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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잊어버린 제 마음속의 저를 찾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주실까 고민을 거듭하다가 글을 씁니다. 제 마음처럼 글도 엉망진창 두서 없을 수 있으니 이점 양해 부탁 드리겠습니다.
저희 남편은 현재 외도중입니다. 물론 아이도 있습니다. 평생 남편이 잘되기를 바라며 묵묵히 뒷바라지 해왔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남편이 성에 차지 않아 서운함을 느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신랑이 잘 되는 게 곧 나의 행복이라는 생각으로, 방법을 몰랐을 수는 있지만, 적어도 생각은 오직 한 사람 신랑뿐이었습니다.
그사람은 아이가 태어난 후 기저귀를 갈아주는일, 분유를 먹이고 아이를 재우고 또는 놀아주는 등의 그 어떤 육아의 과정도 참여하지 않았고 노력하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집안일도 오로지 제 몫이었죠. 남편이 더 많은 돈을 버니까 제가 직장을 포기하고 살림을 맡았습니다.
남편은 본인이 모든 세계의 중심인 그런 사람이에요. 이렇게 글로 쓰다보니 명확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외도를 처음 저에게 걸린 날, 남편은 담담하게 그 여자에 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렇게 매력적인 사람인데 어떻게 뿌리칠 수 있냐고 얘기를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저에게 모든 탓을 쏟아내는데 너는 나를 사랑한 적이 있느냐, 남편으로서 대접은 해봤냐. 아이뿐이지 않느냐. 말을 듣다가 어이가 없어서 울기는커녕 그냥 픽하고 웃고 말았네요. 자기가 어떤 잘못을 해도 결국 그 원인은 남에게 있는 그런 사람입니다.
헤어지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정 이혼하지 않을 거면 가정은 가정대로 두고 외도는 그대로 지속하겠다고 하네요. 적반하장에 오히려 아무 말도 나오지가 않았어요. 뭐라고 해야 했던 걸까요?
그나마 감정이 잦아들고 매일 버티고는 있는데 언제까지 이 생활을 제가 할 수 있을지 매일 마음이 무너져 내립니다. 오랜 시간 남편으로 함께한 사람이기에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어서 너무 힘이 듭니다. 바람의 이유가 저인것 처럼 자책을 하고 조금 달라져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그런다고 달라질 사람이 아닌것을 또 알기에 더 무너지고 저 스스로를 어떻게 위로를 해야되는건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조금씩 그사람을 덜어내면서 그 부분을 저로 채워야 되는거겠죠. 그렇게 당장 상간녀 소송이나 이혼을 결정하지 않고 시간이 조금은 걸려도 그 시간만큼 홀로서기를 조금 연습하더라도 늦지않은 선택이 될 수 있을지 너무나 혼란스럽습니다. 너무 오랜시간 둘이었기에 당장 뭘 어떻게 혼자서 홀로서는건지 이제는 방법조차 잊어버린것 같아 너무 무섭습니다. 아이가 있기에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데 행복한 엄마가 되어야 하는데 방법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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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불륜에 관한 사연을 받다 보면 몇 가지 정형화된 형태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중 하나가, 배우자의 불륜에 아내분이 정면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냉정하게 이혼을 준비할 자신도 없어, 애매모호한 공생의 관계를 이어가는 경우입니다. 이는 안타깝게도 배우자 불륜의 대처상황 중 거의 최악의 경우에 해당하며, 안타깝게도 지금 사연 주신 분의 상황이 그렇습니다. ㅠㅠ
말씀하신 것처럼, 오랜 시간 함께 하셨기에 남편 외 다른 대안이나 남편이 없는 생활 자체를 상상하기 어려우실 뿐만 아니라, 미우나 고우나 한 번도 내 평생의 반려자임을 의심해본 적이 없는 분이기에, (외도를 자신만만하게 고지하고 심지어 그대로 인정하라고 하는) 터무니없는 취급을 받으셨으면서도 응당히 뒤따라야 할 대응이나 대안을 준비하는 작업에 소극적이신 상태입니다.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절대 사연 주신 분의 대응을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사연 주신 분은, 그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차선의 준비는 하고 계시는 중입니다. “조금씩 그사람을 덜어내면서 그 부분을 저로 채워야 되는거겠죠. 그렇게 당장 상간녀 소송이나 이혼을 결정하지 않고 시간이 조금은 걸려도 그 시간만큼 홀로서기를 조금 연습”하고 계시니까요.
지금 하고 계신 준비를 전적으로 찬성하고 또 응원합니다. 달리는 방법을 잊은 분은 우선 천천히 걷는 연습부터 시작해야 하니까요. 그렇게 내 인생에서 ‘남편’이라는 존재를 지워내고 오로지 홀로 서는 작업을 천천히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당장 뭘 어떻게 혼자서 홀로 서는 건지 이제는 방법조차 잊어버린것 같아 너무 무섭습니다.”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두 달 전 남편이 사고로 죽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남편이 없는 세상에서도 사연 주신 분은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야 하기에, 무언가를 단단하게 준비하고 단호하게 실행하셨을 것입니다. 그걸 시뮬레이션해보시면 됩니다.
우선 생활비가 걱정될 테니 돈을 벌 수 있는 직업부터 알아보셨을 것입니다. 다음은 ‘육아’가 걱정될 테니 누군가의 도움을 요청하셨을 테고, 그렇게 직업과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셨을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아이와 행복한 추억을 만들기 위한 시간(예를 들어 여행 같은)도 준비하셨을 거고, 그런 힘든 과정 중에도 사람답게 살기 위해 내 주변의 좋은 사람들과 함께 문화생활이나 체육생활을 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혹시라도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났다면, 사랑까진 아니더라도 힘들 때 힘들다는 말을 건넬 수 있는 좋은 벗 정도로 만들었을 수도 있겠죠.
그렇게 남편이 있는 상태에서 시뮬레이션으로 먼저 홀로서기를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영상이 맘에 들면 이후 그대로 실행하시면 됩니다. 남편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그 시뮬레이션의 실행이 어느새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이는 시간이 오면, 그때 남편과의 이혼을 진지하게 준비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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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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