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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에서의 성희롱·성추행에 대응하는 법
상담사 치아
2022. 4. 8. 09:58
여성의 80%가 살면서 적어도 한번은 공공장소에서 성희롱·성추행을 경험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여성분들은 “아마 그럴 거야.”라며 고개를 끄덕이시겠지만, 남성분들은 “정말?”하고 놀라는 분도 있을 것 같네요. 그만큼 남성분들은 이 사안의 심각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십니다.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이 아니어서도 그렇고, 이런 소재의 이야기가 언급될 때마다 마치 남성 전체가 범죄자인 것처럼 취급받는 게 불편해서이기도 하겠죠.
하지만 ‘공공장소에서의 성희롱·성추행 경험’이 어떤 것인지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본 남성분이라면 나의 어머니, 딸, 누이, 여친, 아내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이 주제를 쉽게 무시하긴 어려우실 것입니다. 여성보다는, 낯선 이성과의 신체적 접촉에 조금 더 관대한 남성이 이 사안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으시다면, 가해자의 자리에 ‘이성’이 아닌 ‘동성’을 대입해보시면 됩니다. 전철을 탔는데, 조직폭력배처럼 무시무시하게 보이는 덩치 큰 남성이 내 엉덩이나 몸을 만지거나, 그 남성의 성기를 의도적으로 내 몸에 비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상상을 하실 때 느끼게 되실 바로 그 불쾌한 감정을 여성의 80%가 살면서 적어도 한번은 경험해봤다는 뜻입니다.
공공장소에서의 성희롱·성추행에 ‘피해자’로서 대응하는 방법은 이제는 제법 많이 소개되었습니다. 가장 바람직한 건 가해자가 검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만, 여성으로서 이 대응은 쉽지 않을 것이니, 그다음 바람직한 대응은, 주변인의 시선을 모을 수 있을 만큼 큰소리로 상대에게 항의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어렵다면 적어도 상대의 눈을 정면으로 노려보면서 자신의 의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그럴 용기마저 없다면 팔이나 가방 등으로 내 신체를 가리거나 그 자리를 피하는 소극적인 방법이라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대응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대로 참는 것입니다. ㅠㅠ
그런데 ‘피해자’로서 대응하는 방법과 달리, <공공장소에서의 성희롱·성추행에 ‘목격자’로서 대응하는 방법>은 많이 소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상황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두렵고 무서운 여성분일수록 그 상황에 개입하는 것이 더욱 쉽지 않을 테니 목격자의 행동을 만드는 게 어려워서 일 수도 있겠죠.
그 밖에도 이유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굳이 내 문제가 아니어서 일 수도 있고, 괜히 개입했다가 내가 오해한 거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개입했다가 오히려 내가 봉변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폭력의 방관자는 폭력의 공범과 같은 것처럼, 그런 상황을 목격하고도 가만히 있는 것은 가해자의 행위에 동조하는 것과 같습니다. 실제로 여러분이 피해자의 위치에 서게 되었을 때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해보시면 조금 더 용기가 나실 수도 있고요. 사실 피해자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황이라면 당신의 작은 도움은 그녀에게 정말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쉽게 이런 상황에 개입할 방법을 알려 드리고자 하니, 앞으로는 꼭 활용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비슷한 유형의 공공장소뿐만 아니라 직장 등에서도 얼마든지 적용해보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여기서 ‘이런 상황’이라고 하는 것은, 노골적인 신체적 접촉이나 포옹, 자기 몸을 이용해 누르거나 비비는 행위, 성적인 암시를 주는 행동, 우연을 가장한 신체적 접촉, 신체를 평가하는 부적절한 말, 성적인 신체 노출, 농담을 가장한 성적인 표현, 야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제시하는 행위, 거부했음에도 반복되는 만남 요구, 동의 없이 촬영하는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말합니다.
행동 수칙 1.
우선 그녀가 접한 상황이 성희롱·성추행인지 잘 모르겠다면 그녀의 표정을 살펴보시면 됩니다. 당황하거나 황당해하거나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다면 그 상황은 성희롱·성추행이 맞습니다.
행동 수칙 2.
피해자에게 다가가 혹시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봅니다. 이 행동만으로도 가해자는 그 자리를 피할 수 있습니다. 혹시 내가 그 상황을 오해한 거라면 괜찮다는 답이 돌아올 것이고요. 만약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것도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피해자에게 다가가 피해자를 아는 척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동행이 생기면 가해자는 물러나기 마련이니까요. 피해자가, 내가 아는 척하는 걸 오히려 당황해하면 “죄송합니다. 아는 분하고 너무 닮으셔서요.”라고 말하고 물러나시면 됩니다.
행동 수칙 3.
혼자 그 상황으로 다가가는 것이 두렵다면 근처 다른 분에게 그 상황을 인지시키고 개입할지를 상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언제나 혼자보다는 둘이 더 나으니까요.
행동 수칙 4.
상황이 더욱 명확하고, 좀 더 용기가 있으시다면, 카메라로 그 상황을 촬영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자신이 촬영되는 것을 인지한 가해자가 행동을 멈추게 하는 효과도 있고, 차후 법적 증거의 효력을 가질 수도 있으니까요. 단, 절대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시면 안 됩니다. 오히려 법적인 피해자가 되실 수도 있으니까요.
행동 수칙 5.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가해자에게 다가가 명확하게 경고를 하는 것입니다. “저기요. 그러시면 안 되죠.” 정도가 좋을 듯합니다. 다만, 혹 가해자가 시비를 걸어오더라도 절대 더 말을 섞거나 시비에 휘말리지 말고 피해자와 함께 그 자리를 피하시기 바랍니다. 대화가 길어져 싸움까지 번지면, 선의로 한 행동이 자칫 당신의 피해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위에 언급해드린 내용 중 어떤 행동을 하셔도 좋으나 앞으로는 꼭 이 행동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알고도 무시하는 것” 말입니다. 세상은 그렇게 연대할수록 조금씩 더 나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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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