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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는 언제나 내담자의 편입니다. 하지만 예외일 때가 있는데, 내담자가 지닌 철학이나 자주 하는 행동 때문에 타인이 해를 입거나, 본인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 때입니다. 이럴 때 상담사는 부득이하게 내담자를 올바른 방향으로 리드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다수의 남성과 성관계 경험이 있는 여성을 ‘더럽다’라고 표현하는 건, 여성을 나와 동등한 인간이 아닌 내가 소유한 대상으로 생각하는 무척이나 낡고 오래된 사고방식입니다. 남성과 비교하여 여성의 인권이 터무니없이 무시되던 시절, 자의건 타의건 다수의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여성은 흔히 ‘도덕적으로 문란한 여성’ 혹은 ‘이미 더럽혀진 여성’의 취급을 받았었죠. 그것이 자의라면 엄연히 그녀의 인생을 그녀가 주체적으로 결정한 것뿐이며, 그것이 타의에 의한 경험이라면 오히려 따뜻하게 위로해주어야 하는 엄연한 피해자임에도, 그 시절에는 대개의 남성뿐만 아니라 심지어 같은 여성도 그런 여성을 좋지 않게 바라보고 대응했던 것입니다.
사연 주신 분께서 이직했는데, 이전에 다른 회사에 다닌 적이 있다는 이유로 지금 회사에서 사연 주신 분을 ‘더럽다’라고 낙인찍는다면, 사연 주신 분의 기분은 어떨 것이며, 과연 어떤 대응을 하게 될까요? 아마도 전 당장 그 회사를 그만둘 것 같습0니다. 종류가 다른 사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만큼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고 계신 중중입니다.
평생 안고 가야 하는 숙제 맞습니다. 다만, 그걸 평생 ‘숙제’라고 생각하며 안고 갈지, 잠깐 나를 혼란스럽게 했던 에피소드 정도로 웃어넘길지는, 전적으로 사연 주신 분의 선택택에 달렸습니다. 최악의 상황에는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까지 갈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렇게 헤어지고 누군가를 다시 만난다고 한들, 아마 달라지는 건 없을 것입니다. 그녀가 이전 성경험이 있건 없건 간에, 그녀를 소유하려는 사연 주신 분의 집착은 결국 어떤 방식으로건 둘의 관계를 망쳐놓을 테니까요. 그러니 그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중인 이번 인연에서, 내가 달라지는 게 훨씬 현명한 대응입니다. 믿으셔도 좋습니다. 정확하게 10년만 지나도, 한때 이런 감정을 지녔던 내가 바보처럼 느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