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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는 건 안 되는 거고, 내 능력은 여기까지입니다

상담사 치아 2022. 5. 27. 10:33
 
유명한 강사분들의 강연을 듣다 보면 종종 의아할 때가 있습니다. 많은 분이 공통으로, 보잘것없이 무언가를 시작했다가,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크게 낙심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했고 그렇게 성공을 향해 열심히 매진하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씀하시죠. 제가 의아한 부분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정말 많은 분의 스토리가 저 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끔은 “저는 이제껏 실패가 없었습니다. 승승장구였죠.”라고 말하는 분도 있을 법한데, 아닙니다. 저 스토리 구성이 드라마틱해서 일부러 그렇게 짜 맞춰서 말씀하시는 걸까요? 아니면 저런 스토리를 겪어야 성공하는 걸까요? 그것도 아니면 저런 스토리를 가진 분들만 강연에 섭외가 되는 걸까요? 거의 시작 5분을 보면 엔딩까지 유추가 가능한 헐리우드 히어로 무비의 패턴 같습니다. ㅠㅠ
 
다른 하나는, 도대체 왜 저 스토리를 배울 점이라고 강요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서 성공을 이룬 스토리에는 분명히 감동이 있습니다. 존경받아 마땅하고, 박수받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건 그분들의 스토리입니다. 나는 나일 뿐이죠. 배우고 말고는 내가 결정하고, 저 스토리가 배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도 내가 결정합니다. 제발 이런 게 옳게 사는 거라고, 이런 게 바르게 사는 거라고, 이런 게 행복하게 사는 거라고 규정하고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 스스로 진심으로 자극받아, 그 교훈을 마음에 새기고 재기와 성공을 향해 매진하게 되었다면 그 역시 박수받을 일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누군가에게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대 위의 강연자가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는 ‘행운’이 누군가에게는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고, 그 강연자를 성공으로 이끈 ‘부지런함과 끈기’가 고문 수준으로 하기 싫은 사람도 있습니다. 세상에는, 계단을 두 칸씩 뛰어오르는 강한 체력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칸도 쉬엄쉬엄 올라야 하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무리 부러워해 봐야, 아닌 건 아닌 거고 내 능력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전 가끔 아디다스의 “Impossible is nothing”이라는 슬로건이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지, 어떻게 불가능한 게 없다는 걸까요? 많은 분에게 저 말은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마법의 슬로건이겠지만, 자기 능력의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분에게 저 말은 폭력일 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 다 지치지 않고 도전하여 승리를 얻어내는 데 너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느냐는 암묵의 언어폭력 말입니다. 꼭 승리해야 하는 걸까요? 그냥 즐기면 안 되나요? 이제는 돌아가신 어느 그룹 회장님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라는 말처럼 말입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시련도 있고, 실패도 있고, 좌절도 있고, 포기도 있는 법인데, 저런 말로 얼마나 많은 부하직원에게 스트레스를 주셨을지. ㅠㅠ
 
무지막지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고 노력해서 얻은 그것이 과연 스트레스로 망가진 내 신체와 정신을 보상해줄 만큼 가치 있는 것인지, 언제나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치의 주저도 없이 그렇다는 생각이 들고 그 경지에 진심으로 가고 싶다면, 어차피 한 번 살다 가는 인생, 한번 찐하게 도전해보는 것도 멋진 일이겠죠. 하지만 이제는 정말 그만 주저앉고 싶다면, 까짓거 그냥 포기하더라도 제발 스트레스 안 받고 살고 싶다면, 그러셔도 됩니다. 왜냐하면 내 인생은 오로지 나의 것이며, 지금 못한 그건, 나중에 다시 하고 싶어질 때 해도 되니까요. 인생의 가장 큰 목적은 ‘행복’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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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