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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가 어렵습니다

상담사 치아 2022. 6. 27. 10:29
 
살면서 이런 저런 연애들을 해왔지만 늘 '사랑'이 붙으면 어려워졌습니다. 거의 모든 연애에서 '사랑해'라는 애정표현을 강요당하고, '나 사랑해?'와 같이 마음을 확인하는 질문들도 수없이 받았습니다. 사랑 표현이야 사람마다 다른 것이니 그렇다 치고, 설렘도, 좋아하는 감정도 전부 알고 있고 느껴봤지만... 연애가 시작될 때 즈음엔 찬물을 끼얹은 것 마냥 이성적이게 됩니다. '나 이 사람 정말 좋아하나?', '연애라는 걸 시작하면 얼마간은 이 사람과 함께 해야하는 것인데, 괜찮은걸까?' 하는 걱정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저의 이런 감정들을 이야기 하다보면 보통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합니다. 연애를 시작해도 상대가 그렇게 보고싶지 않아요. 주 1-2회 정도면 될 것 같고, 나만의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귀찮은 건 질색이죠. 이런 이야길 하면 답은 둘 중 하나입니다. '넌 그 사람을 좋아하는게 아니야' 라거나 '그냥 연애를 하지마라' 라고요.
 
제 나름의 애정을 가지고 시작한 관곈데, 뭐가 이렇게 어려울까요? 남들이 말하는 보통적인 '좋아하는 감정'을 정말 잘 모른다거나, 갖고 있지 않은 걸까요? 자존감은 높은 편에 속합니다. 저는 매력적인 사람이고, 부모님들도 저를 사랑하시죠. 친구들도 저를 믿고 따르고, 제 할 일도 곧잘 하는 편입니다.
 
사랑에 염세적인 면은 있어요. 백년가약을 맺은 부부가 생각보다 쉽게 찢어지고, 혹은 그 관계속에서 절망하는 모습을 주변에서도 TV에서도 보니 사랑에 대한 기대가 없다고 해야할까요. 오히려 저 홀로 온전한 모습이 되려 노력하고 혼자인 것을 즐기려하니 꽤 괜찮은 모양새가 되었죠.
 
그렇다고 연애를 안하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가끔씩 연애하고싶고, 타인에게 기대고 의지하고 싶지만 그게 잘 안돼요. 나의 힘듦과 고통은 내 몫이라고 혼자 해결하다보니 상대는 자신에게 의지하지 않는다며 서운해 하더라고요. 또 저를 좋아함으로써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에 무감정해진달까요. 고백 후에 답변은 언제줄건지 안달복달하는 모습이나 저와의 만남에 잔뜩 들뜬 모습이나 지나치게 신경쓰고 긴장하는 것들에 왠지 모를 민망함을 느껴요. 그런 모습들이 귀엽고 사랑스럽다기보단 저도 어쩔 줄을 모르겠어요. 안그랬으면 좋겠고, 그러다보니 무감정해진다는거죠.
 
저는 그냥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억지로 텐션을 높이고싶지도 않고, 호들갑 떨고싶지도 않고, 그건 노력의 영역이 아닌 것 같아요.제가 노력하는 건 결국에 상대의 좋은 점들을 끊임없이 상기합니다.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고, 이게 좋고 저게 좋고. 자기최면 하듯이요.
 
오히려 친구였을 때나, 친구들에게 더 관심갖고 더 잘해주는 것 같아요. 연애가 되면, 사랑이 되면 사람이 더 드라이해집니다. 저런 부분들로 상대를 실망시키다보니 점점 자신이 없어져요. 뭔가 그 사람들의 연애 기대치에, 애인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에요.
 
불행한 가정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전의 연애들이 큰 트라우마를 안겨준 것도 아니고, 정신적으로 부족한 것도 없는 것 같고, 저는 도대체 왜 이러는걸까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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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을 읽고 전, 사연 주신 분에게 오히려 여쭤보고 싶은 것이 생겼습니다. “왜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걸까요? 왜 누군가에게 들은 그런 근본 없는 기준을 근거로 아무 문제도 없는 내가 고민해야 하는 걸까요?” ㅠㅠ
 
세상을 살면서 (저 역시 생각과는 다르게 간혹 실수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ㅠㅠ) 많은 분이 잘못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세상에는 ‘평균’이라는 것이 있으며, 그 안에 드는 것이 ‘정상’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산처럼 생긴 정규분포 그래프는 그저 각자의 위치를 정리한 데이터일 뿐입니다. 그래프의 중앙 부분에 가장 많은 사람이 몰려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옳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죠. 그저 우연히 그런 사람이 많을 뿐이고, 중앙에 위치하지 않은 분은, 그분과 비슷한 사람이 적을 뿐입니다. 한 마디로, 서로 다를 뿐이죠.
 
오랜 기간 결혼하지 않은 분에게 우린 생각 없이 “왜 결혼 안 했어?”라고 물어보지만, 그건 우리의 뇌가, 가장 많은 사람이 실행한 ‘결혼’이라는 절차를 ‘정상’이라고 가치 판단했기에 발생한 질문입니다. 만약 그런 생각이 우리에게 없었다면 우리의 질문은 달랐겠죠. 이렇게요. “지금 만나는 사람 있어?” 혹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어떻게 할 거야? 그냥 막 대시할거야?” 그렇게 결혼보다는 여전히 연애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더운 여름에, 누군가는 조금만 걸어도 목덜미와 겨드랑이가 흠뻑 젖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태양 아래 몇 시간을 서 있어도 뽀송뽀송하기만 하겠죠. 그렇다고 우리가 그분들에게 각각 “왜?”라는 질문을 하진 않습니다. 그건 그냥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죠. ^^
 
누군가는 연애 감정에 무딘 나에게 “그건 상대를 깊이 사랑하지 않는 거야.” 또는, “혹시 사랑 때문에 상처받은 적 있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는 건 그 사람의 자유이니까요.
 
그런 질문에 나 역시 자신에게 호기심이 생겨 ‘정말 나의 사랑법은 정상이지 않나? 왜 나에게 그런 성향이 생긴 거지?’라며 궁금해할 수도 있습니다. 호기심은 성장의 동력이니까요.
 
다만 그것이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나’의 정체성을 향한 깊은 고민이 된다면, 그때부터는, 혹시 사람들은 어떤 기준을 ‘평균’에 놓고 나를 정상과 비정상의 범주로 갈라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왜곡된 기준에 나도 설득되어 버린 건 아닌지 고민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저 존재하는 것일 뿐인 죄 없는 “나의 성향”을 굳이 나의 단점으로 규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
 
마지막으로, “나야 그러면 되는데, 문제는 나와 사귀는 남자들이 힘들어하니까 그렇죠.”라고 말씀하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이에 관하여 말씀드리고 답장을 마무리하겠습니다. ^^
 
사랑하는 연인이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는데, 사랑하면서도 그것을 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을 갖는 건 사연 주신 분의 마음이 예쁘다는 증거입니다. 아름다운 모습이죠. 딱 거기까지면 충분합니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므로, 그런 모습까지 사랑해줄지, 그런 모습 때문에 나를 떠날지는 온전히 그 사람의 몫입니다. 내가 고민할 부분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에게 나를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이, 할 만하고, 그것으로 행복해하는 상대를 보며 나 역시 행복하다면 당연히 노력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이 불편하시다면, 굳이 노력하거나 자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 인생은 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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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