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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도 저도 재혼입니다. 다만 저는 일찍 이혼해서 아이가 없고 그 남자는 있습니다. 남자가 이제는 결혼하자고, 그럴 때가 됐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망설이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제가 ‘남의 배 아파 낳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제 성격에 나쁜 계모가 되지 않을 거라는 건 확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아이가 우리의 의도와 다르게 반항적인 아이로 크거나 또 서로 다투다가 욱 하는 마음에 제가 아이에게 나쁜 이야기라도 하게 되면 그래서 남편으로부터 ‘친엄마’가 아니라서 그러냐는 말이라도 듣게 되면 아...... 정말 인생이 모두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 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섭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재혼 할까요 말까요? 그 남자는 아이에게는 참 좋은 아빠입니다. 싸울 때도 서운한일이 있을때도 잘못한일이 있을때도 큰소리를 내거나 무시하기보다 서로 얘기를 들어주고 이해하고 같이 해결해가려고 하는 성향입니다. 물론 저와의 관계에서도 그렇습니다. 도와주세요. 치아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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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답장을 드리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물론 1주일 가까이 많이 아파서 그랬던 거지만 내담자로서 그걸 이해해 주실 이유는 없습니다.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ㅠㅠ
아이를 키우는 일은 겉에서 보는 것과 확연하게 다릅니다. ‘남의 배 아파 낳은 아이’는 ‘내 아이’보다 왠지 덜 관심 두고 챙기게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반대일 경우가 더 많습니다. 오히려 내 아이였다면 함부로 대하고 쉽게 처리했을 일도, 새엄마이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더 진지하고 하나하나 자상하게 챙기게 되는 경우가 많죠. 그러니 제일 먼저 지우셔도 되는 것은 ‘남의 아이를 내가 잘 챙길 수 있을까?’라는 걱정입니다. 사람에게는, 새로운 책임을 맡으면 그것에 맞게 자신의 모든 상황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으며, 특히 ‘엄마’가 된다는 것은 그 책임감이 극대화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연 주신 분은 반드시 좋은 엄마가 되어 주실 것입니다. 이런 고민을 하신다는 것 자체가 이미 ‘좋은 엄마’라는 방증입니다.
더군다나 사연 주신 분은 참 좋은 ‘남편이자 아빠’를 두셨습니다. “싸울 때도 서운한일이 있을때도 잘못한일이 있을때도 큰소리를 내거나 무시하기보다 서로 얘기를 들어주고 이해하고 같이 해결해가려고” 하는 남편 되실 분의 성향은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잘 갖지 못한 미덕입니다. 혹시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보셨는지요? 메일을 읽으면서, 남편 되실 분이 그 드라마의 우주 아빠(황교수) 같은 캐릭터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점을 대화로 풀어내려고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엄마와 아빠가 함께 힘을 합친다면, 아이는 어느새 부모의 진심을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다만, 두 가지만 추가로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하나.
내 아이를 이렇게 키우겠다는 청사진은 반드시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이가 모두 합의하여 만드시길 부탁드립니다. 아이나 남편분의 의지와 다르게, 사연 주신 분 혼자 추진해 나가시는 ‘(본인이 생각하기에) 바람직한 육아와 교육’은, 그것이 아무리 바람직한 방향이더라도 다른 두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그들과의 관계를 틀어놓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대화’를 중시하는 건 너무도 좋은 가정문화입니다. 두 분 모두 이 문화를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둘.
때로는 아이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생긴 것처럼 보이는 재혼 부부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국 ‘사랑이 식은’ 것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두 분 모두 그 점은 부정하고 싶으시니 그것이 아이 문제로, 또는 돈 문제로 대체되어 표출되곤 합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그건 “다시 예전처럼 사랑받고 싶어.”라거나, “나 마음이 아파.”라고 하소연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결혼 후 조금이나마 그런 조짐이 보이면 아내분이 조금 더 노력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자니까 하라는 뜻도, 아내니까 해야 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만약 저와 지금 대화하고 계신 분이 남편 되실 분이었다면 전 그분에게 조금 더 노력해주시길 부탁드렸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이런 문제가 있다고 깨닫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 분이 먼저 노력해야 하는 것뿐입니다
제가 결혼하시라거나 하지 마시라거나 등의 조언을 드리긴 어렵습니다. 다만, 이렇게 미리 많은 것을 고민하시는 분들은, 너무도 현명하게 그 과정을 잘 헤쳐 나가시더라는 것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건 오랜 상담에서 비롯된 경험담이니 믿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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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