까지 지니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사연 주신 분은, 모든 주변상황을 무시하고 있는 그대로 관계가 주는 욕망과 쾌락만을 추구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상대 가족의 이야기에 마음이 불편하셨다는 것은 타인을 배려할 줄 알고, 욕망에 휩싸여 옳고 그름을 뚜렷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분은 아니라는 뜻이니까요. 그렇게 ‘이혼할 생각도 없고 성관계가 목적인 남성’이라면 언젠가는 일방적으로 나만 상처받게 될 거라는 사실도 직감하신 것 같고, 그런 상처는 더 크게 곪기 전에 미리 도려내자는 판단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현명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입니다.
힘드실 것입니다. 마음의 상처도 몸의 상처와 같아서 일정 시간이 지나야 아물 테니까요. 하지만 ‘나’를 위한 옳은 판단이니 절대 흔들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정말 힘들어 다시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지더라도, 상대가 그저 내 육체를 소비하기만 하는 그런 관계로는 절대 돌아가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은 ‘주체적’이어야 하며, ‘모든 사람의 축복을 받는 관계’도 행복한 사랑을 위한 소중한 조건이니까요.
상담을 원하는 분은, 사연을 이메일(orichia@naver.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보내주신 사연은 답장드린 후 바로 삭제합니다. 포스팅은 개인적인 내용을 모두 삭제하고 내용을 일부 창작한 후 익명으로 진행하며 원하지 않는다고 적어주시면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상담료는 후불이며, 아래 배너를 참고하세요.
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