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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전, 사귀던 남친과 헤어졌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힘들었던 건 너무 집착이 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남자 사람 친구를 못 만나게 하는 건 그나마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이해했는데, 여자친구들과 여행가는 것도, 심지어 퇴근 후 부서 회식에 참석하는 것조차 허락을 받아야 할 정도로 간섭과 집착이 심했습니다. 연애 초반에는 너무 사랑해서 그런다고 생각했는데, 점차 숨 막힐 만큼 조여오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결국 만난 지 1년 만에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전화와 문자로 “잘못했다. 앞으로 내가 잘하겠다.”라는 연락을 해오더니, 제가 받아주지 않자 연애하는 동안 자기가 쓴 비용을 모두 갚아내라는 것입니다. 선물 같은 건 모두 돌려주겠다고 했더니, 그게 아니라 모든 데이트 비용의 절반을 값으라는 겁니다. 1천만 원 정도 된다고 하면서. 그 친구 집이 좀 부자여서 제가 낸다고 해도 항상 모든 데이트 비용을 남친이 냈거든요. 그때는 그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ㅠㅠ
 

저는 지금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쉬는 중이라서, 마음 같아서는 주고 끝내 버리고 싶지만 줄 돈이 없습니다. 친구한테 물어보니 무조건 주지 말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빚을 내서라도 돈을 주고 연락을 끊는 게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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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스릴러나 조폭 영화를 많이 보시는지요? 그런 장르의 영화에는 반드시 등장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인질을 잡아두고 돈을 요구하거나, 인질을 구하러 온 주인공이 들고 있는 무기를, 버리지 않으면 인질을 죽이겠다고 위협하거나, 주인공의 약점을 잡고,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그걸 언론이나 경찰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는 장면입니다. 대개의 영화에서는, 돈을 보냈음에도 인질이 죽임을 당하고, 무기를 버린 주인공은 일방적으로 폭력을 당하며, 돈을 입금했음에도 악당은 같은 약점을 미끼로 다시 더 큰 돈을 요구하곤 하죠.
 
피해자는, 가해자가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고서라도 그 상황을 모면하거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기에 요구를 들어주게 되지만, 가해자는 애초부터 대가를 받더라도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없었거나, 혹 그럴 생각이었다가도 막상 대가를 받게 되면, 더 큰 대가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추가 요구를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심리를 자기 마음에 대입하여 잘못 예측하고, 가해자는, 그런 피해자의 심리를 악용하면서 벌어지는 비극이죠.
 
제가 보기에 구남친은 ‘돈’이 목적이 아닙니다. 돈 이야기를 하면 사연 주신 분께서 약해진다는 걸 (연애 때의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는 거죠.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사연 주신 분과의 대화에 돈을 아주 유용한 무기로 활용하고 계신 것입니다. 따라서 돈을 주신다고 해도 구남친의 태도는 전혀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돈 몇 푼 준다고 다 해결될 거로 생각했니?”라는 억지까지 듣게 되실 수도 있죠. 따라서 이 문제는 ‘돈’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셔야 합니다.
 
리처드 칼슨이 쓴 ‘행복의 원칙’이라는 책에는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느낌은 자기 생각에 따라 만들어진다. 슬픈 생각을 하지 않으면 슬픔을 느끼지 못하고, 화나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분노를 느낄 수 없다.”
 
사연 주신 분께서 구남친과의 관계로 마음이 힘들고, 생활이 괴로운 이유는, 사연 주신 분의 생각에 ‘구남친’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화를 받기 때문이고, 구남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고민하기 때문이며, 이런 강박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기에 괴로우신 것입니다. 이럴 때는 그 원인 제공 대상을 원천 차단하면, 대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만약 사연 주신 분께서, 구남친과 관련된 모든 전화번호를 차단하고, 찾아와도 만나주지 않으며, ‘나는 저런 남자와 사귄 적이 없다.’라고 자기암시를 시작하신다면, 머지않아 마음에는 평화가 오고, 생활이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경험하실 수 있게 되실 것입니다. 나를 죽일 거라며, 매일 문자를 보내는 사람의 메시지를 매번 읽다 보면, 하루하루가 지옥이지만, 그 사람의 문자를 차단하여 받지 않게 된 그 순간부터, (아무리 그 사람이 문자를 매일 보내도) 내게는 평화가 시작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 어떤 공격도, 내 마음이 받아주지 않으면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며, 나는 내 정신건강의 평화를 위해 세상을 차단할 권리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나’입니다. 그것만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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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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