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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와 결혼해도 될까요?

상담사 치아 2025. 5. 6. 10:42
 
결혼 적령기의 여성입니다. 장거리 연애에 대해 치아님께 조언을 구하고자 상담을 요청드립니다. 기억하진 못하시겠지만 인생에 어려움이 찾아올 때 치아님께 몇 몇 조언을 구했습니다. 각각의 말씀이 당시 제 인생을 항해해 나가는데 좋은 방향이 되어주었습니다.
 
좋은 남자 친구를 만나 결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만, 남친의 상황이 1년에 최소 6개월은 외국에 거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연애가 길어지면서 이 상황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외로움은 쉽게 익숙해지지 않더라고요.
 
남친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멋진 사람입니다. 술과 담배도 하지 않습니다. 다정하고, 제 마음을 잘 알아주며 이 외에도 멋진 모습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단 하나, 그가 일년에 2/3 정도는 제 옆에 있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빼고요. 처음에 만남을 시작할 때도 이 부분이 가장 큰 고민이었고, 그건 지금까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친구를 만나며 짧게 얼굴을 보는 그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는 삶의 자세를 알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냥 보낼 수 있는 하루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고요. 기념일에 늘 함께 할 수 없지만, 그래서 기념일이 아닌 날에도 기념일처럼 소중하게 생각하고 살게 되는 그런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고민이 있습니다.
 
저는 아이가 갖고 싶습니다. 그런데 직업이 3교대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남편의 도움 없이는 현실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쉽지 않다’ 는 것이 주변에서 실제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선배들의 말입니다. 저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 일에 대한 열정이 많은 편입니다. 워킹맘으로 살 것 같아서 육아에 대한 고민이 큽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그게 무슨 연애냐’, ‘사이버연애 아니냐’ ‘결혼은 현실이다. 정신차려라’라고 사실은 부정적인 소리를 더 듣습니다.
 
남자친구는 제가 힘들어하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영상통화할 때마다 제가 힘들어서 매일 우니까요.ㅎㅎ 제가 힘든 건 ‘떨어져 있는 시간이 너무 긴’ 우리의 상황 떄문입니다. 현실적으로 거주지를 바꾸지 않는 한 해결되기 어려운 요소임을 알기에, 제 마음을 단련하고 있지만 쉽지 않네요. 남자친구는 제가 정 힘들면 제 곁으로 오겠다고 했고 아이를 키우는게 여의치 않으면 자기가 일을 쉬면서라도 전담해보겠다했습니다. 제가 힘들고 흔들릴 때마다 자기가 할 수있는 최선의 생각을 말해주는 사람이어서 저희가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치아님. 저보다 더 많은 인생을 사신 분께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결혼도 하셨고 이미 자녀도 키워보셨으니 이런 상황에서 제가 선택해야할 길이 무엇인지 조언을 주시겠어요? 20대의 저는 사실 사랑을 가장 우선시했던 사람입니다. 어렸고, 순수했다고 생각해요. 서른이 되고나니 왜 결혼이 사랑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은지 왜 그렇게들 조건을 따져가며 결혼하는지 사실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나쁘다 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저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고 마음이 말랑말랑한 편(?)입니다.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아니었고, 그래서 혼자 우는 날이 요샌 많이 잦아졌어요. 매일 평범하게 살아가는 직장인들보다 남자친구와의 만남이 훨씬 풍부하고 즐겁다 생각해왔는데, 장거리 연애가 주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넘어서는 것이 생각보다 힘듭니다. 음.. 저는 제 사연이 치아님의 블로그에 올라갈 때마다 사연 공개를 요청했었습니다.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의 여러 의견도 많은 도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연도 마찬가지로 많은 분들의 댓글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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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시기에 저를 떠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그러셨다니 이번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인생을 더 많이 살아본 사람’ ‘자녀도 키워본 사람’으로서의 조언을 부탁하셨지만, 상담사로서 드리는 이야기와 제 자녀였다면 드렸을 조언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 특별히 구분하진 않겠습니다.
 
우선 분명하게 인지하셔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건 ‘연애할 때는, 사랑만 있으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부분’이 ‘결혼 후에는 현실적인 고민과 고통으로 다가온다’라는 사실입니다. 여기에는 경제적인 문제, 시댁 문제, 성격 문제, 그리고 사연 주신 분께서 지니고 계신 ‘오랜 기간 서로 만나지 못하는 문제’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여기서 우리가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은 ‘왜’입니다. 왜 연애 시절에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일이 막상 결혼하고 나면 불가능한 영역으로 바뀌는 걸까요? 답은 뜻밖에 간단하고 명쾌합니다. 연애할 때는 ‘남의 일’이지만, 결혼하고 나면 ‘나의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연애할 때는 남친이 가난하거나, 집착이 심하거나, 직업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거나, 심지어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어도, 그건 남의 일입니다. 그 일이 당장 내 인생에 영향을 주진 않죠. 설사 영향을 주더라도, 연애하는 두 분에겐 사랑이라는 또 망각이라는 훌륭한 자기 보호 기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일’이 되어버리면 그 순간 우린 절망하게 됩니다. 심지어 어느 순간 그 문제가 어떤 변화의 가능성도 없는 ‘고정 변수’가 되어버리면, 그 변수는 사랑까지도 갉아먹게 됩니다. 갈등은 그렇게 시작되고, 갈등이 어느덧 버틸 수 없는 고통이 되면 이혼하게 되는 것입니다. ‘인생 선배’ 분들이 ‘조건’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이유는 바로 이런 상황을 경험하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대의 경험도 인생에는 수두룩합니다. 연애 때는 오히려 그런 조건 때문에 힘들었지만 결혼하고 함께 노력해서 오히려 갈등을 극복하는 커플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건 ‘조건’ 그 자체보다는 ‘정확한 문제인식’과 ‘그것을 극복하기위한 구체적인 노력’일 수도 있습니다. 인생 선배분들은 그런 ‘지난한 과정’까지도 경험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선한 마음에서 조언하고, 그럴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는 게 더 안전한 판단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그럼, 조건을 선택하기 위해 무조건 사랑을 버려야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그 역시 선뜻 답을 하시기 어려울 것입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결론적인 조언은 이것입니다. 두 분이 함께, 충분히 그리고 디테일하게 결혼 이후의 삶에 관한 시뮬레이션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상상 속에서 실제로 결혼하고, 갈등을 경험하며, 그것을 극복하려고 변화를 만든 후, 그 변화를 내가 얼마나 기꺼이 수행할 수 있는지도 체크해보셔야 합니다. 혼자 하기 어려우시면 상담을 신청해주세요. 제가 그 경험 속으로 들어가 보실 수 있도록 리드해드리겠습니다. ‘의지’나 ‘막연한 가능성’ 같은 불확실한 요소는 배제하고, 오로지 ‘실현 가능성’에만 집중하셔야 합니다.
 
참고로, 엄마는 3교대 근무를 하고, 아빠는 6개월을 해외에 살면서, 아이를 행복하게 키워낼 수 있는 실현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ㅠㅠ 꼭 이분이어야 한다면, 반드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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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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