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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간호사의 태움 때문에 괴롭습니다
상담사 치아
2022. 2. 3. 13:13

환자의 위급한 상황 대처를, 의사와 직접 상의해서 대처했다가, 자신의 컨펌 없이 진행했다고 혼냈을 뿐만 아니라, 동료 간호사 여러 명에게 그 비난을 하고 다니는 선배 간호사의 말과 행동에 상처 입은 분의 사연입니다. ‘소년 간호사’로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분께서 요청하신 사연인데, 관련하여 유튜브 영상도 제작하셨더라고요. 전문 연기자도 아니신 것 같은데 연기가 얼마나 리얼하시던지요.~ ^^ 사연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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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주신 사연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사연 주신 분께서 선배 간호사분의 말과 행동 때문에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것 같아 마음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간호사’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정말 중요한 직업이다 보니 간호사분들이 함께 생활하시는 커뮤니티의 위계질서는 일반적인 사회의 그것보다는 훨씬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다만, 커뮤니티의 성격이 어떻건 간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어느 한 사람 마음의 상처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라는 원칙은 분명하기에, 사연에 등장하는 ‘선배 간호사’분의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아 보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 같습니다.
어느 조직에나 원리 원칙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개인보다는 조직을 더 우선하는 분들은 꼭 계시며, 대개 ‘윗분’의 자리를 차지하고 계시는 그분들에게 우리가 “당신의 말과 행동을 좀 더 인간 중심적으로 바꾸시오.”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말해봐야 더 큰 보복이 돌아올 수도 있는 상황이 대부분이기에,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대응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그들을 조종하는 것이죠. 혹시나 그분들을 혼내주는 방법이나 복수하는 방법을 기대하셨다면 실망하셨을 수도 있겠네요. ㅠㅠ
첫째는 내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입니다.
눈을 감고 활활 불타오르는 방안에 앉아 있는 상황을 5분 정도 상상하면 실제 내 몸의 체온은 그 이전보다 조금 오르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이토록 놀랍게 생각의 지배를 받습니다. 마음의 상처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은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나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거라고 느낄 수 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시면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나의 눈과 귀를 통해 뇌로 전달되고, 나의 뇌가 그 정보를 해석하여 기록한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그럼 실질적으로 그 사건을 나의 마음에 상처로 각인하는 것은 누구일까요? 맞습니다. 바로 ‘나 자신’입니다.
그래서 저는 종종, 잔소리가 많고 욕설까지 퍼붓는 부모나 상사 때문에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신공을 연마하시라고 부탁드립니다. 당연히 처음에는 잘 안 되실 것입니다. 하지만 반복하고 또 반복하면서 계속 기술을 연마하면 언제부터인가 그들의 이야기가 그냥 내 몸을 통과하여 맞은편 벽에 닿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때부터는 세상의 그 무엇도 나의 허락 없이 내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없게 되는 것이죠.
다른 하나의 방법은 그들을 조종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대개 ‘악한 행동’을 하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래서 악한 행동을, 하고 싶어서 하는 진짜 빌런은 극히 드뭅니다. 사연 속에 등장하는 선배 간호사가 다른 간호사에게 뒷담화하는 것 역시 선배 간호사는 ‘그것이 악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며, 따라서 그것이 목적은 아닐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후배 간호사로부터 무시당했다고 생각하여 구겨진 자존심을 그런 방법으로 회복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즉, 사연 주신 분을 향한 공격이라기보다는, 자기의 감정을 보호하고 재생하기 위한 방어라고 보시는 게 맞는다는 뜻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분의 행동이 정당화되진 않습니다. 그 행동으로 말미암아 죄 없는 분이 마음의 상처를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그 행동을 ‘악(惡)’으로 규정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면, 굳이 ‘악’으로 규정하지 말고 ‘반응’ 정도로 규정한 후, 그 반응의 강도와 형태를 바꾸려고 하는 게 오히려 현명한 대처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나에 의해 구겨진 자존심은 정확하게 ‘나’로 말미암아 회복될 수 있거든요.
당신이 얼마나 나에게 필요한 존재이며, 당신의 경험과 지식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대놓고 하면 너무 티가 날 수도 있으니) 은근슬쩍 지속적으로 느끼게 해주세요. 내키지 않더라도 마치 연극 무대에 선 배우의 마음으로 연기하시면 됩니다. 그다지 오래지 않아 그분의 말과 행동이, 내가 알고 있던 그것과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시구가 있습니다. 세상은 내가 그것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나에게 ‘내가 규정한 바로 그 의미’로 다가옵니다. 이 원칙만 잊지 않으시면 살면서 ‘빌런’을 상대하는 게 더 수월해지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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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