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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과 걱정은, 무거운 짐과 같습니다
상담사 치아
2022. 5. 18. 17:36

살다 보면 무거운 짐을 들고 이동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제법 무겁긴 하지만 못 들 정도는 아닌 무게의 짐을 들고 길을 나선 초반에 우린, 꽤 의연하게 짐을 들고 걸어갑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짐은 더 무겁게만 느껴지고, 그 무게가 만드는 몸의 통증도 커져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결국 우리는 그 짐을 계속 들고 갈 수 없어 잠시라도 내려놓게 됩니다. 잘 들고 가던 짐이, 갑자기 내려놓아야 할 만큼 무거워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실제 짐의 무게가 늘어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건 바로 우리가 그 짐을 오래 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생활 속에서의 고민과 걱정도 이와 같습니다. 대개의 고민과 걱정은, 그 소재의 심각성보다는 그것을 우리가 얼마나 오래 머리와 가슴에 담아두었느냐에 따라, 생활에 미치는 악영향의 강도가 결정됩니다. 아무리 심각한 일이라도, 잠시만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던져 버리면 그 영향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다시 꺼내 곱씹는 것을 반복하면 그 고민은 세상 그 어떤 고민보다 심각한 고민이 됩니다. 우리가 그것을 마음에서 꺼내 다시 떠올리며 재경험하면 할수록 그 짐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지고, 그 무게는 결국 내 삶을 파괴하기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마음의 상처와 그 상처로 말미암아 생겨난 트라우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대개 상처의 기억과 트라우마는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진다고 생각하지만, 거기엔 분명한 조건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다시 떠올리며 재경험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배우자가 저지른 외도의 기억은 그것을 재경험하면 할수록 내 감정의 무게가 커질 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죄책감마저 희미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을 향한 누군가의 비난이 반복되면, 반성으로 가득했던 처음의 마음과는 다르게,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도 모르게 자기 보호기제가 작동되어 ‘내가 정말 이런 취급을 받을 만큼 잘못한 거야?’라는 적반하장의 상념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외도가 만든 부부의 갈등이 길어질수록, 이혼의 가능성도 커지는 이유입니다.
20년 가까이 상담을 이어오다 보니 이제 웬만한 사연은 유형별로 정리될 만큼, 내담자분들의 사연 유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사연으로 말미암아 받는 영향의 크기는 사람마다 모두 엄청나게 다릅니다.
내담자 중 ‘배우자의 외도’를 경험한 어떤 분은 현재, 이미 이혼한 상태이면서도 상대에게 욕설이 섞인 문자를 보낼 정도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건, 그분의 성격이 원래부터 그래서도 아니고, 배우자가 더 나쁜 행동을 해서도 아닙니다. 그분은 그 사건을 아직도 손에 쥐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장 걱정하는 것 중 하나는, 언젠가는 그 사건이 결국 그분 자체를 잡아먹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아야겠지만, 그 일을 과감하게 손에서 놓아 버리지 않는 한 쉽지 않은 일입니다. ㅠㅠ
하지만 비슷한 유형의 ‘배우자의 외도’를 경험한 내담자 중 어떤 분은 현재,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행복하게 지내고 계십니다. 15년 결혼생활 중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오르가슴까지 경험하며, 내가 이렇게 성욕이 강한 여자였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남편과 내가 이렇게 속궁합이 잘 맞는지 몰랐다고 고백하십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분에게 지금은 아무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배우자의 외도는 상상 이상으로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남기기에, 지금도 불쑥불쑥 솟아나는 의심과 분노는 여전하다고 하십니다. 다만, 이분은 그때마다 그 생각을 바로 감정의 쓰레기통에 버리십니다.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생각이 떠오르면 그냥 머리를 좌우로 휘휘 저으시고는 바로 무언가 신체적인 행동을 시작하신다고 합니다. 운동이건, 설거지건, 지인에게 전화 걸어 만나자고 하건 말입니다.
고민과 걱정은, 그게 무엇이건 간에, 오래 지니고 계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고민의 대부분은, 지금 당장 버려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나도 모르게 자꾸 생각나는 걸 어떡해요?”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생각이 떠오르는 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니까요.
중요한 건 떠오른 이후에 내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입니다. 떠오르는 상념을 따라 계속 상상에 상상을 덧붙여갈 수도 있고, 반대로 떠오르는 순간 생각을 잠가버리고 바로 다른 일이나 행동을 시작할 수도 있거든요. 어느 편이 진정 더 나를 위하는 것인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그것을 곱씹는다고 상대의 후회와 반성까지 깊어지지 않습니다. ㅠㅠ
그게 어떤 고민이건 간에 앞으로는, 떠오르는 순간 그 생각을 과감하게 생각의 쓰레기통에 버려보세요. 제발 그 무게가 내 삶을 짓누르게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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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