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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후반이고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결혼한 지 15년이 넘었고, 남편과는 오랫동안 서로를 믿고 이해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제 마음속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무기력함과 우울감을 자주 느끼기 시작했거든요. 아직 폐경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그냥 일시적인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생기는 스트레스, 중년이 되면서 느껴지는 신체적 변화들, 그리고 일상의 반복된 생활에서 오는 지루함이 원인일 거라고 넘겼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감정들은 점점 더 깊어져 갔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예전에는 즐겁게 했던 일들도 이제는 귀찮고 버겁게 느껴져요. 남편과의 대화도 점점 줄어들고, 아이들에게도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가족들은 제가 무슨 문제가 있는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아요.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제 모습이 너무 부끄럽습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우울하고, 그 우울감이 깊어질수록 자존감은 더 떨어져만 갑니다. 과거에는 활기차고 긍정적인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제 자신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혹시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이 계실까요? 이 우울함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을까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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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금 느끼고 계신 무기력함과 우울감이 나만의 문제이거나, 내가 무언가 부족해서 경험하는 게 아니라는 걸 인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많은 분이 자신이 경험하는 우울감의 원인을 온전히 자기 안에서 찾으려고 하거든요. 그 과정에서 무의미하게 자신을 자학하거나 극복 자체를 그냥 포기해버리는 일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기력함과 우울감은 단계적인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증상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하실 일은, 증상이 시작되었다고 판단되는 시점 즈음해서 내게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나를 실망하게 했거나, 의지가 좌절되었거나, 모욕당했거나, 친한 지인을 잃는 등의 사건은 내 의지와 무관하게 나를 우울과 무기력함으로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런 원인이 확인된다면, 가족이나 지인, 상담사 등을 찾아가 이 일에 관한 나의 경험과 감정 모두를 쏟아내는 작업부터 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누군가와 이 경험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은 많이 나아질 수 있습니다.
 
다음은 무조건 운동을 시작하셔야 합니다. 운동은 일차적으로 내 몸의 건강을 위한 행위지만, 이차적으로는 내 마음의 건강도 찾게 해주는 훌륭한 치료제입니다. 운동을 하면 엔돌핀, 세로토닌,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 기분을 개선하고 우울감을 완화합니다. 또 피곤해진 몸을 통해 수면을 촉진하는 데, 수면은 무기력함과 우울감 개선에 필수 요소입니다. 가능하면 헬스 같은 혼자 하는 운동보다는, 수영이나 탁구처럼 단체 혹은 상대가 있는 운동이 더 좋습니다.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타인과의 교류도 무기력함과 우울감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마지막으로는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올인하는 것입니다. 이 문장에서 중요한 단어는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작은’입니다. 무언가 대단한 목표를 세웠다가는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해 “거봐, 역시 난 안 돼.”라는 추가적인 절망감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책 10분, 책 10페이지처럼 쉽게 해낼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한 후, 점차 양이나 가짓수를 늘려나가는 게 좋습니다.
 
다만 이런 노력조차 하기 힘들 만큼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크다면 그때는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의 도움을 받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들이 많아졌습니다.”라는 증상은 단순히 내 의지가 약해서 또는 잠시 기분이 우울해서 생기는 증상은 아니거든요. 위에 나열해드린 세 가지 노력조차 하기 어렵다면 신념으로 극복하려고 노력하기보다,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서 열을 내리는 또는 가래를 줄여주는 약을 처방받아 드시는 것처럼,)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셔서 진료와 처방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나면, 조금이나마 ‘의지’가 생길 수 있고, 그때 바로 위 세 가지 단계를 시작하면 됩니다.
 
무기력함과 우울감은 정말 많은 현대인이 경험하는 일반적인 증상입니다. 절대 방치하지 말고 꼭 어떤 대응이건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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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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