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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걸 후회합니다

상담사 치아 2024. 11. 11. 16:53

 
 
결혼 후 처음으로 명절을 맞이하여 시댁을 찾았는데, 기대와는 다르게, 사소한 일들로 인해 시댁 식구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습니다. 남편이 내 상황을 이해하고 위로해주거나 편을 들어주길 바랬는데, 남편은 무심하게 “부모님은 원래 그런 분들이고, 동생도 원래 저런 싸가지니까 니가 이해하고 그냥 적응하라”고 하더군요. 사랑하는 사람의 편이 되어주길 바랐던 제 기대는 완전 무너져 버렸습니다. 친구들이 장난삼아 ‘남편은 남의 편의 약자’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았네요. 시댁도 남편도 남처럼만 보입니다. 결혼한 게 후회돼요. 무르고 싶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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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중시하는 유교적 사상이 아직 남은 대한민국 사회이기에 여전히 많은 분이 오해하지만, 시댁이나 처가는 가족이 아닙니다. 가족은, 일차적으로는 혈연관계이며, 이차적으로는 입양이나 결혼 등의 계약적 관계로 연결된 인간관계를 말합니다. 결혼은 당사자가 한 것이므로 결혼으로 가족관계가 되는 것은 당사자들과 그들의 자녀뿐이지 시댁이나 처가 식구는 아닙니다. 결혼하기 전까지 수십 년을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살았던 분들을 결혼했다는 이유로 어느 날 갑자기 가족으로 인정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특히 시댁 식구가, 가족이 되었다고 오해하면서 나에게 기대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은 모두 불합리한 것입니다. 그러니 그 바람을 충족해주지 못한다고 자책할 이유도 없고, 그들의 바람을 위해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반대로, 가족이 아니기에 시댁을 향한 기대도 하면 안 됩니다. 나를 딸처럼 귀하게 대해줄 거라는 기대도, 무언가 내 삶에 도움을 줄 거라는 희망도, 항상 넉넉한 가슴으로 품어줄 거라는 환상도 품으면 안 됩니다. 그건 처가에서 자식인 나에게나 해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서운해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그들은 ‘남’이기에 나에게 모질고 상처 주는 말이나 행동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가족끼리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해서도 안 되며, 절대 그것에 마음의 상처를 받지도 않아야 합니다. 무시할 수 있어야 하며, 그만큼 나 역시 ‘남’으로 대해드리면 그만입니다. 홧김에 혹은 나를 그렇게 대한 것에 대한 복수로 대응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남이니까 그렇게 하는 겁니다. 바라지도 말고, 해주지도 않고.
 
시댁 식구의 말이나 행동에 특별한 감정을 갖지 않는 연습을 하시기 바랍니다. 시댁 식구가 내게 던지는 말, 내 의사를 무시하고 하는 행동들은 사실 내가 그것들에 감정을 이입하기에 괴로운 것입니다. ‘난 이런 게 싫은데 왜 시키지? 어떻게 내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지? 내 상황은 고려도 하지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행동하네.’ 이렇게 상대의 행동과 말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내 마음의 평화는 사라집니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된’ 것처럼, 내가 무언가에 의미를 부여하면 그것은 내가 부여한 의미 그대로 내게 날아와 꽂힙니다. 나와 무관한 사람들입니다. 해주지 않는 만큼 바라지도 말아야 합니다. 내 생활 깊숙이 들어와 공격한다면 차단하면 그만입니다. 주지도 받지도 말아야 합니다. 정확하게 ‘남이 내게 이렇게 했다면 나도 이렇게 해줄 것 같다’를 기준으로 말하고 행동하면 됩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잘해준다면 나도 그들에게 잘해주겠죠. 그게 인지상정입니다.
 
단, 꼭 잊지 말아야 할 건, 남편은 내 가족이라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남편은 반드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 편으로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시댁 문제를 두고 내 편을 만들라는 게 아닙니다. 평소에 잘해주거나 남편에게 항상 사랑을 표현하는 등 평소에 나만의 방법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남편이 나의 편을 들게 만들어 두세요. 가족은, 그렇게 나를 희생해서라도 내 편으로 만들 가치가 있는 존재입니다.
 
또 하나 명심해야 할 사항은 남편은 시댁의 가족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남편 앞에서 시댁 식구를 비하하거나 시댁 식구로부터 서운했던 점을 이야기하는 것은 남편을 남의 편으로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시댁 식구 뒷담화는 친구와 하면 되니까요. 적어도 시댁 문제에 있어서 남편은 논의의 바깥에 두세요. 남편을 시댁과 편 먹게 하는 현명하지 못한 전술은 사용하지 않길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나와 시댁의 관계를 명확하게 규정해두면 이후 삶이 많이 편안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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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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