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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버려도 될까요?

상담사 치아 2024. 4. 24. 10:22
 
20대 중반 남성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까지 같이 다닌 친구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고, 심지어 좋아하는 여자 취향도 비슷해서 지금까지 찐친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친구는 부모님이 일찍 이혼해서 (각자 결혼하는 바람에) 조부모와 함께 살고 있고, 어릴 때 아버지에게 맞은 이야기를 많이 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항상 저를 부러워했죠. 저희 집은 비교적 행복한 집이었거든요. 솔직히 이만큼 친해진 거에는 약간 연민의 감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친구가 다른 모임에서 제 뒷담화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친구는 저를 만날 때면 늘상 내가 제일 친한 친구고, 제일 좋아하는 친구고, 저를 부담스러울 정도로 칭찬하던 친구였거든요... 뒤에서 저렇게 이야기 하고 다니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대화를 시도하면 늘 오해라고 하는데, 이제 오해와 진실을 구별할 나이는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일부러 이 친구와 저를 이간질할 이유도 전혀 없고요.
 
하여간 이 친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간은 찐친이라고 생각해서 이 친구가 어떤 실수를 하건, 어떤 잘못을 하건, 친구로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다른 친구들에게도 이 친구 문제로 고민 상담을 하면, 백이면 백 "그만 만나라"했습니다. 그럼 저는 항상 “그런 모습만 빼면 좋은 친구야.”라고 하며 그 친구를 감싸곤 했죠.
 
이 친구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게 좋을까요? 그래도 절친인데, 친구와의 인연이 끊어진다는 것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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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 낮은 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지인이 자신을 멀리하거나 싫어하게 되는 것에 관한 근본적인 공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안 그래도 부족한 자존감이 더 낮아질 거라는 것을 무의식중에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분은 대개 자기 지인을 엄청나게 칭찬하거나, 상대에게 과한 애정 표현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야 그들이 자신을 떠나지 않을 거로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분들은, 그렇게 자신이 닮고 싶어 하거나 부러워하는 지인의 모습이 망가지는 것 역시도 보고 싶어 합니다. 본래 자존감은, 외부의 어떤 시선이나 평가와 무관하게 자신을 존중하는 감정인데, 이런 분은, 외부의 조건과 비교하여 더 나은 자신을 발견했을 때 우쭐해지는 감정을, 자존감이 높아지는 거로 오해하곤 하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해서 높아지는 건 자존심이지, 자존감이 아닙니다.
 
타인과 자기를 비교하여 자기가 우위에 올라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내가 더 잘하거나, 상대가 나보다 낮아지거나. 그나마 건강한 사고방식을 가진 분은 전자의 방법을 사용하겠지만, 자존감이 낮은 분은 후자의 방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사연 주신 분에 관한 나쁜 이야기를 하시는 것입니다.
 
‘친구’라는 존재는, ‘곁에 있었던 시간’으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또, 그 숫자의 많고 적음으로 평가되어서도 안 되고요. “내겐 오래 만나온 친구가 있다.” 또는 “나는 친구가 정말 많다.”라는 문장은, 결코 나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친구는 그저, 내가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사람이어야 하며, 그 사람을 만나서 내가 행복할 때 비로소 의의를 갖습니다. 내게 이익이 되는 친구를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비록 내게 이익이 되지 않는 친구라도 해도, 심지어 내가 그를 돕는 위치에 있다고 해도 그와의 만남은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특정 친구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보다, ‘내가 행복하려면 어떤 친구를 만나야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친구는, 내 인생의 ‘상수’가 아닌 ‘변수’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 모습만 빼면 좋은 친구야.”라는 말은, “그런 모습을 지니고 있어서 좋은 친구가 아니야.”와 같은 뜻입니다. ‘친구’를 바라보지 마시고, ‘나’를 바라보세요. 주제가 ‘친구’이건, 아니면 다른 무엇이건 간에, 항상 ‘그것이 나에게 바람직하고 좋은 영향을 주는 일인가?’로, 그것에 관한 가치평가를 해보시는 것은, 이후 그것과의 관계 정립에 큰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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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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