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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결혼할 예비신부입니다. 제 예랑은 형제 중 동생이고요. 그런데 시어머니가 이번 결혼식은 하객을 많이 부르지 않고 단촐하게 치르자고 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이해가 안가고 기분이 나빴습니다. 이유는, 형이 2년 전에 결혼하면서 대대적으로 주변에 알려서, 이번에도 그렇게 하기엔 너무 미안하다는 거였고요.
 
사실 축의금을 우리에게 주실 것도 아니니, 결과적으로 우리가 받을 피해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괜히 우리 결혼이 덜 축하받는 것 같고, 심지어 무시당한다는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이미 제 의사는 전혀 상관이 없었기 때문에, 또 저도 제가 그 문제에 왈가왈부할 위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 감정을 전하지도 않았고 그냥 그렇게 정해졌어요. 그런데 아직도 저는 마음에 앙금이 남아있습니다.
 
뭔가 시어머님이 좀 원망스럽고, 왜 예랑이랑 저한테 전혀 미안해하지 않으시는거지? 우리집(친정)을 무시하시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어서, 그날 이후로 시어머님께 전화하고 싶은 생각도 안들고 인사드리러 가기는 더 싫어졌습니다.. 그런데 그런 나쁜 생각이 자꾸 드니까 제가 괴로워집니다. 너무 나쁜 며느리 같아서요. ㅠㅠ
 
제가 궁금한 것은 제가 기분이 나빠도 되는 상황이 맞을까요? 시어머님께서 저한테 사과하시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실질적인 피해도 없으니, 제가 기분나쁠 상황이 아닌 걸까요?
 
이 또한 지나갈 일이고 지나고 나면 아무일 아닐 것일 수도 있겠지만 ㅠㅠ 그런데 또 이게 앙금으로 계속 남아서 시댁에 나쁜 감정이 계속 들꺼같아 걱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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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칼슨이 쓴 ‘행복의 원칙’이라는 책에는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느낌은 자기 생각에 따라 만들어진다. 슬픈 생각을 하지 않으면 슬픔을 느끼지 못하고, 화나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분노를 느낄 수 없다.”
 
예전, 어느 여성 내담자분은 사연에서 “밤마다 화장실 간다고 해놓곤 20분 이상씩 나오지 않아서 뭐 하나 추궁했더니 화장실에서 야동 보면서 자위하고 있더라구요. 어이가 없어서 이렇게 말했어요. 앞으로는 나한테 말해라. 야동도 보게 해주고, 동시에 자위도 내 손으로 대신 해주겠다고요. 그까짓게 뭐라고 숨어서 바보처럼 하고 있었는지 어이가 없어서 원.”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반면, 어떤 여성 내담자분은 사연에서, 남편이 자기 몰래 다른 방에서 야동 보면서 자위하는 걸 본 후로, 깊이 절망하며 이혼까지 고민하고 계셨습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원인은 같아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철학과 사고방식이 다르면, 그 결과는 정말 큰 차이가 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연 주신 분은 “제가 기분이 나빠도 되는 상황이 맞을까요?”라고 물어보셨는데, 이에 관한 제 답변은 “네, 맞습니다. 충분히 기분 나빠하실 만한 상황입니다.”입니다. 하지만 만약 남편되실 분이 사연을 보내 “실질적인 피해가 없으니, 여친이 이해해줄 수도 있는 부분 아닌가요?”라고 하셨다면, 그에 관한 제 답변 역시 “네, 맞습니다. 충분히 이해해줄 수도 있었을 상황인 것 같습니다.”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렇게 두 분의 질문에 상반되는, 마치 줏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대답을 하는 이유는, 어떤 사안에 관한 감정은 지극히 그분의 경험, 가치관에 의하여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적어주신 상황의 가장 바람직한 전개는, 예비 신랑분은, “너에게 정말 미안해. 우리 가족이 너에 대한 배려가 없었던 것 같아. 나라도 진심으로 대신 사과할게.”라고 말하고, 사연 주신 분은 “아니야. 난 괜찮아. 손님에게 부담드리기 싫어하시는 부모님 마음 이해해. 당신이 괜찮다면 나도 괜챃아.”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랬다면 이번 일은,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원인이 아닌, 다시 한번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겠죠.
 
사람마다 상황을 인식하는 방법은 모두 다르고, 내 감정은 그 방법에 따라 결정됩니다. 사연 주신 분께서 ‘이번 일은 이렇게 인식해야 해.’라고 결정하셨으니, 그에 따른 불쾌하고 무시당한 것 같은 감정이 따라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며, 결국 그 감정이, 편을 들어주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남편에게도 서운하고, 그런 결정을 하신 시어머니까지도 보기 싫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사연 주신 분께서 무언가를 잘못하셨다고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그 반대의 감정(=이해해주는 감정) 역시도 얼마든지 사연 주신 분의 의지로 만들 수 있다는 뜻에서 드리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일이 발생했고, 그 일과 엮인 사람이, 다시 보지 않아도 되는 남이 아니라, 적어도 한 번 이상은 만나야 하는 ‘가족’이라면, 바로 느껴지는 내 감정은 잠시 미뤄두고, 그 사람의 처지로 역지사지해보시면 좋습니다. 그러면 그 일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내 감정도 좀 더 편안하게 어루만져줄 수 있거든요.
 
그렇게 역지사지하시고 난 후,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안해지셨다면, 처음의 감정부터 현재의 결정까지 일련의 모든 과정을 예비 남편분과 꼭 공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엔 이만큼 힘들었지만, 지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감정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려면 당신이 남편으로서 무조건 내 편에 서서 내 감정에 공감해주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다만, 따지거나나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꼭 예쁜 사랑의 언어로 전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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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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