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 엄마가 원망스럽습니다.

 

 

 

안녕하세요 치아님ㅎㅎ 블로그 운영은 잘 되시는가요? 더 많은 후원금 보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치아님 블로그에서 항상 많은 것을 배우고 가요. 늘 감사드립니다ㅎㅎ 이런 주제로도 사연을 보내도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정확히 모르겠으면 잘 모르겠다고 답해주셔도 좋아요

저희집은 경제적으로 어렵습니다. 저는 맏딸이라서 그런지 10대 때부터 집안의 경제 상황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20대 들어서는 아르바이트도 많이 하고,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당장은 못 벗어나도) 경제에 대해 공부도 하고 가계부도 몇년 째 쓰고 있습니다. 지금도 돈 버는 것이 아니라서 관리 할 돈은 크게 없지만, 가계부를 쓰면 확실히 내 돈의 흐름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어서 최소한 가난을 벗어나고 싶다면 가계부를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 집에서도 제가 아빠 다음으로 돈관리?를 잘 한다고 생각해요ㅎㅎ

제가 이렇다 보니 경제를 잘 모르시고, 가계부도 안 쓰셔서 집안의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아무 관리가 안 되시는 엄마를 보니 너무 답답한 마음이 들어요. 말로만 써야할텐데 하시고... 물론 가계부 쓰기가 습관들이기 어렵다는거 잘 알고 있어요. 저도 이 습관을 만들기 전까지 여러번의 실패가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시도해서 지금의 제가 된거거든요.

이런 생각들이 평소에는 마음속에서 작게 자리 잡고 있다가 돈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순간에는 정말 스트레스와 서러움이 욱 하고 올라옵니다. 엄마가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저는 돈 한두푼 쓰는 것도 수십번을 고민해서 사용하고, 결국 안 사는것도 많은데 엄마는 돈관리가 안되서 새어나가는 돈도 많은 것 같고.. 일도 안나가셔서 가계부 쓸 시간이 충분히 되는데...

저는 사실 말을 잘 못하는 편이라서 엄마를 어떻게 잘 설득시켜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치아님. 가계부를 써야한다는 제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도 않구요. 막상 글로 적다보니 격해졌던 감정이 다시 수그러들기는 했지만.. 지금 이 상황에 대한 치아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제가 엄마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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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진심으로 응원의 박수, 칭찬의 박수를 드리고 싶습니다. 또, 이렇게 건강한 생각을 하시는 맏딸을 두신 부모님은 참 행복하신 분들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해주신 말씀은 모두 정답입니다. 가계부는 건강한 소비생활을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작업 중 하나입니다. 단순히 그것을 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해보셨으니 더 잘 아시겠지만, 가계부를 적다 보면 ‘돈의 무게와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신용카드 한 장을 내밀어 30만 원을 결제해도 돈의 무게는 느끼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만 원짜리 30장을 봉투에 넣어 내밀어 보면 지금 내가 무슨 일을 하는 건지 확연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매달 카드로 계산하고 결제일에 한꺼번에 통장에서 일정한 숫자가 빠져나가는 행위 역시 습관적으로 진행되기에, 돈의 무게와 소중함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사용할 때마다 은행에서 돈을 찾아 현금으로 계산하다 보면 ‘지출’이라는 개념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계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가계부를 적는다는 것은 그 행위만으로도 나의 소비생활을 관리·조절하는 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 깨달음을 얻으신 분으로서 엄마가 원망스럽고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드시는 것은 당연합니다. 내 눈에는 너무도 선명하게 보이는 진리를 엄마는 모른 채 살아가고 계시는 것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좋은 건 함께 공유하고 싶어하는 것이 ‘착한 분’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엄마는 절대 설득되시지 않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내 마음만 상하거나 엄마와의 관계까지 망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엄마를 설득하겠다는 목표는 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주기적으로 내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이 가정의 건강한 경제를 위하여 나는 무엇을 희생하고, 어떤 것을 준비하며 살고 있는지만 보여주세요. 깨달음은 결국 엄마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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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